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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니젠이 진단기업의 틀을 깨고 슈퍼박테리아 치료제 개발에 승부를 건다. 식품안전 분야에서 축적한 미생물 데이터를 AI·바이오파운드리와 결합해 엔도라이신 후보 설계부터 유전자 조립, 용균 활성 평가까지 하나로 잇는다.
세종대학교 연구진과 구축하는 플랫폼은 AI가 설계한 유전자 조합을 자동으로 제작하고 96웰에서 고활성 후보를 빠르게 선별한다. 실험 결과는 다시 AI에 학습시켜 후보 설계를 정교화하고 신약개발 속도를 끌어올린다.
세니젠은 8월 28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내성 없는 항생제 시대 연다: 2026 엔도라이신 기반 차세대 항균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신학동 세종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신종혁 세종대 생명공학과 교수와 공동으로 준비한 ‘바이오파운드리 기반 고처리량 유전자 조립 전략을 활용한 차세대 항균 단백질 개발’을 발표했다.
바이오파운드리는 생물학적 설계·제작·시험·학습(Design-Build-Test-Learn, DBTL)을 자동화하는 연구개발 플랫폼을 말한다. 세니젠의 미생물·유전체 데이터와 엔도라이신 후보에 세종대의 유전자 조립·활성 평가 기술을 결합한다.
박정웅 대표는 “지난 20여년간 축적한 1만4000종 이상의 균주와 2만5000개 이상의 유전체 정보가 세니젠의 경쟁력”이라며 “K-HERO 과제를 통해 엔도라이신 후보 3종을 확보하고 이 가운데 1종을 전임상 단계까지 진입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신학동 교수는 “자연계에서 확보한 1세대 엔도라이신은 특정 미생물을 제어하는 능력을 보여줬으며, 항균 범위와 활성, 안정성을 개선하는 엔지니어링을 더하면 치료제 활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엔도라이신 부위 바꿔 원하는 세균만 겨냥
엔도라이신은 박테리오파지에서 유래한 세포벽 분해효소다. 기존 항생제가 세포벽 합성이나 단백질 합성, DNA 복제 등을 억제한다면 엔도라이신은 이미 형성된 세포벽의 펩티도글리칸을 효소적으로 분해해 세균을 사멸시킨다.
이번 연구가 다루는 모듈형 엔도라이신은 펩티도글리칸을 절단하는 효소 활성 도메인(enzymatically active domain, EAD), 표적 세균을 찾아 결합하는 세포벽 결합 도메인(cell wall-binding domain, CBD), 두 부위의 유연성과 공간적 배치를 조절하는 링커로 구성된다.
EAD·링커·CBD 조합은 용균 활성과 표적 특이성, 단백질 안정성을 좌우한다. 연구진은 이들 부위를 재조합해 원하는 세균을 정밀하게 겨냥하는 키메라 엔도라이신 후보를 만든다.
신 교수는 “엔도라이신의 좁은 항균 범위는 원하는 세균만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강점이며, 모듈을 바꿔 조합하면 새로운 병원성 세균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전자 조립에는 골든게이트 어셈블리(Golden Gate Assembly, GGA)를 사용한다. Type IIS 제한효소와 DNA 연결효소를 이용해 여러 DNA 조각을 한 용기에서 원하는 순서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연구진은 ‘CIDAR MoClo’ 체계에 맞춰 프로모터와 리보솜 결합 부위(ribosome binding site, RBS), EAD, 링커, CBD, 태그, 종결자를 표준화된 부품으로 만들고 조합 라이브러리를 구축한다.
신 교수는 “설계한 유전자 조합을 자동으로 만드는 제작(Build) 단계를 적용하면 후보를 하나씩 클로닝하고 배양하는 시간을 줄이고 고처리량 선별 속도를 높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여러 유전자 한 번에 만들고 치료제 후보 빠르게 선별
연구진은 골든게이트 어셈블리와 효모 상동재조합을 결합한 유전자 조립 플랫폼 ‘EffiModular’를 엔도라이신 개발에 적용한다.
‘EffiModular’는 기존 다중 유전자 경로 연구에서 한 번의 형질전환으로 최대 8개 전사 단위를 80% 이상의 정확도로 조립했다. 연구진은 이 성능을 바탕으로 다양한 엔도라이신 유전자 조합을 빠르게 제작한다.
용균 활성은 96웰 플레이트 기반 이중 벡터(2-vector) 시스템으로 평가한다. 한 벡터는 엔도라이신을 발현하고 다른 벡터는 세포 용해와 단백질 방출을 유도한다.
연구진은 세포 조추출물이나 방출 분획을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에 바로 처리한다. 세균이 용해되면서 형성된 용균환을 영상으로 분석해 용균 활성이 높은 후보를 1차로 추린다.
신 교수는 “단백질 정제 과정을 생략하고 다수 후보의 용균 활성을 이미지로 평가할 수 있어 유망 조합을 빠르게 선별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1차 선별은 많은 후보를 빠르게 압축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선별한 단백질을 정제한 뒤 같은 농도에서 용균 활성을 다시 비교해 후보의 성능을 정밀하게 검증한다.
진단으로 쌓은 미생물 데이터, 패혈증 신약으로 확장
2005년 설립된 세니젠은 미생물 진단·분석·제어 기술을 보유한 코스닥 상장기업이다. 주요 제품·서비스는 신속 분자진단키트 ‘Genelix’, 다검체·다중 유전자 분석 플랫폼 ‘GeNext’,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 유전체 분석 서비스 ‘Geneka’, 제빙기 살균제 ‘SANI-I’ 등이다.
세니젠이 신약개발에 활용할 핵심 자산은 1만4000종 이상의 세균·박테리오파지 균주와 2만5000개 이상의 유전체 정보다. AI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후보를 설계하면 바이오파운드리가 유전자 조합을 제작·시험하고, 표준화된 실험 결과를 다시 AI에 학습시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6년 K-HERO 육성·지원사업’은 2026년 7월부터 2029년 12월까지 42개월간 진행된다. 총사업비는 약 35억8000만원이다. 세니젠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이화여자대학교·연세대학교·서울대학교와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 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VRE) 등을 겨냥한 엔도라이신 기반 패혈증 치료제 후보를 발굴한다.
연구진은 현재 후보 라이브러리와 고처리량 선별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시험관에서 확인한 용균 활성을 출발점으로 동물 모델과 임상 단계에서 치료 효과를 검증하고, 혈청 안정성과 면역원성, 독성, 체내 효능을 차례로 확인할 계획이다. 원료·제조·품질관리(Chemistry, Manufacturing and Controls, CMC)와 대량생산 공정도 함께 확립한다.
신 교수는 “앞으로 엔도라이신의 아미노산 서열을 바꿔 혈청 안정성을 높이고, 고활성 후보를 산업적 생산 규모로 확장하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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