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질을 다량 섭취하는 건강한 식생활이 권고되고 있는 것이 통례이다.
그런데 임신기간 중에는 섬유질 섭취가 모자(母子) 모두를 위해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는 요지의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식물성 섬유질은 장내(腸內) 세균들에 의해 분해되어 면역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주 시드니대학 의과대학 산하 찰스 퍼킨스 센터의 랠프 네이넌 교수가 주도한 공동 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誌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誌(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10일 게재한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자간전증에서 나타난 임신여성의 혈중 아세트산염 수치 감소와 태아의 흉선 및 조절 T세포 발달의 손상’이다.
자간전증(子癎前症)이란 흔히 ‘임신중독(증)’이라고 불리는 증상을 말한다.
네이넌 교수팀은 임신기간 동안 장내 세균의 대사물이 행하는 역할을 규명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했었다.
네이넌 교수는 “천연 섬유질을 과도하지 않게 섭취하는 것이 자간전증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이면서 일차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腸 내부에서 주로 섬유질이 발효될 때 생성되는 아세트산염의 혈중 수치 감소와 가장 빈도높게 발생하는 데다 중증의 임신 관련 증상으로 알려진 자간전증의 발생이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간전증은 임신한 여성들 가운데 최대 10% 정도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간전증에 수반되는 주요 증상들로는 고혈압, 단백뇨, 임신여성에게 나타나는 중증 부종 등이 꼽히고 있다.
게다가 자간전증은 소아의 면역계 발달을 저해하고, 자궁에까지 영향을 미쳐 차후 알레르기 및 자가면역성 질환이 발생할 위험성을 높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네이넌 교수팀은 자간전증이 태아에게서 중요한 면역기관의 하나로 흉골 뒷부분에 있는 흉선(胸線)이 발달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자간전증을 나타내는 임신부들의 태아는 흉선의 발달이 미흡해 건강한 산모들에게서 출생한 신생아들과 비교했을 때 크기가 감소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내용은 흉선 유래 T세포가 알레르기 뿐 아니라 당뇨병을 비롯한 자가면역성 증상들을 예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주목할 만한 것이다.
그런데 자간전증을 나타낸 임신부들로부터 태어난 소아들은 출생 후 4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흉선의 크기가 건강한 임신부들에게서 출생한 소아들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작았음이 눈에 띄었다.
이와 별도로 네이넌 교수팀은 아세트산염이 태아의 면역계 발달에 관여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 실험용 쥐들을 대상으로 한 추가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아세트산염이 태아의 흉선과 T세포 발달을 촉진시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었다.
네이넌 교수는 “임신기간 동안 腸內 세균들의 대사물 생성을 촉진하는 것이 건강한 임신상태를 유지하고, 차후 알레르기 뿐 아니라 자가면역성 질환들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내용은 알레르기 및 자가면역성 질환 발생률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 서구식 식생활이 미치고 있는 영향에 대한 설명을 상당부분 가능케 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네이넌 교수는 피력했다.
서구식 식생활은 고도의 가공식품들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같은 가공식품들은 섬유질 함량이 미미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