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점들의 불공정행위가 계속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소납품업체에 부과한 주요 면세점들의 판매 수수료는 여전히 5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과도한 수수료와 관련해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섰으나 면세점들의 수수료 인하 약속은 제스처에 불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국내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무려 6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 문제는 면세점 매출 가운데 85%를 롯데와 신라 두 대기업이 독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두 업체의 독과점 체제가 구축됨에 따라 비싼 입점 수수료 외에도 국내 브랜드 외면 등 부작용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면세점에 내는 입점 수수료는 지금도 50%에 육박하거나 넘는다. 즉 1억원 어치를 팔면 5,000만원은 면세점 이익이 되는 셈”이라며 “면세점에 입점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지만 들어가더라도 인테리어 비용에 판매직원까지 직접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것저것 다 빼면 마진율이 거의 없다”고 하소연했다.
주목할 만한 지점은 면세점들이 국내 업체들에는 수수료 폭탄을 던진 반면 해외 명품업체들에는 파격적인 특혜를 줬다는 것.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명품 핸드백의 경우 수수료는 최저 14% 선이었다. 즉 해외 명품업체들에는 수수료를 낮게 책정했고, 그로 인한 손실을 국내 업체에 전가한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면세점들의 수수료 폭리는 대기업들이 그동안 얼마나 중소기업들을 쥐고 흔들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며 “정부가 세금 수입을 포기하며 사업권을 내준 만큼 그에 상응하는 공적 기여가 뒤따라야 하지만 실상은 명품 할인매장처럼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 브랜드는 매장 위치 면에서도 홀대를 받고 있다. 일례로 단일 매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인천공항 면세구역에서 승객들이 출국 심사대를 나오자마자 맞이하는 노른자위 구역에는 해외 명품 및 화장품 브랜드들이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과 화장품 매장은 후미진 곳에 위치하는 등 접근성이 좋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2년간 면세점 독과점과 관련해 법 개정을 추진해온 민주당 홍종학 의원은 “면세점이 대기업 독점으로 운영되면서 외국 제품 위주로 판매하고 있고, 특별허가 수수료는 매출액의 30만분의 1 수준만 납부하고 있다. 소수의 기업에 국가가 징세권을 포기한 채 특혜를 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외국계 기업의 입점에 대해선 제도를 보완하고,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수수료에는 상한선을 책정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