올 상반기 화장품시장의 대세는 발효다. 현재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코리아나화장품, 소망화장품, 더페이스샵, 미샤,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더샘, 궁중비책, SK-II, 에스티로더 등 국내외 주요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관련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중소 화장품 브랜드들도 발효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사실 발효화장품 시장은 3~4년 전부터 꾸준히 성장해왔다. 그런데 올해 유독 화제가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먼저 안전성이다. 지난해 일부 화장품의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저자극·친환경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또 한 가지 원인은 자연스러운 리얼 스킨이 주목받고 있는 이번 시즌 메이크업 트렌드다. 민낯처럼 투명한 메이크업을 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기초 케어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발효화장품은 이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발효란 미생물이 갖고 있는 효소가 유기물을 분해시켜 이로운 성분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말한다. 발효화장품은 발효 과정에서 유해균을 제거하고 효소 외의 유효성분을 함께 추출함으로써 효능을 극대화시킨 것. 무엇보다 발효는 피부 모공 크기보다 최소 1/15만배 작은 미세한 입자 성분을 만들어내는 유일한 자연과학이다. 이를 통해 발효화장품은 높은 흡수율로 피부 깊숙이 효능을 전달하는데, 기능 면에서 미백과 보습, 탄력 개선, 트러블 케어는 물론 피부 피로도까지 낮춰준다.
발효화장품 분야에서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고 있는 업체는 LG생활건강이다. LG생활건강은 2007년 국내 최초의 자연발효 화장품 브랜드 숨37을 런칭, 이 시장을 이끌어왔다. 특히 원료와 화장품제조기술 모두 국산화에 성공함에 따라 2009년 1개 제품에 31종의 미생물을 넣는 데 그쳤던 반면 올해에는 1개 제품에 105종의 미생물을 적용할 정도로 기술력이 높아졌다. 지난해 7월 ‘숨37 시크릿 프로그래밍 에센스’가 누적 판매액 1,000억원을 돌파하는 쾌거를 얻었던 LG생활건강은 최근 ‘숨37 시크릿 리페어 컨센트레이트’와 ‘컨센트레이트 크림’을 출시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세계 최초의 발효 녹차 화이트닝 제품인 ‘루미너스 이펙트 브라이트닝 콜렉션’으로 LG생활건강에 맞불을 놨다. 이 라인은 아모레퍼시픽의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된 발효 녹차의 강력한 화이트닝 기능에 새로운 멜라닌 형성을 억제하는 멜라 어웨이 테크놀로지를 더해 미백과 함께 피부 속 에너지를 활성화시킨다.
코리아나화장품이 발효녹두, 소망화장품이 라엠, 더페이스샵이 스밈 라인으로 올 들어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토니모리는 연꽃 발효수를 담은 ‘플로리아 화이트닝 캡슐 에센스’, 네이처리퍼블릭은 청정 쌀을 화산 암반수로 발효한 ‘효모발효 더퍼스트 에센스’, 더샘은 독자 특허기술 리포좀 공법을 적용한 ‘차가 발효 안티에이징’ 9종으로 발효화장품 시장에 가세했다.
발효 성분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남성과 영유아를 겨냥한 제품까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미샤는 발효 효모액을 86% 함유한 ‘미샤 포맨 더 퍼스트 트리트먼트 에센스’를 선보였으며, 궁중비책은 유아 스킨케어 브랜드 중 처음으로 대나무통 자연발효화장품 궁중비책 효72를 출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발효화장품 시장은 7,000억원대로 추정되며, 올해를 기점으로 그 규모가 큰 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킨케어 분야에서 한방, 발효, 유기농이 3파전을 벌여왔으나 올해의 경우 발효화장품이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발효와 관련해 아직까지 개발의 여지가 많은 만큼 발효화장품 시장의 추가 성장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