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 해결 위해 '체계적·미래 지향적인 시스템' 구축 필요
KIST 뇌기능연구단, "국가·사회가 적극적 도움 제공해야 할 것"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11-06 06:00   수정 2023.11.06 06:00
KIST 뇌기능연구단 임혜인 박사와 배진희 박사는 사회적인 마약류 종독을 해결하기 위해선 체계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치료·재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사진은 마약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표현한 이미지. © 어도비 스탁

최근 급증하고 있는  마약류 관련 범죄 해결을 위해선 체계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마약 중독 치료·재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KIST 뇌기능연구단 임혜인·배진희 박사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서 발간한 ‘마약류 과학정보지’의 특별기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마약류 중독 치료와 재활은 단순히 약물을 끊는 것을 넘어, 환자의 전반적인 중독과 치료, 신체와 정신 건강, 그리고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변수까지 감안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2015년 이후 마약사범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1만8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같은 해 마약 중독 환자 수도 721명으로 2018년 429명 대비 1.7배나 급증했다.

더 심각한 것은 성인뿐 아니라 아동, 청소년까지도 마약 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 밀반입돼 들어오는 마약의 양이 증가했을 뿐 아니라 인터넷, SNS 등을 통해 마약류 접근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이는 2030의 젊은층뿐 아니라 10대 마약사범 수도 급격하게 증가시키고 있다.

마약류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2016년 기준, 형사사법 비용, 생산성 손실 비용, 의료·복지 비용 등을 포함해 4조 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현재 손실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커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단은 사회적인 마약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먼저 마약 중독이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중독이라는 단어는 △’독성’을 의미하는 중독(Intoxication, 생체가 음식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해 보이는 기능장애)과 △’의존성’을 의미하는 중독(Addiction, 약물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등이 있다. 마약의 경우 독성과 의존성 둘 다를 유발한다. 중독에서 벗어나기 힘든 이유는 바로 의존성 때문이다.

의존성 또한 2가지로 나뉜다. △신체적 의존성(Physical Dependence)과  △정신적 의존성(Psychological Dependence)이다.

신체적 의존성은 약물 사용으로 생리 상태가 변하여 내성 및 금단이 나타나는 상태를 의미한다. 내성은 말 그대로 약물을 사용했을 때 효과가 점차 감소하거나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선 용량을 증가시켜야 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금단은 약물 사용을 중단하거나 감량했을 때 몸에서 느끼는 불편한 증상이다.

심리적 의존성은 긴장과 감정적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약물을 원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심리적 의존성만 있을 경우 약물 중단으로 인한 금단증상 및 지속 복용으로 인한 내성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마약 대부분은 신체적, 심리적 의존성을 모두 유발하는데, 이러한 의존성 때문에 마약류를 한 번 접하게 되면 어느 정도 치료가 된 후라도 다시 마약류를 찾게 되는 ‘재발률’이 높아지게 된다.  연구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마약사범의 재범률은 35%로 매우 높은 편이다.

연구단은 마약 중독 치료·재활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연구단은 “마약 중독과 관련된 우리 사회의 관심은 마약류 취급 및 관리·감독, 처벌에 초첨이 더 맞추어져 있다”며 “마약 중독자에 대한 치료와 재활과 관련된 사회적 인식이나 인프라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임혜인 박사는  “마약 중독에 관한 법제적 처리만큼이나 치료와 재활 시스템의 구축은 우리 사회에가 당면한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연구단은 마약 중독에 대한 치료·재활 시스템 구축을 위해 고려하고 반영해야 할 요소로 △마약 중독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측정 방법’ 고안 △마약 중독 정도 및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표준화된 ‘지표’ 마련 △마약 중독의 증상 또는 단계별로 적용할 수 있는 치료·재활 기술들의 ‘세분화’ △마약 중독 반응 ‘예측 시스템’ 등 4가지를 언급했다.

치료와 재활을 위해선 마약 중독자 증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신경생리학적 반응성에 대한 객관화된 데이터가 필요하다. 중독의 각 단계에서 나타나는 신경생리학적 반응성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실험적 방법들을 고안하고 표준화하는 절차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표준화된 실험 방법들을 활용해 중독자들의 중독 단계별 생체 반응성 데이터를 수집하고, 빅데이터 분석 및 머신러닝 등의 방법을 활용해 중독자의 중독 정도 및 상태에 대한 객관화된 지표를 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중독 단계별 신경생리학적 및 인지 행동학적 기전 규명 등과 관련된 다양한 전임상 및 임상 수준의 연구들이 수반돼야 한다고 연구단은 설명했다. 중독 상태에 대한 표준화된 지표들은 향후 마약 중독자의 중독 정도 및 상태를 평가할 때 기준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마약 중독의 각 단계에서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생체 및 행동 반응성을 정상화하기 위해 중독 각 단계, 증상 정도에 따라 최적화된 맞춤형 치료·재활 방법의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단순 투여자의 경우, 재활 프로그램만으로 일상 복귀가 가능하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 치료제 사용과 함께 재활 프로그램의 동시 적용이 필요하다. 이러한 재활 프로그램 또한 중독 증상에 따라 선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의 세분화 및 체계화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연구단은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연구단은 마약 중독과 관련된 생체상태를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약에 대한 갈망이 일어나기 직전 생체의 상태를 감지하고 위험 신호를 마약 중독 당사자 또는 의료진에게 인지시키는 장치가 개발될 수 있다면, 중독 재발을 신속하게 제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단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겠지만, 마약 중독에 대한 실효성이 있고 안정화된 치료·재활 시스템 구축을 통해 마약 중독자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적극적인 도움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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