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의 제품 밀어내기와 판촉비용 떠넘기기 등을 막기 위한 불공정행위 유형이 마련됐다. 이를 놓고 논란도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노대래·공정위)는 밀어내기 등 본사-대리점간 불공정거래를 예방·억제하기 위해 ‘계속적 재판매거래등에 있어서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세부유형 지정고시’를 5월 12일부터 시행한다고 11일 밝혔다.
그동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는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으로 거래상 지위의 남용에 대해 △구입강제 △이익제공 강요 △판매목표 강제 △불이익 제공 △경영간섭 등으로 규정했다.
이번 고시에 구체적으로 제시된 불공정행위 금지 유형은 △구입강제 △경제상 이익제공 강요 △판매목표 강제 △불이익 제공 △부당한 경영간섭 △주문내역 확인요청 거부 또는 회피 등이다.
특히 판매업자가 청약 또는 구입의사를 표시한 제품명, 수량 등 주문내역 확인을 정당하게 요청한 경우에 (본사가) 이를 거부 또는 회피할 수 없다는 ‘주문내역 확인요청 거부 또는 회피 금지’를 신설했다.
또 이번 고시에서는 판매업자(통상 대리점사업자)가 청약주문하지 않은 상품을 공급업자(통상 본사)가 일방적으로 공급하고 정산하거나 합리적 이유 없이 신제품, 비인기 제품, 재고품 등을 일정 수량 이상 반드시 구입하도록 하는 행위 등을 금지했다.
공정위는 또 판매업자에 대한 판촉행사 비용부담 강요·인력파견 강요·인건비 부담 전가 행위, 판매목표 미달을 이유로 계약 중도해지, 계약기간 중 부당한 거래조건을 추가하거나 계약해지 시 손해배상 청구 행위 등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이와함께 공정위는 필요한 경우 공급업자와 판매업자에게 계속적 재판매거래등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공정위는 본사-대리점간의 거래는 매입거래(대리점이 상품을 매입한 후 재판매), 위·수탁거래(대리점이 본사의 상품을 위탁판매) 등으로 다양해, 이러한 거래 유형을 ‘계속적 재판매거래 등’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고시의 불공정 행위 금지 유형은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4호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에 해당된다.
따라서 고시를 위반하면 공정거래법에 근거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매출액에 100분의 2를 곱한 금액 범위안에서 과징금을 부과받는다. 매출액이 없을 경우에는 5억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이 부과된다.
이번 고시는 지난해 남양유업 사태 등 본사-대리점간 불공정행위가 문제되면서 주문하지 않은 상품을 일방적으로 공급하는 등 불공정행위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8개 업종, 23개 업체를 대상으로 불공정행위 세부 유형 조사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달 중 사업자 대상 간담회 등을 통해 고시 내용을 알리고, 법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불공정거래를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고시에 따라 새로운 논란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구입 강제 금지’ 중 ‘합리적 이유’에 대한 해석이다. 합리적 이유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본사와 가맹점 대표자 단체간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에서는 ‘복수의 가맹점사업자단체가 협의를 요청할 경우 가맹본부는 다수의 가맹점사업자로 구성된 가맹점사업자단체와 우선적으로 협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라 가맹본부가 이른바 ‘어용단체’를 만들어 우선 협상을 통한 ‘합리적 이유’를 만들어 시행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사업자가 불공정 거래 행위(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를 신고하거나 분쟁조정 신청 등을 이유로 거래중지 등 보복조치 금지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5월 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의결됐다.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