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의료보장법(Medicare law)이 제정되었음에도 불구, 올들어 미국에서 베스트-셀링 처방약들의 약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처방약들의 평균 약가인상률이 인플레이션率을 3배 가까이 상회했다는 것.
실제로 제약기업들이 발매 중인 200대 브랜드명 의약품들의 약가는 올들어 첫 3개월 동안에만 평균 3.4%가 인상된 것으로 나타나 인플레率 1.2%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내용은 회원수만 3,500만명에 달하는 미국 최대의 노인단체로 알려진 美 퇴직근로자협회(AARP)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자료에서 드러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의료보장법"이란 부시 행정부가 의료보장 수혜 대상자들에게 처방약 구입비용의 11%에서 18%까지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를 발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것으로 지난달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 동안 노인환자와 장애자들의 의약품 구입비용을 총 3,950억 달러에서 최대 5,340억 달러까지 지원해 주겠다는 취지.
그러나 AARP측은 "약가인상으로 인해 정부가 공언했던 비용절감 효과는 상쇄되고 말았다"면서 "캐나다 등지로부터 가격이 좀 더 저렴한 의약품을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미국 정부와 제약기업들은 안전성 등의 문제를 이유로 값싼 의약품의 수입에 반대하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AARP의 존 로터 정책국장은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고령자들의 약값 지출을 절감해 줄 것이라고 장담하던 새 법이 통과된 이후로도 급격한 약가인상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에 유감을 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특히 로터 국장은 "상위 10대 처방약들의 약가 인상률은 전체 평균치를 훨씬 상회했고, 이로 인해 고령자들의 의약품 구매력은 더욱 떨어졌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社(BMS)의 항응고제 '플라빅스'(7.9% 인상) ▲머크&컴퍼니社의 골다공증 치료제 '포사맥스'(4.9%) ▲화이자社의 관절염 치료제 '쎄레브렉스'(5%) 및 콜레스테롤 저하제 '리피토'(4.6%) 등을 꼽았다.
한마디로 약가할인으로 인해 손실이 예견되었던 부분을 약가인상으로 메웠다는 주장이다.
회사별로는 25대 톱-셀링 처방약 가운데 12개를 보유하고 있는 화이자와 BMS가 올들어 첫 3개월 동안에만 제품가격을 평균적으로 각각 4.8% 및 7.2% 올렸다고 로터 국장은 지적했다. 반면 머크의 경우 평균적인 약가인상률은 1.6%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화이자의 로라 글릭 대변인은 "약가가 인상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해마다 1월 전후로 약가인상이 집중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BMS의 롭 허치슨 대변인도 "제약기업들은 신약 1개를 개발하기 위해 평균 8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며 "획기적인 신약의 경우 약가 책정과정에 막대한 R&D 투자비용을 보전해 주기 위한 성격의 몫이 반영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양해를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