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미국에서 항균제(또는 항생제) 내성과의 싸움에서 시계추를 수 년까지 뒤로 되돌리는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데믹 상황이 도래한 지난 2020년에 7개 항균제 내성균으로 인한 원내 감염증 및 사망자 발생건수가 전년대비 1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기 때문.
미국 질병관리센터(CDC)는 12일 공개한 ‘코로나19: 항균제 내성이 미국에 미친 영향 2022년 특별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항균제 내성균 감염증으로 인한 위협이 현재도 지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더욱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판데믹 상황이 도래한 첫해에 항균제 내성균 감염증 및 사망자 발생건수가 전년도에 비해 최소한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질병관리센터 항균제 내성 조정‧전략팀의 마이클 크레이그 팀장은 “이 같은 차질(setback)이 일시적인 것일 수 있는 데다 일시적인 것이 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현재의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이 우리가 경계태세를 풀 경우 항균제 내성이 중단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입증해 준 만큼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뒤이어 “항균제 내성균으로 인한 판데믹 상황의 도래를 피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은 그 같은 간극을 인식하고, 미국의 안전을 유지하고 예방대책을 강구하는 데 투자하는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이 절정을 향해 치달았던 지난 2020년에 미국에서 발생한 항균제 내성 실태를 CDC가 분석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2020년 한해 동안 병원 내 카바페넴 내성 아시네토박터균(Acinetobacter) 감염증이 전년대비 78%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을 뿐 아니라 다제내성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 감염증 또한 32%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마찬가지로 원내 반코마이신 내성 장(腸) 구균 감염증이 1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었고, 메치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 감염증의 경우 전년도에 비해 13%가 많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칸디다속(屬) 진균 감염증이 60%, 칸디다속 진균 이외의 칸디다균 감염증이 26% 늘어나는 등 항진균제 내성으로 인한 위협이 고조되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통계치들은 CDC의 2019년 보고서에서 원내 항균제 내성균 감염증이 2012~2017년 기간 동안 27% 크게 감소한 데다 판데믹 상황이 고개를 들기 전까지 그 같은 기조가 지속됐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과는 확연하게 대비되는 내용이다.
2020년 보고서에서 유일하게 상황이 호전된 경우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균(Clostridioides difficile)에 의한 장염(腸炎) 발생건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부분이었다.
보고서를 보면 미국 내 각급병원에서 항생제 사용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데다 항균제 내성균 감염과 이것의 확산을 예방하는 데 핵심적이라 할 수 있는 감염증 예방 및 통제를 위한 지침을 이행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실제로 판데믹 상황이 이어지는 동안 각급병원에서는 개인보호장비의 보급에 차질이 빚어졌을 뿐 아니라 의료인력 부족, 환자 입원기간 장기화 등의 문제점들이 여실히 노출되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각급병원들은 카테터(catheters)와 인공호흡기 등의 의료기기를 잦은 빈도로 장기간 사용해야 하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치중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 같은 판데믹 상황의 영향은 항균제 내성균 감염증의 증가로 귀결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와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판데믹 첫해년도에 의료(healthcare)와 관련해서 총 2만9,400명 이상의 환자들이 항균제 내성 감염증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40%에 가까운 감염증 사례들은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동안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 같은 통계수치들이 어디까지나 제한적인 수준에서 집계된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항균제 내성 감염증이 지역사회 내에서 확산됨에 따라 상당수의 클리닉과 의료기관들이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를 제한한 데다 환자들을 제한적으로 수용했고, ‘코로나19’로 인한 도전에 직면해 완전히 폐쇄되었던 병원들도 한 둘이 아니었다는 의미이다.
이 때문에 CDC의 ‘2019년 항균제 내성 위협’ 보고서에서 집계대상에 포함되었던 18개 병원균들 가운데 9개가 집계에서 누락되었거나 집계가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는 마지막으로 포괄적으로 이루어진 통계가 수록된 2019년 보고서에서 CDC는 미국에서 매년 280만건 이상의 항균제 내성 감염증이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해 3만5,000여명이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2022년 보고서를 보면 판데믹 기간 동안 항생제 처방에도 역주행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열과 숨참 등의 폐렴 유사증상들을 나타내는 환자들에게 일차적으로 항생제들이 처방됐지만, 사실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인 경우가 많았고, 이 경우 항생제는 효과적일 수 없었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불구, 2020년 3월부터 10월까지 이르는 기간 동안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입원한 환자들 가운데 80%에 가까운 이들에게 항생제가 투여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일부 적절하게 처방된 사례들도 없지 않았겠지만, 오히려 환자들에게 부작용이 수반될 위험성을 높이고 내성만 키우고 확산시키는 우(愚)를 범한 경우가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미국 질병관리센터의 데니스 카르도 의료품질진흥국장은 “우리가 효과적인 예방전략의 이행을 강조하고 확대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 가운데 CDC는 비단 미국 뿐 아니라 총 50개국에 육박하는 세계 각국에서 항균제 내성과의 싸움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뒤이어 “우리가 ‘코로나19’ 판데믹 이전에 괄목할 만한 진일보를 이룩했던 만큼 앞으로 다시금 그 같은 진전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우리의 믿음”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