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이면 값비싼 약으로...
오늘날 미국의 의사들은 항고혈압제를 처방할 때 보다 신제형에 속하는 고가약을 선택하는 경향이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현실은 현행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고 있는 내용과도 거리가 멀 뿐 아니라 매년 10억 달러 이상의 추가적인 의료비 부담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으로 지적됐다.
하버드大 부속 브리검 여성병원의 마이클 A. 피셔·제리 에이본 박사 공동연구팀은 21일자 '美 의사회誌'(JAMA)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러나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의사들이 고가약 처방을 선호하는 구체적인 사유를 지적하지는 않았다. 다만 제약기업들의 공격적인 광고전략이 한 원인을 제공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피셔 박사는 "광고가 의사와 환자 양자를 타깃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인 만큼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후속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연구팀은 지난 2001년 펜실베이니아州에 거주하는 총 13만3,000여명의 고혈압 환자들의 처방사례를 면밀히 검토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환자들이 2001년 당시 건네받은 처방건수는 200만건를 상회했으며, 여기에 총 4,850만 달러의 약제비가 지출되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전체 처방건수의 40% 정도가 현재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고 있는 것과는 상이한 약물들이 처방되었던 것으로 드러난 대목이었다.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총 1,160만 달러 이상의 비용이 추가로 지출되었음이 확인된 것.
피셔 박사와 에이본 박사는 "이 조사결과를 미국 전체로 확대적용해 보면 고혈압 치료제 한 분야에서만 한해 12억 달러 안팎의 약제비 절감이 가능케 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고가의 처방약인 칼슘채널 차단제가 가장 많이 처방되었고, 여기에 총 1,700만 달러가 지출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칼슘채널 차단제의 건당 평균약제비는 33.39달러 수준이었다.
가장 약가가 저렴한 항고혈압제로 꼽히는 치아짓系 이뇨제의 경우 건당 약제비가 5.33달러에 불과함을 상기하면 상당한 갭이 눈에 띄는 대목.
이와 관련, 美 국가고혈압예방진단교육치료위원회는 다른 합병증을 수반하지 않는 고혈압 환자일 경우 치아짓系 이뇨제를 1차 약제로 사용토록 권고하고 있다.
한편 美 의료제도개선연구센터(CSHSC)의 후앙마이 팜 박사는 "많은 환자들이 최선의 치료법은 가장 값비싼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는 현실도 고가약 처방과 투약을 부추기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저렴한 비용으로 좀 더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는 것.
아울러 많은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현재 사용 중인 약물의 스위치를 금기시하도록 주입하고 있는 현실도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