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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가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북키부주를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국가재건전선(FRN, 구 AFC/M23)에 성폭력 피해자·생존자의 치료 접근 제한 조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2026년 초부터 사실상 국가재건전선이 통제하는 북키부주 소재 보건당국은 의료진과 의료시설, 인도적 구호 단체를 대상으로 성폭력 피해자·생존자의 치료 접근을 제한하는 여러 조치를 시행하거나 추진해 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러한 조치가 의료정보 비밀보장 원칙과 의료윤리를 훼손하고, 성폭력 피해자·생존자의 보호와 치료 접근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회에 따르면 성폭력의 정의가 축소되며 현지에서 공식 집계되는 피해자·생존자 수가 줄고 있다. 눈에 보이는 외상이 있는 경우에만 성폭력 피해로 인정하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또 성폭력 발생 후 72시간 이내 의료기관을 찾은 경우에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제한하고, 치료 전 경찰 신고를 요구하는가 하면, 폭력이나 성폭력 피해를 입증한다는 명목으로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침습적 신체검사를 요구하기도 한다.
의사회는 현지 세력은 국경없는의사회를 포함한 인도적 구호 단체와 의료기관에 피해자·생존자의 이름과 주소, 가해자 정보 등 치료와 무관한 개인정보를 수집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정보는 치료에 필수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사회적 낙인을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조치가 환자의 비밀보장을 훼손하고 피해자·생존자를 추가적인 위험에 노출시키며, 국제 의료윤리 기준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성 환자들은 인도적 구호 단체가 지원하는 진료소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하려는 취조나 위협을 당하기도 했다고 보고했다.
아울러 보건의료 종사자와 보건 분야 협력기관들은 새로운 조치를 따르지 않을 경우 업무 정지나 구금을 당할 수 있다는 위협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러한 압박으로 일부 의료진은 성폭력 피해자·생존자 치료를 주저하거나 관련 업무를 중단하고 있으며, 그 결과 성폭력 피해자·생존자의 치료 접근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생존자를 대상으로 한 진료 건수는 최근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또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북키부주의 여러 보건시설에서는 관련 진료 기록 수십 건이 삭제되면서 공식적으로 보고되는 사례 수가 크게 줄었다. 일부 시설은 아예 사례 기록을 중단했으며, 몇 달 동안 극소수의 사례만 보고한 곳도 있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북키부주 일부 의료시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6년 8월 성폭력 관련 치료를 받은 인원은 같은 해 1월보다 41% 감소했다. 다른 지원 시설에서도 큰 폭의 감소가 확인됐다. 2025년 월 평균 약 80명의 피해자·생존자에게 치료를 제공하던 시설이 2026년에는 월 9명만 진료한 사례도 있었다. 지역사회에서는 의료서비스 이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는 보고도 이어지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당국에 신고하거나 법적 절차를 밟도록 요구해선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중요하지만, 신고를 치료의 전제조건으로 삼으면 피해자·생존자가 긴급한 치료를 받는 것을 주저하게 하고, 이들을 추가적인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케 보에레(Akke Boere) 국경없는의사회 운영국장은 “위기를 눈에 덜 띄게 만든다고 해서 그 이면의 폭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보고되는 사례 수가 줄었다고 해서 성폭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뜻도 아니다. 이는 피해자·생존자들이 안전하고 비밀이 보장되는 치료를 받기까지 더 많은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의미”라며 "성폭력 생존자는 누구나 안전하고 비밀이 보장된 환경에서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보건당국은 의료진에 대한 압박을 중단하고,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은 물론 환자의 비밀보장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콩고민주공화국 동부에서 성폭력은 수십 년간 이어진 무력분쟁과 취약한 사법보호 체계, 성폭력을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 성별에 따른 규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지속돼 온 위기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재 북키부주, 남키부주, 이투리주에서 16개 프로젝트를 통해 의료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2024년 콩고민주공화국 전역의 국경없는의사회 지원 의료시설에서 약 4만5,000명의 성폭력 피해자·생존자가 치료를 받았으며, 2025년 5만3,000명으로 증가했다. 2026년 상반기 북키부주에서만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성폭력 피해자·생존자 1만9,400명 이상을 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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