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에 흔들리는 약업경제
의약품 반품등 약국-제약-도매 갈등등
취재종합 기자 yakup@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2-07-11 07:02   
복지부의 연이은 약가인하 조치로 약업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복지부는 7월 1일자로 136개사 781품목의 보험약가를 평균 2.9% 인하한데 이어 8월 1일자로 105개사 776개 품목의 보험약가를 평균 9.14% 인하조치했다.

복지부는 올 상반기 전국 도매상·요양기관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약품 거래실태와 실거래가제의 도입을 전후해 의약품 제조업소가 특정 도매업소와 평균가격 보다 현저하게 저가로 공급했거나 상한금액보다 낮게 거래된 사실이 확인된 의약품의 보험약가를 내렸다고 밝혔다.

특히 복지부는 보험약사의 거품을 제거하고 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청구금액이 많은 의약품과 특정 도매상에게만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는 품목도매, 의약품공급업자와 의료기관간의 담합 등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조사한 후 해당 품목에 대해서는 약가를 인하하겠다고 밝혀 향후 보험약가 인하조치는 계속될 전망이다.

복지부의 이같은 약가인하조치에 대해 약업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일부 제약회사의 경우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준비중에 있으며, 개국가는 약가인하 조치에 따른 준비기간 미흡과 차액보상책 미비 등으로 약국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약업계>
복지부의 일방적 보험약가 인하 드라이브 정책에 제약업계가 강력히 반발 하고 있다. 이는 명확한 사후관리의 기준이 없이 '현저한 저가공급'의 자의적 해석에 따른 일방적 인하에 분통을 터트리고 사상초유의 행정소송도 불사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이와함께 사후관리에서 변칙적 거래로 적발된 품목도매에 대한 원성도 날로 높아지고 있어 차제에 도매업계도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특히 계속되는 약가인하는 구조적으로 과당경쟁에 원인이 있는 만큼 어느정도 유통질서를 확보해야만 제약-도매-약국(병·의원)이 공존할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 있는 약업경제를 구현하기 위해서도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이구동성으로 제기되고 있다.

제약업계는 보험약가 인하기준이 합리적으로 마련되어 제약회사들의 의견도 적극 반영되어야 하며, 최저가 인하로 보험재정을 절감하려는 정부의 발상은 잘못 되었다는 점에서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정책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차제에 정부가 규제완화의 부작용으로 파생한 품목도매의 경우 창고도 없이 사무실만 두고 일부 제약회사의 사주를 받아 변칙영업으로 물의를 일으켜 약가인하를 부채질 하는 부작용을 원천적으로 봉쇄할수 있는 제도개선도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도매업계>
정부의 약가인하 방침과 관련 도매업계는 일단 큰 피해는 없을 것이란 반응이다. 재고량도 많지 않고 인하폭도 크지 않은데다, 인하폭이 크면 제약사로부터 보상을 받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도매업계가 실제 우려하는 부분은 약가인하 방침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양분된 시각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이번 방침이 총판도매와 업계에 만연한 품목도매를 일정부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제약사가 업계의 능력 등 전반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업소에만 총판을 맡기거나, 일부 품목을 떠넘겨 가격질서를 문란시킴에 따라 선의의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OTC업계의 한 사장은 "제약사들이 도매업소의 경쟁심리를 이용, 제품을 헐값에 넘김에 따라 경쟁도 치열했고 일부 제약사들은 이를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며 " 어느 정도 거르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매업계가 근본적 원인 제공자로 지목하는 제약사들이 약가인하에 대한 책임을 도매업계로 넘기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도매업계 전체가 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제약사가 제품을 무기로 더욱 우월적 지위로 나설 수 있고, 도매업소들은 제품을 받기 위해 무분별한 경쟁에 나설 가능성도 많기 때문이다. 정부의 도매업소 난립 방지 노력이 없으면 이 같은 양상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판단이다.

에치칼업계 한 간부는 "현재 제약사들이 도매상을 이용하기 편리하게 돼 있다. 난립에 따른 우월적 지위도 있거니와 연고주의 지역주의를 비롯,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밀어주기도 한 몫하고 있다"며 "제약사들과 도매업소들이 지금의 영업방식에 만족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개국가>
잦은 약가인하로 개국가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수시로 바뀌는 보험약가로 보험청구 소프트웨어를 손봐야 하고 약가 차액 발생분에 대해서는 제약사와 도매상을 상대로 실랑이를 벌어야 한다.

일부 영세한 프로그램 업체들은 손이 없다는 이유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보험청구는 해야하는 데 낭패를 당한 일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는 항변이다.

또 차액분 정산을 위해 제약사와 도매상은 정확한 재고파악을 요구하고 있지만 약국업무와 재고파악을 병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대부분 약가 차액에 대한 손해를 감수하는 경우도 있어 약가 인하폭이 큰 제품이 많이 있을 경우 상당한 손실을 가져오기도 한다.

따라서 약가 차액 보상에 대한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S약국 한 약사는 "일부 약국에서는 약가 차액 보상을 받았다는 소리도 있지만 나는 단 한번도 받아보질 못했다"며 "반품과 같은 번거로운 과정 없이 차액분에 대한 보상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는 별도로 급여품목에서 비급여품목으로 전환되는 경우 환자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부 항의가 발생하는 등 불신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대문 E약국 약사는 "정부의 제도가 서민들에게까지 확실히 전달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약사들이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약가인하에 따른 고충에 불신까지 받게돼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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