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이 1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서울의대-서울대병원과 대한의사협회, 연세대의대의 집단 휴진이 가까워지면서 정부도 이를 제지하기 위한 고삐를 조이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진료나 수술을 일방적으로 취소당하는 환자들이 속속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3일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집단 진료거부를 주장하는 것은 국민 신뢰를 스스로 저버리는 행위이며, 전공의 복귀를 어렵게 하고 의료 정상화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라며 “진료와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극심한 불안감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암 환자 등 중증환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의료법 제15조는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진료 요청을 받을 경우 정당한 사유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진료를 거부할 경우 벌칙을 명시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예약이 된 환자에게 환자의 동의와 구체적인 치료계획 변경없이 일방적으로 진료 예약을 취소하는 것이 의료법 제15조에서 금지하는 진료거부에 해당된다고 전했다.
전병왕 실장은 “지자체와 협력해 전국 총 3만6000여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진료명령과 휴진신고명령 발령을 완료했으며, 집단휴진 피해 사례에 대한 피해신고지원센터의 업무 범위를 오늘(13일)부터 의원급까지 확대했다”며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부 대응에도 불구, 현재까지 서울대의대와 병원 비대위는 오는 17일부터, 연세대의대와 병원 비대위는 오는 27일부터 집단휴진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18일 전국적인 집단 진료거부와 총궐기대회 개최를 강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환자들의 피해가 속속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한 인터넷 포털 커뮤니티에는 “며칠 전 세브란스에서 일방적 취소당했다”는 글이 게시됐다. 글쓴이는 “며칠 전 세브란스에서 일방적 취소를 당하고 부랴부랴 어머니 모시고 성모병원에서 검사받았다. 다음달 수술 예약 상태인데 성모병원도 무기한 휴진에 동참한다고 해 또 취소당할까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취소당해본 환자 가족으로서 집단적 무기한 진료 거부는 위급한 환자의 생명을 제일 가치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며 “어떠한 사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13일 국회 앞에서 열린 한국환자단체총연합회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휴진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약업신문
이 날 국회 앞에서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는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곽점순 대표가 “지금 환자들은 왜 항암치료도 받지 못하고 불안에 떨어야 하는가”라며 “의료진은 누구를 위해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PROS환자단체 서이슬 대표도 ‘희소혈관질환’을 앓고 있는 자녀의 사연을 전하며 “올해 진행하려던 임상시험 약물 시도를 전공의가 없어서 못하고 있다. 전공의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면 저희 아이는 영영 검사를 못하게 되는 것인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는 집단 진료거부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국번없이 129번으로 연락하면 지자체와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각 지자체는 휴진율에 따라 공공의료기관의 근무시간을 야간까지 연장하는 계획도 세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 실장은 “비대면진료를 더 활성화하는 방안도 있고, 공공심야약국이나 달빛어린이병원 등을 통해 더 진료를 길게 할 수 있도록 지자체들이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각 지자체는 휴진율에 따라 대응방안을 강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의원급 동네병원의 휴진에 대해 “의원급에 대한 진료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당일에 실시하며, 오전과 오후 둘 다 진료를 하는지 확인할 예정”이라며 “혹시 업무개시명령을 피하기 위해 반차를 이용하거나, 의사가 출근하지 않고 간호사나 간호주마사가 이전 처방을 입력한 뒤 물리치료실만 운영하는 식으로 진료할 경우에 대해선 검토 후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