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화사고 판례]처방감사 기능 중요
소화제를 혈당강하제로 처방·조제
유성호 기자 shyoo@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2-07-23 13:18   
최근 수원지방법원은 의사의 과오처방으로 인해 조제된 약을 먹고 뇌손상을 입은 환자가족이 병원과 담당의사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에서 원고에게 1억1,3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담당의사가 소화제를 처방한다는 것을 착오로 혈당강하제를 처방, 이를 복용한 환자가 저혈당성 뇌손상을 입은 사례다.

이번 약화사고는 의약분업 전인 99년에 발생해 약사의 복약지도 의무화가 법제화되기 이전이라 조제한 약사는 '직격탄'을 비껴 갔지만 법원은 "약사는 약을 교부하면서 약의 종류와 복용방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 주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에 대한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음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잘못된 약물을 복용하도록 하여 영구 장애를 유발했다"며 사고 인과관계에서 약사의 책임을 지적했다.

만약 이 사건이 의약분업 후에 발생했다면 조제약사 역시 피고로 고소돼 손해배상 책임을 면키 어려웠을 것이다.

병원약사회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교훈은 의사의 처방에 대한 약사의 처방감사 기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일깨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소병원이 경영난을 이유로 약사를 줄이거나 아예 두지 않아 처방감사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태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같은 약화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약국에 처방전을 접수시키면 조제에 앞서 처방전 감사가 최우선 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처방전 감사에 있어 중점적으로 살펴야 할 사항은 △처방용량이 미달이거나 과량인 경우 △적응증이 없는데 사용되고 있는 약물 △적응증에 대해 치료약물이 없는 경우 △질병에 대해 잘못 처방된 약물 △심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의 사용 △중복 처방 △임상적으로 중요한 약물-약물, 약물-질병 △약물-음식간의 상호작용 △환자가 복약을 순응할 수 없는 처방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의사 처방에 대한 감사와 효율적인 복약지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건의 개요
환자 박모씨(여·당시32세)는 지난 99년 12월 우울증세와 불면증으로 의료법인 K의료재단 산하의 A병원에 외래로 다니며 안정제를 처방 받아 복용하던 중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어지러우며 구토증상이 있어 이 병원 의사인 백모씨에게 진료를 받았는데 의사 백씨는 위장관작용제인 듀스파타린을 처방한다는 것을 착오로 혈당강하제인 '다이아비네스'를 하루에 세 번씩 2주일간 복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처방을 했다.

환자 박모씨는 경구용 혈당강하제 다이아비네스 2주일 분을 이 병원 약사로부터 약의 종류와 복용방법 등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교부받아 이를 소화제로 알고 하루에 세 번씩 복용했다.

환자 박모씨는 혈당강하제를 복용한 지 4∼5일이 지나서 다이아비네스의 부작용 증상 중 하나인 오심과 구토 증세가 발생하였으나 소화불량과 관련하여 발생한 증상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계속하여 이 약을 복용하다가 결국 9일째 극심한 저혈당 상태로 인한 쇼크가 발생해 의식을 잃은 채 A병원 응급실로 실려갔고, 이로 인하여 환자는 저혈당성 뇌손상으로 인한 영구적인 장해가 발생했다.

손배책임 성립
의사 백모씨는 약을 처방함에 있어 환자의 증상에 따른 정확한 약을 처방해야 하고 정확한 약이 처방되었는지를 확인해 환자가 정확한 약을 복용하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착오로 소화제 대신에 환자의 증상과 전혀 상관없는 경구용 혈당강하제인 다이아비네스를 처방하고 이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환자에게 교부, 이를 복용하도록 했고 조제한 약사는 약을 교부하면서 약의 종류와 복용방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 주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에 대한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음으로써 환자로 하여금 잘못된 약물을 복용하도록 해 저혈당성 뇌손상으로 인한 영구적인 장해가 발생되게 하였으므로 의사 백모씨는 불법행위자 본인으로서, A병원은 의사과 약사의 사용자로서 연대하여 환자와 환자가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법원 주문
병원과 의사는 연대해 환자 본인에게 1억312만7,265원, 남편에게 600만원, 아들에게 4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과 피고들의 모든 소송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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