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약분업과 함께 의와 약이 혼재돼 있던 우리 보건의료 환경은 의와 약이 자신의 전문 영역을 명확히 하고 이를 통해 국민에게 보다 전문성 있고 안전한 약료․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하지만 충분한 국민․전문직능인의 인식과 재정 등 기반이 충분히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선진 제도 도입은 특정 직능에 의한 제도의 왜곡, 특히나 약사직능의 기능적 약화와 경영적 어려움을 야기하기도 했다. 진단, 처방, 조제에 이르던 직무가 사실상 조제로 축소되는 대신 처방검토와 복약지도 부분은 아직 성장하지 못했다. 현실이 제도의 이상적 측면을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직능의 생존과 발전, 그리고 올바른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는 당장의 수입과 직결되지 않더라도 전문성을 기르고 블루오션을 개척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본지는 이 같은 측면에서 혼란스러운 현실로부터 한걸음 비켜난 곳에서 외길을 걸어온 한 선배 약사의 이야기에서 본질적인 해답에 대한 교훈을 얻어보고자 강릉시 성산면 분업예외지역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유명약국’ 정자화 약사를 만나봤다. |
눈길을 헤치고 찾은 그곳에는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아담한 ‘옛날 약국’ 하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대형화와 세련된 인테리어, 분주한 분위기의 요즘 약국 이미지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곳이 멀리 삼척, 인제에서까지 차를 대절해 찾는 그 약국이라고는 선뜻 짐작되지 않았다.
‘유명약국’ 정자화 약사.
약국 만큼이나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와 푸근한 인상 속에 실력에 대한 자신감과 소신 있는 고집으로 살아 온 초로의 베테랑 약사에게 그의 약국·약사론을 청했다.
그 시절, 실력으로 인기 떨친 명약사
분업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국립의료원에 근무하며 배우고 스스로 쌓은 유아들에 대한 처방조제 노하우로 입지를 다지고 상당한 인기를 얻었었다.
“유․소아들의 처방은 어른들과 달리 독특한 특성이 있어 노하우가 없는 이들은 어려워하는데, 의료원에 근무하며 배운 지식과 구축해 둔 의약품 리스트 등을 살리고 끊임없이 공부하면서 다른 약국이나 병의원에 비해 잘 듣는다는 인정을 받게 됐었죠.”
당시만 해도 의료기관이 많지 않았던 강원도 지역에서 그나마 있던 강릉의료원에서 안되면 원주, 서울까지 가야하는 상황에서 병원에서도 서울로 가라고 하는데 정 약사가 지어주는 약을 먹으면 신통하게 잘 들었으니 사람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소신 살린 입지선택 & 적극적 영역 변화
하지만 그로서도 덜컥 나타난 의약분업이라는 장벽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그도 시내의 좋은 입지로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점찍은 자리의 만만치 않은 가격문제도 있고 그 동안 다져 온 전문성과 인지도를 사장시키기도 싫어 아예 남들과는 정 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분업예외지역인 지금의 자리로 나와 버린 것이다.
“많은 변화가 있었죠. 일단 번화한 중심 시가지에서 인기 끌던 약사에서 한순간에 한적한 시골약국 약사가 된 거죠. 허허. 이전에는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처방을 중심으로 운영했던 것을 이곳으로 오면서 노인성 만성질환과 한방과립 조제로 확 바꾸었습니다.”
입지와 전문분야 바꿔도 일단 쌓여 있는 그의 전문성과 인지도, 그리고 새로운 영역에 대한 지속적인 실력배양 노력은 금새 다시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책을 보며 공부하고 이전부터 멘토였던 한병훈 박사로부터 자문을 받는 것은 물론 드럭인덱스와 해외뉴스에 소개되는 최신 의약품 정보를 누구보다 먼저 습득해 미리미리 변화에 대비했다. 동문들로 구성된 공부모임인 ‘청랑’ 회원들과의 교류를 통해 서로의 경험방을 공유함으로써 노하우를 축적하는데도 힘썼다.
공부하는 약사만이 살아남는다
노력과 전문성, 그리고 직능에 대한 소신으로 외길을 걸어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정 약사는 후배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청하는 질문에 조심스럽지만 확고하게 의견을 밝혔다.
“공부하는 약사만이 살아남습니다. 물론 지금의 분업현실에서 예외지역으로 나와 있는 제 이야기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현실에 순응해 조제에만 매몰된 채 실력개발을 소홀히 하게 되면 장차 발달하는 기계와 인터넷 환경 속에서 약사 직능은 퇴화돼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약의 효능․효과나 부작용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
정 약사는 더불어 정부나 업계가 전문성을 기른 약사들의 노하우를 보호해 주고 그에 맞는 대우를 해 줘야 더욱 전문성을 기를 것이고 결국 국민들에게 보다 우수한 복약지도와 처방검토 등 약료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의약분업 과정에서 약사의 전문성을 보다 인정해 주었다면 의약품으로 인한 부작용 통제는 물론 의약품의 새로운 효능개발 등 순효과가 많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좋은 후배에 노하우․약국 전수하고 싶어...
어느새 60대 중반... 이제 슬슬 은퇴를 하고 좁은 약국에서만 활동하던 생활을 벗어나 세계여행을 다니며 넓은 세상을 마음껏 보고 싶다는 정자화 약사. 그는 좋은 사람이 나서면 약국을 물려주고 그 동안 어렵게 쌓아 온 의약품에 대한 지식, 과립조제에 대한 노하우들도 열심히 배우겠다는 후배들이 있다면 얼마든지 가르쳐주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단, 스스로 공부를 어느 정도 해야 더 빠르게 배울 수 있고, 적극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려는 즈음 갑자기 생각난 듯 후배들에게 한 가지 메시지를 더 남겼다.
“요즘이야 우리들 때 보다 훨씬 잘 배우겠지만 가능한 인체에 대한 보다 정확한 지식을 갖추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환자는 배가 아프면 대략 위가 쓰리다, 어디가 안 좋다 하는데 그런 말만 듣고 약을 주다 보면 잘못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때문에 약사 스스로가 인체에 대해 좀 더 정확한 지식을 갖고 질문을 통해 증상을 정확히 파악해 대안을 내 주어야 합니다.”
| 01 | 약학정보원, 유상준 원장 해임 의결…이사회 ... |
| 02 | [약업분석] 지씨셀 1Q 매출 374억원…순손실 ... |
| 03 | [약업분석] 에스티팜 1Q 미국 매출 전년동기... |
| 04 | 아이큐어,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도네페... |
| 05 | GC녹십자,AI 기반 ‘혈우병 관절병증 예측 임... |
| 06 | 시선 AI, 100조원 규모 호흡기 치료 시장 겨... |
| 07 | 동아ST, 브라질 CARDIOS와 ‘하이카디 플러스... |
| 08 | 라파스,‘붙이는’ 알레르기 비염 면역치료제 ... |
| 09 | 피플바이오, 대치동 자산 매각 추진… 재무구... |
| 10 | 파마리서치,강릉 5공장 착공..국내-글로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