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소화장애(celiac sprue) 증상의 구체적인 발병기전이 미국의 한 연구팀에 의해 베일을 벗었다.
이에 따라 아직껏 뚜렷한 치료제가 부재했던 만성 소화장애를 치유하는 약물의 개발에도 가속도가 붙을 수 있을 전망이다.
만성 소화장애는 단백질의 일종인 글루텐(gluten)에 과민성을 나타내면서 유발되는 만성질환의 일종. 글루텐은 밀, 호밀, 보리, 귀리 등에 함유되어 있는 곡물 단백질이다.
지금까지 만성 소화장애는 특별한 치료제가 없어 기껏해야 글루텐을 함유하지 않은 음식물을 섭취토록 하는 것이 유일한 대처방법이었다. 이를테면 치료법은 따로 없고, 증상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법만 있었던 셈.
美 스탠퍼드大·노르웨이 오슬로大 공동연구팀은 27일자 '사이언스'誌에 공개한 논문을 통해 "글루텐에 존재하는 글리아딘이 만성 소화장애 유발에 관계하는 부위(pragment)이며, 그 작용기전을 알아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글리아딘(gliadins)은 단백질들로 구성된 펩타이드의 일종으로 이전부터 글루텐의 주요 독성물질을 이루는 것으로 추정되어 왔다. 그러나 만성 소화장애 환자들에게서 글루텐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전을 통해 독성을 나타내는지는 아직까지 확실히 규명되지 못했었다.
이와 관련, 건강한 腸의 경우 소장 내벽이 융모라고 부르는 작은 돌기들로 뒤덮여 있어 마치 카페트와 같은 형태를 띄게 된다. 반면 만성 소화장애 환자들의 소장 내벽은 매끄럽고 도관(pipe)과 같은 모습을 보이게 된다.
만성 소화장애 환자들의 경우 인체가 필요로 하는 각종 영양물질들이 腸에서 충분히 흡수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여기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腸 내벽의 표면적이 그만큼 적을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
게다가 만성 소화장애는 치료과정(또는 관리과정)에서 장기적으로 골다공증, 불임, 소장암 등 각종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번 연구를 총괄했던 스탠퍼드大 화학·화학공학부의 케이튼 코슬라 교수는 "글루텐의 일부를 이루는 부위인 글리아딘(gliadin)이 腸 내부의 염증발생에 관여하는 기전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글리아딘이 소화되지 않을 뿐 아니라 腸 내부에 염증이 발생하는 반응을 유발했다는 것.
그의 연구팀은 실험실내 연구에서 시험관에 주입한 소화효소들에 글리아딘을 노출시키는 과정을 통해 33개의 아미노산들으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소화를 억제하고 독성을 나타내는 단백질 부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단백질들이 2~6개의 아미노산을 지닌 작은 펩타이드로 대사되는 것과는 차이를 나타내는 대목.
연구팀은 이어 실험용 쥐들과 수술환자들의 생체에서 떼어낸 조직을 배양한 시험관으로 후속연구를 진행했다. 여기서 수술환자들은 만성 소화장애와는 무관한 이들이었다.
이를 통해 글리아딘이 세포를 자극해 腸을 공격하는 매우 작은 크기의 조각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부위에는 프롤린(proline)이라는 아미노산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음도 관찰할 수 있었다.
코슬라 교수는 "단백질들을 소화시키는 효소가 글리아딘을 대사시키고, 그 독성을 무력화시킬 수 있으리라 사료된다"고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