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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취한 글루텐을 위에서 직접 분해해 면역반응을 줄이는 셀리악병 신약이 임상 3상 진입 채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음식 성분을 미리 바꾸지 않고 체내에 들어온 글루텐을 처리하는 혁신적인 방식이다.
미국 자이마젠엑스(ZymagenX)가 임상 2상에서 글루텐 분해와 장 점막 면역반응 억제라는 핵심 작동 신호를 확보한 경구용 신약 후보물질 ‘라티글루테나제(ZMGX003)’의 임상 3상을 준비하고 있다.
핵심 임상 2상인 ‘셀리악실드(CeliacShield)’에서 1차 평가지표는 p=0.057로 통계적 유의성 기준에 근접했다. 장 점막 악화 정도는 위약군보다 88% 작았다. 상피내 림프구(IEL) 증가 폭은 60% 감소했고, 소변 글루텐 면역원성 펩타이드(GIP)도 유의하게 줄었다. 1차 평가지표의 통계적 문턱은 넘지 못했지만 조직학적·약력학적 지표가 일관된 치료 방향을 나타냈다.
자이마젠엑스는 반응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선별하고 투여 기간을 늘린 임상 3상에서 라티글루테나제의 치료 효과를 재검증한다. 임상 2상에서 확인한 장 점막 보호와 글루텐 분해 효과를 환자가 체감하는 증상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이 임상 3상의 핵심이다.
자이마젠엑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에 본사를 둔 임상단계 바이오기업이다. 이뮤노젠엑스(ImmunogenX)가 개발해 온 라티글루테나제의 후속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질량분석 기업 사이젠테크놀로지를 창업한 잭 사이즈(Jack Syage)와 LCMS 공동창업자이자 베링거인겔하임 출신 분석화학자 제니퍼 실리 보익스너(Jennifer Sealey Voyksner)가 공동 설립했다. 최고의학책임자(CMO)는 화이자·와이어스·애보트에서 염증·내과 분야 임상개발을 담당한 소화기내과 전문의 게일 코머(Gail Comer)가 맡고 있다.
셀리악병은 밀, 보리, 호밀 등에 포함된 글루텐을 섭취했을 때 면역계가 소장 점막을 공격하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소장 융모가 손상되면 영양분 흡수 능력이 떨어지고 복통, 복부팽만, 설사, 피로,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미국 국립당뇨병·소화기·신장질환연구소(NIDDK)는 미국 셀리악병 환자를 약 200만명으로 추산한다.
현재 표준 치료는 평생 글루텐프리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철저히 식단을 관리해도 조리 과정이나 외식, 가공식품을 통해 소량의 글루텐에 노출될 수 있다. 일부 환자는 식단을 준수해도 증상이 지속되거나 재발한다. 식단을 대체하지 않으면서 우발적인 글루텐 노출의 영향을 줄이는 보조 치료제가 필요한 이유다.
‘효소 가위’ 글루텐 분해 효과 95% 전망…장 점막 면역반응도 낮춰
라티글루테나제는 서로 다른 절단 부위를 인식하는 두 효소를 조합한 경구용 효소 치료제다. 글루텐을 긴 사슬로 본다면 두 효소가 서로 다른 부위를 절단하는 ‘효소 가위’ 역할을 한다.
EP-B2는 주로 글루타민 잔기 뒤쪽을 절단하고, SC-PEP는 프롤린 잔기 뒤쪽을 절단한다. 글루텐에는 사람의 소화효소가 분해하기 어려운 프롤린과 글루타민이 풍부하다. 두 효소는 주로 위에서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해 긴 글루텐 사슬을 작고 면역원성이 낮은 조각으로 분해한다.
이미 시작된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치료제와는 접근법이 다르다. 라티글루테나제는 면역원성 글루텐 펩타이드가 소장 점막에 도달하기 전에 글루텐 노출량을 낮춘다.
셀리악실드 임상 2상에는 총 79명이 등록됐고, 이 가운데 50명이 라티글루테나제 1200㎎ 투여군 26명과 위약군 24명으로 무작위 배정됐다. 최종적으로 라티글루테나제군 21명과 위약군 22명 등 43명이 임상을 완료했다. 참가자들은 6주 동안 매일 글루텐 2g을 섭취했다.
장 점막 손상은 융모 높이 대 음와 깊이 비율(Vh/Cd)로 평가했다. 소장 융모가 손상되면 융모 높이는 낮아지고 음와 깊이는 깊어져 Vh/Cd가 감소한다. 수치가 낮을수록 장 점막 손상이 진행됐다는 의미다.
6주 후 Vh/Cd 변화량은 라티글루테나제군 -0.04, 위약군 -0.35였다. 라티글루테나제군의 Vh/Cd 악화 정도는 위약군보다 88% 작았다. 다만 p값은 0.057로 일반적인 통계적 유의성 기준인 0.05를 넘었다. 장 점막 보호 경향은 확인했지만 임상 2상 1차 평가지표는 충족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른 조직학적 지표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상피내 림프구는 소장 상피층에 존재하는 면역세포로, 셀리악병 환자가 글루텐에 노출되면 증가한다. 상피내 림프구 증가는 장 점막의 면역반응 활성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상피내 림프구 증가량은 상피 1㎜당 라티글루테나제군 9.79개, 위약군 24.75개였다. 라티글루테나제군의 증가 폭은 위약군보다 60% 작았으며, 군 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p=0.018). 라티글루테나제가 글루텐 부하에 따른 장 점막 면역반응을 유의하게 감소했다.
소변에서 측정한 글루텐 면역원성 펩타이드도 감소했다. 소변 GIP는 최근 섭취한 글루텐 가운데 소화 과정에서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흡수·배출된 펩타이드를 측정하는 지표다. 동일한 글루텐 부하 조건에서 두 군의 소변 GIP 차이는 라티글루테나제의 글루텐 분해 효과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소변 GIP 평균 변화량은 라티글루테나제군 0.59ng/mL, 위약군 11.53ng/mL였다(p=0.001). 이를 바탕으로 추정한 생체 내 글루텐 분해 효과는 약 95%였다. 직접 측정한 분해율은 아니지만 라티글루테나제가 인체에서 설계된 약리 기전대로 작동했음을 뒷받침하는 약력학적 근거다.
복통과 복부팽만, 피로 등 개별 증상의 6주 평균 변화량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반면 2주 단위 탐색적 시간 경과 분석에서는 복통(p=0.014), 복부팽만(p=0.030), 피로(p=0.002), 대변 관련 항목을 제외한 증상 복합점수(p<0.001)에서 유의한 추세가 나타났다. 투여 기간이 길어질수록 위약군과 증상 차이가 확대될 가능성을 제시한 결과다.
치료 후 발생 이상사례(TEAE)는 라티글루테나제군 76.9%, 위약군 70.8%에서 보고됐다(p=0.751). 약물 관련 이상사례와 중대한 이상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 투여 기간이 6주에 그쳐 장기 안전성은 후속 임상에서 확인해야 한다.
3상서 반응 환자 선별·투여 기간 연장해 성공 가능성 높인다
라티글루테나제는 이전 임상에서도 치료 신호를 보였다. 초기 임상 2a상에서는 매일 글루텐 2g을 6주간 섭취한 위약군에서 Vh/Cd 감소와 상피내 림프구 증가가 나타난 반면, 라티글루테나제군에서는 조직학적 손상이 유의하게 억제됐다.
494명을 대상으로 한 ‘셀리액션(CeliAction)’ 임상 2상 사후 분석에서 셀리악병 관련 혈청항체 양성 환자 가운데 라티글루테나제 900㎎ 투여군은 위약군보다 복통 중증도가 58%, 복부팽만 중증도가 44% 낮았다. 이 결과는 혈청항체 양성 등 질병 활성 신호가 있는 환자를 선별할 필요성을 보여줬다.
자이마젠엑스는 FDA와 후속 개발 방향을 논의했다. 첫 번째 임상 3상은 증상이 지속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라티글루테나제 1200㎎과 위약을 비교한다. 26주 유효성 평가와 26주 안전성 추적을 진행하며, 복통·복부팽만·오심으로 구성된 위장관 증상 복합점수를 1차 평가지표로 설정한다. Vh/Cd와 상피내 림프구 등 조직학적 지표는 핵심 2차 평가지표로 평가한다.
두 번째 임상 3상은 계획된 글루텐 부하 조건에서 라티글루테나제 600㎎, 1200㎎과 위약을 비교한다. 26주 이중맹검 평가 뒤 26주 공개 연장시험을 진행하는 설계다. 두 임상 3상의 예상 완료 환자는 총 600~660명이다.
두 시험은 일상적인 미량 글루텐 노출과 계획된 글루텐 부하 상황을 각각 평가한다. 임상 2상의 6주보다 투여 기간을 늘려 증상 개선과 장 점막 보호 효과의 지속성을 확인한다.
국내 코스닥 상장 면역질환 신약개발 바이오텍 연구자는 “라티글루테나제는 임상 2상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지만, 상피내 림프구와 소변 GIP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조직학적·약력학적 신호를 확인했다”며 “약물이 설계된 기전대로 인체에서 작동한다는 근거는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임상 3상에서 질병 활성도가 높은 환자를 선별하고 투여 기간을 늘리면 증상 개선과 지속적인 장 점막 보호 효과를 입증할 가능성이 있다”며 “성공하면 글루텐프리 식단의 한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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