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막힌 소세포폐암 2차 치료…‘생존 연장’ 새 기준 열렸다
임델트라, DeLLphi-304서 전체생존기간 13.6개월…항암화학요법 8.3개월
사망 위험 40% 감소…DLL3 표적 BiTE로 기존 항암제와 다른 치료 접근
안명주 교수 “2차 치료서 생존 개선 확인 의미”…허가 넘어 환자 접근성 과제로
최윤수 기자 │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10-01 14:55   
암젠 코리아가 ‘소세포폐암 치료의 새로운 전환, 임델트라로 달라지는 삶의 기회’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안명주 한양대학교병원 교수, 배민지 암젠 의학부 상무가 QnA를 진행하고 있다. ©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소세포폐암은 폐암 가운데서도 진행 속도가 빠르고 재발 이후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인 암으로 꼽힌다. 1차 치료에 반응하더라도 상당수 환자가 수개월 내 다시 진행하고, 재발 이후에는 환자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다음 치료 기회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십 년 동안 항암화학요법 중심으로 유지돼 온 이 같은 2차 치료 영역에 DLL3 표적 이중특이적 T세포 관여항체(Bispecific T-cell Engager, BiTE)가 새로운 치료 축으로 들어오고 있다.

암젠코리아는 1일 서울 용산 나인트리 프리미어 로카우스에서 ‘소세포폐암 치료의 새로운 전환-임델트라로 달라지는 삶의 기회’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세포폐암 치료 환경과 임델트라(성분명 탈라타맙)의 임상적 근거를 소개했다.

이날 안명주 한양대학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소세포폐암 치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배민지 암젠코리아 의학부 상무는 ‘임델트라, BiTE 혁신 기술이 소세포폐암 치료에 더하는 새로운 가치’를 주제로 발표했다.

임델트라는 소세포폐암을 적응증으로 개발된 이중특이적 T세포 관여항체다. 국내에서는 2025년 5월 확장병기 소세포폐암 3차 이상 치료제로 처음 허가됐으며, 올해 7월 백금 기반 화학요법 중 또는 이후 질병이 진행된 재발 또는 불응성 확장병기 성인 환자로 적응증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2차 치료부터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치료 반응 빨라도 재발도 빨라…2차 치료부터 선택지 급감
안명주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임델트라 자체보다 먼저 소세포폐암이 갖는 치료상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폐암은 크게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나뉜다. 비소세포폐암에서는 병기에 따라 수술이나 방사선치료, 전신치료 등을 선택할 수 있지만 소세포폐암은 조기에 전신으로 퍼지는 특성이 강해 치료 접근 자체가 다르다. 특히 환자가 증상을 느끼고 진단받을 때에는 이미 뇌, 간, 뼈, 부신이나 반대쪽 폐 등으로 전이된 확장병기인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소세포폐암 치료의 또 다른 특징은 초기 치료 반응과 장기 생존이 반드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백금계 항암제와 에토포사이드 기반 치료에 초기 반응을 보이더라도 대부분 다시 진행하며, 재발 이후부터 치료 선택지가 급격하게 줄어든다.

소세포폐암에서는 오랜 기간 에토포사이드와 카보플라틴 또는 시스플라틴 등 항암화학요법이 치료의 중심을 차지했다. 이후 2020년 전후 아테졸리주맙이나 더발루맙 등 면역관문억제제가 1차 치료에 도입되면서 약 30년 만에 처음으로 전체생존기간 개선이 확인됐지만, 안 교수는 이 역시 2차 치료 이후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1차 치료 이후 병이 진행하면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

안 교수에 따르면, 일부 환자는 1차 치료 후 빠르게 뇌나 간 등으로 전이가 진행하면서 전신 상태가 악화돼 2차 치료 자체를 받기 어렵다. 실제 진료에서는 1차에서 2차 치료로 넘어가는 환자 비율이 감소하고, 다시 3차 치료까지 이어지는 환자는 더 줄어든다. 기존 2차 치료에는 이리노테칸, 토포테칸, 암루비신, 러비넥테딘 등 항암화학요법이 사용돼 왔지만 효과 지속기간이 제한적이라는 문제가 있었다.

안 교수는 “소세포폐암은 비소세포폐암과 달리 재발 이후 환자 상태가 굉장히 빠르게 악화된다”며 “30여 년 동안 여러 약제가 연구됐지만 2차 치료에서 기존 항암화학요법 대비 생존을 유의하게 개선한 치료제는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안명주 교수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임델트라 13.6개월 vs 항암제 8.3개월…사망 위험 40% 감소
이 같은 치료 환경에서 임델트라의 2차 치료 근거가 된 연구가 3상 DeLLphi-304다.

DeLLphi-304는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중 또는 이후 질병이 진행한 소세포폐암 환자 509명을 대상으로 임델트라와 연구자가 선택한 항암화학요법을 비교한 다국가 무작위배정 공개형 3상 연구다. 대조군에는 토포테칸, 러비넥테딘 또는 암루비신이 사용됐다.

연구의 일차평가변수는 전체생존기간(OS)이었다.

분석 결과, 임델트라군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13.6개월로 나타났다. 항암화학요법군은 8.3개월이었다. 사망 위험은 임델트라군에서 항암화학요법군 대비 40% 낮았다.
안 교수는 이 결과를 소세포폐암 2차 치료에서 중요한 변화로 평가했다. 이전 DeLLphi-301 연구에서도 임델트라의 항종양 활성이 확인됐지만, DeLLphi-304는 기존 항암화학요법과 직접 비교해 전체생존기간을 일차평가변수로 개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임델트라군 4.2개월, 항암화학요법군 3.7개월이었다. 중앙값만 놓고 보면 두 군 간 차이는 0.5개월이지만 치료 후 시간이 지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12개월 시점 무진행생존율은 임델트라군 20%, 항암화학요법군 4%였다.

안 교수 역시 발표에서 PFS 중앙값 자체보다 장기간 치료 효과가 유지되는 환자군에 주목했다. 초기에는 두 치료군 간 차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보이지만 6개월, 12개월로 시간이 지나면서 생존곡선이 벌어졌으며, 치료에 반응한 일부 환자에서는 효과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양상이 관찰됐다는 설명이다.

객관적반응률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안 교수 발표에 따르면 기존 항암화학요법군의 반응률은 약 20%인 반면 임델트라군은 약 35%였으며, 반응을 보인 환자에서 치료 효과가 유지되는 기간 역시 임델트라에서 더 길게 나타났다. 호흡곤란이나 기침, 흉통 등 환자보고결과에서도 개선이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뇌전이·빠른 재발 환자에서도 일관된 개선 방향
소세포폐암에서 뇌전이는 중요한 예후인자 가운데 하나다. 질환 자체가 뇌로 전이되는 비율이 높은 데다 뇌전이가 발생하면 치료 선택과 예후 모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DeLLphi-304에는 뇌전이와 간전이 등 예후가 좋지 않은 환자들도 포함됐다. 안 교수는 연구 참여 환자 중 상당수가 뇌전이 또는 간전이를 갖고 있었고, 1차 항암치료 후 3개월 이내 빠르게 질병이 진행한 환자 역시 다수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사전 정의된 탐색적 하위군 분석에서는 이전 또는 현재 뇌전이가 있는 환자에서도 임델트라군의 사망 위험이 항암화학요법군보다 낮은 방향으로 나타났다.

안 교수는 1차 치료 종료 후 3개월 이내 재발한 환자와 이후 재발한 환자, 뇌전이가 있는 환자와 없는 환자 등 여러 하위군에서 전체생존 개선 방향이 일관되게 관찰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뇌전이 결과는 탐색적 하위군 분석인 만큼 전체 연구의 일차평가변수인 전체생존기간 결과와는 구분해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배민지 상무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면역 억제 풀던 치료에서 ‘T세포 직접 연결’로
임델트라가 기존 치료제와 구분되는 또 다른 지점은 작용 기전이다.

배민지 암젠코리아 의학부 상무는 기존 면역항암제가 암세포가 T세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형성한 면역 억제 신호를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BiTE는 암세포와 T세포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BiTE는 서로 다른 두 개의 표적을 동시에 인식하도록 설계된 이중특이적 항체다. 임델트라는 소세포폐암 세포 표면의 DLL3와 T세포 표면의 CD3를 동시에 결합한다. 이를 통해 세포독성 T세포를 암세포 가까이 끌어오고, 활성화된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일반적인 T세포 항암반응에서 필요한 T세포수용체와 MHC를 통한 항원 인식 과정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DLL3는 소세포폐암에서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발현되는 표적이다. 배 상무는 문헌상 소세포폐암 환자의 약 85~96%에서 DLL3 발현이 보고됐으며, 병기나 치료 차수와 관계없이 높은 수준으로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상세포 표면에서는 제한적으로 관찰되는 특성을 갖는다는 설명이다.

BiTE 자체는 소세포폐암에서 처음 사용된 기술은 아니다. 암젠은 앞서 혈액암 분야에서 BiTE 기반 치료제를 개발해 왔으며, 임델트라를 통해 이 플랫폼을 고형암인 소세포폐암으로 확장했다. 배 상무는 “면역세포만 활성화하는 것이 아니라 면역세포와 암세포 두 표적을 동시에 인식해 T세포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항암제와 다른 이상반응…CRS 관리가 핵심
치료 기전이 달라지면서 이상반응 양상 역시 기존 항암화학요법과 차이를 보인다.

항암화학요법에서는 골수 기능 억제에 따른 호중구 감소, 빈혈, 혈소판 감소 등 혈액학적 이상반응과 구역·구토 등이 주요 문제로 나타난다. 반면 임델트라는 T세포를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CRS)과 면역효과세포연관신경독성증후군(ICANS)이 발생할 수 있다.

안 교수 발표에 따르면, CRS는 전체 등급에서 절반가량의 환자에게 나타날 수 있지만 대부분 낮은 등급이었으며, 3등급 이상의 중증 CRS는 드물었다. CRS가 예상되는 만큼 치료 초기에는 전처치와 함께 환자의 체온, 혈압, 산소포화도 등을 모니터링하는 관리가 필요하다.

ICANS 역시 발생 가능성이 있지만 빈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설명이다. 기억력 변화나 말이 어눌해지는 등의 신경학적 증상을 조기에 발견해 스테로이드 등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임델트라의 도입은 단순히 기존 항암화학요법보다 이상반응이 많거나 적다는 문제라기보다, 치료 과정에서 관리해야 하는 독성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의미에 가깝다.

2차 치료까지 허가…다음 과제는 실제 환자 접근성
임델트라의 국내 치료 위치도 달라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5월 확장병기 소세포폐암 3차 이상 치료제로 처음 허가된 이후 올해 7월 2차 이상으로 사용범위가 확대됐다. 미국 NCCN 가이드라인에서도 소세포폐암 후속 전신치료의 선호 요법이자 Category 1으로 권고되고 있다.

안 교수는 이번 2차 치료 적응증 확대를 두고 수십 년 동안 항암화학요법 중심으로 유지돼 온 재발·불응성 소세포폐암 치료에서 전체생존 개선을 확인한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등장했다는 데 의미를 뒀다.

다만 국내 치료 현장에서 실제 사용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환자 접근성이 함께 따라와야 한다. 안 교수는 임델트라가 국내에서 허가됐지만 아직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실제 진료에서는 사용에 제한이 있다고 언급했다.

소세포폐암은 1차 치료 이후 질병이 진행되면 환자의 상태가 빠르게 악화되는 특성상 다음 치료를 얼마나 빨리 연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임델트라가 3차 이상을 넘어 2차 치료까지 진입하면서 새로운 생존 근거는 마련됐다. 앞으로는 임상시험에서 확인된 치료 효과가 국내 실제 진료현장에서 어느 정도의 환자에게 치료 기회로 연결될 수 있을지가 다음 과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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