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제약업계가 큰 폭의 약가인하를 불사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장 프랑스와 마테이 보건장관이 지난달 24일 2003년도 사회보장재정법안 초안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내년 7월경부터 참조가격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기 때문.
마테이 장관은 이날 효능이 의심스러운 의약품들의 급여대상 제외, 획기적인 신약의 조기 시장발매 허용 등의 방침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프랑스의 사회보장제도는 올해 33억 유로의 재정적자에 이어 내년에도 39억 유로의 적자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형편이다.
상당한 규모의 적자 발생이 불가피하리라 예상되는 것은 의료보험 재정의 악화에 주된 원인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보건당국의 사회보장재정법안도 보험재정의 지출을 억제하는데 주안점이 두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이를 통해 내년도 의료비 증가율을 5.3%로 억제하고, 약제비 지출도 4% 정도가 늘어나는 수준으로 제어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마테이 장관이 참조가격제 도입방침을 밝히자 제약업계에서는 벌써부터 강한 반발 움직임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참조가격제가 시행되면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들의 경우 일정한 기준선까지만 급여혜택이 제공되고, 상한액을 초과하는 약가는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게 된다. 급여혜택이 제공되는 기준선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해당 품목群의 제네릭 제품들 가격을 가이드라인 삼아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마테이 장관은 참조가격제 도입을 발표하면서 "이 제도가 시행됨으로써 제네릭 의약품들이 보다 활발하게 사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메이저 제약기업들은 제네릭 시장에 대한 활성화 대책조차 강구하지 않은 채 마테이 장관이 참조가격제 도입을 서둘러 내놓았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고 있다.
참조가격제에 맞서 제약기업측이 브랜드명 제품들에 대한 가격을 앞다퉈 낮출 것이므로 의사들은 구태여 제네릭 제품들을 처방하고 조제해야 할 아무런 금전적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되리라는 것.
프랑스 제약협회(SNIP)는 "참조가격제가 환자와 제약업계 모두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소지가 다분하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마테이 장관이 당장 내년부터 상당수 의약품들을 급여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라고 시사한 것에 대해서도 제약업계는 불만의 뜻을 표시했다.
이와 관련, 마테이 장관은 "공정거래위원회(transparency commission)가 향후 몇 개월 동안 기존 의약품들을 ▲효용성이 크게 감소한 품목(no longer useful) ▲효능이 불충분하지만 셀프메디케이션 용도로 아직 효용성이 어느 정도 인정되는 품목(insufficient medical benefit) ▲대체불가 품목(no real alternative) 등 3개 그룹으로 분류하는 작업을 전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SNIP는 "효능군별이 아니라 제품별로 리스트 제외대상 의약품들을 선정하려는 것은 제반 과정이 의학적으로 근거가 불충분하고 성급하게(hasty and medically unjustified delistings) 이루어지게 할 수 있다"며 역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따라서 제외대상 의약품들을 결정하기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엄정한 재평가 작업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해당 제약기업측이 급여대상 의약품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소명할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
다른 한편으로는 R&D에 매진해 온 제약기업들의 경우 참조가격제에 오히려 환영의 뜻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획기적인 신약이 조기에 시장에 발매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약가책정제도를 도입할 방침임을 마테이 장관이 시사했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이 제도는 제약업계가 오랫동안 도입을 염원해 왔던 방식이기도 하다.
SNIP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지 의사를 밝혔다. 다만 "획기적인 신약"(innovation)의 의미가 명확히 규정되어야 할 것이며, 구체적인 시행방안에 대해 제약업계가 올해 안으로 구성된 약가조정위원회(CEPS)와 충분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종案은 10월 말 의회의 표결과 최고행정법원의 심의 등을 거쳐 확정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