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형 약국 공세…'가격으론 못 이긴다' 동네약국 생존법은
양덕숙 "규제만 기다릴 수 없어…지금 당장 전략 필요"
상담·SNS·화장품 진열까지 '약국 체질 전환' 강조
전하연 기자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4-20 06:00   수정 2026.04.20 06:01
양덕숙 박사가 케어솔약국 내 기능성 화장품 ‘부티크존’을 소개하고 있다. ©약업신문=전하연 기자

1100평 규모 초대형 약국까지 등장하며 약국 유통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동네약국이 가격 경쟁을 넘어선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현장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약사학술경영연구소(KPAI) 소장이자 팜프렌즈 회장, 케어솔약국 대표약사인 양덕숙 박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초대형 약국 확산에 따른 시장 변화와 개인약국의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양 박사는 “과거 400~500평 규모 약국만 해도 큰 편이었지만 이제는 700~800평을 넘어 1100평 규모까지 등장했다”며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경쟁을 넘어 동네약국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실제 약국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초대형 약국에 대한 호기심으로 소비자들이 이동하면서 인근 약국이 폐업을 고민하거나 실제 문을 닫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며 “이건 그냥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현장에서 체감되는 위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규제 중심 대응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양 박사는 “약사회 차원의 투쟁이나 정책 대응은 필요하지만 법적으로 이를 막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결국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개별 약국이 실천할 수 있는 생존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가격 경쟁의 한계를 분명히 했다. 양 박사는 “일반의약품은 초대형 약국과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정면 경쟁이 불가능하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순 가격 비교로 접근하기 때문에 같은 제품으로는 이길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양 박사는 개인약국이 가격 경쟁을 넘어 차별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그는 상담과 복약지도를 중심으로 한 전문성 강화를 핵심 경쟁력으로 꼽았다. 양 박사는 “약사가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복약지도와 추가 정보를 제공하면 상당수 소비자는 이를 신뢰하고 구매로 이어진다”며 “가격을 낮추기보다 더 정확한 정보와 설명을 제공하는 것이 동네약국의 경쟁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AI와 SNS를 활용한 홍보·마케팅 역량의 중요성도 짚었다. 그는 “최근 소비자들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제품과 약국을 찾는다”며 “챗GPT 등 AI 도구를 활용하면 개인약국도 충분히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고 고객과 소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약사회와 커뮤니티 차원에서 관련 교육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약국 공간 구성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박사는 기능성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동물의약품 등을 단순 진열하는 수준을 넘어 ‘부티크존’ 형태로 구분 배치할 것을 제안하며 “약국도 이제는 ‘보여주는 공간’이 돼야 한다. 코너별로 색과 콘셉트를 달리해 소비자가 직접 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케어솔약국 내부 전경. 처방·조제 및 수납 데스크와 예약상담 공간을 중심으로 가정상비약, 동물의약품, 일반의약품 진열 공간을 구분 배치해 ‘코너형 운영 전략’을 적용한 모습. ©약업신문=전하연 기자

실제 케어솔약국 운영 경험도 이러한 전략의 근거로 제시됐다. 양 박사는 “약국을 운영해보니 외국인 고객 방문이 예상보다 많았고, 화장품과 일반 제품 구매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동네약국도 입지에 따라 외국인 수요까지 고려한 판매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저가 제품 전략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대형 유통 채널과 동일한 제품으로 가격 경쟁을 하기보다는, 비교가 어려운 차별화된 중저가 제품을 통해 판매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며 “제품 구성 자체를 바꾸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 박사는 “지금은 약국이 변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전환점에 와 있다”며 “젊은 약사들이 약국을 포기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가이드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규제는 규제대로 추진하되, 현장에서 당장 실행할 수 있는 해법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