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정지엔 에피네프린 보다 바소프레신!
부전수축 환자 소생률 끌어올려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4-01-08 18:08   수정 2004.01.08 21:49
흔히 심장박동이 정지한 환자들에게는 합성 아드레날린의 일종인 에피네프린(epinephrine)이 투여되고 있다.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높이는 기전으로 작용하는 에피네프린을 투여하는 방식은 지난 100여년 동안 이어져 내려 온 치료법이다. 제세동기를 사용한 쇼크요법으로도 환자가 소생하지 않을 때 투여되고 있는 것.

그러나 합성호르몬의 일종인 바소프레신(vasopressin)이 매우 위급한 단계의 심박동 정지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는 훨씬 효과적인 약물로 사료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되고 있다. 따라서 갑작스레 심정지(cardiac arrest)가 나타난 환자들에 대한 표준요법제를 변경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는 것.

오늘날 북미와 유럽에서만 매년 60만명 이상이 심장마비 또는 불규칙한 심장박동으로 인해 나타나는 갑작스런 심박동 정지로 인해 사망하고 있는 것이 현실임을 감안할 때 눈에 띄는 연구결과라 아니할 수 없는 대목인 셈이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소재 레오폴드-프란젠스大 의대에서 마취학·응급의학 교수로 재직 중인 폴커 벤젤 박사팀은 8일자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게재한 논문에서 이 같이 밝혔다.

벤젤 박사는 "심정지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단계에 해당하는 부전수축(asystole) 환자들에게 바소프레신을 투여할 경우 환자가 살아서 병원에 도착할 수 있는 확률을 40%, 퇴원해서 집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 확률은 3배 안팎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전수축이란 심장의 모든 기능이 정지한 상태를 의미하는 용어이다.

벤젤 박사팀은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 등 33개국에서 지난 1999년부터 2002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심정지 증상이 나타났던 총 1,186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추적조사를 진행했다.

이 환자들 가운데 절반 정도는 구급대원들로부터 응급조치를 받은 뒤에도 소생하지 않아 바소프레신 40IU 또는 에피네프린 1㎎을 1회 이상 투여받았던 부류였다.

그 결과 부전수축 단계에까지 이르렀던 환자들의 경우 바소프레신을 투여받았던 그룹의 소생률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훨씬 높은 수치를 보였다는 것이 벤젤 박사팀의 설명이다.

벤젤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에 미루어 볼 때 아직 병원에 도착하지 못한 상태의 심정지 환자들을 치료할 때 적용되어 온 국제 치료 가이드라인을 조만간 변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피력했다.

미국 하버드大 의대의 케빈 M. 맥킨타이어 박사도 "이번 연구결과는 매우 중요한 진전을 이룬 것"이라고 높이 평가한 뒤 "하루빨리 새로운 기준마련에 연구결과가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국제소생연락위원회(ILCR)는 이미 수 년전 바소프레신을 에피네프린의 대체약물로 투여하도록 가이드라인을 개정한 바 있다. 에피네프린은 일부 투여자들에게서 불규칙한 심장박동, 소생술 후 뇌로 공급되는 산소량의 감소 등을 수반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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