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는 약’ 넘어 ‘만성질환 플랫폼’으로…위고비 새 데이터 대거 공개
ECO 2026서 고용량·경구형·여성 건강 데이터 발표
고용량 위고비 72주 최대 27.7% 감량…“조기반응 없더라도 치료 지속 가치”
체중 감소 84% 지방 감소 확인…근육 기능 유지 데이터 제시
경구 위고비, 올포글리프론 경쟁 우위 부각…폐경기 여성 MACE 감소 가능성도 제시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5-15 06:00   수정 2026.05.15 06:01

노보 노디스크가 유럽비만학회(ECO 2026)에서 고용량 및 경구형 위고비(세마글루티드) 관련 신규 데이터를 대거 공개하며 글로벌 비만 치료 시장 주도권 강화에 나섰다. 단순 체중 감량 효과를 넘어 근육 기능 보존, 폐경기 여성 심혈관 위험 감소, 편두통·우울증 위험 감소 가능성까지 함께 제시되면서, 위고비를 ‘만성질환 관리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ECO 2026에서 공개된 핵심 메시지는 크게 네 가지로 압축된다. ▲조기 체중 감량 반응이 느린 환자에서도 치료 지속 가치 확인 ▲근손실 우려 방어 ▲경구 GLP-1 경쟁 우위 확보 ▲폐경기 여성 대상 새로운 세부 시장 공략이다.

먼저 노보 노디스크는 STEP UP 임상 사후분석을 통해 고용량 위고비 7.2mg 투여 환자 가운데 ‘조기 반응자(Early Responders)’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조기 반응자는 치료 24주 내 체중의 15% 이상을 감량한 환자를 의미한다.

분석 결과 세마글루티드 7.2mg 투여군 가운데 전체의 약 26.9%가 조기 반응자로 분류됐으며, 이들은 72주 시점 평균 27.7% 체중 감량을 기록했다. 세마글루티드 2.4mg 조기 반응자는 평균 24.8% 감소를 보였다. 반면 위약군은 유의미한 감량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주목되는 부분은 조기 반응자가 아니었던 환자에서도 의미 있는 체중 감소가 확인됐다는 점이다. 세마글루티드 7.2mg 비조기반응자는 평균 15.4%, 2.4mg 비조기반응자는 평균 13.2% 체중 감소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GLP-1 계열 치료제 시장에서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는 ‘중도 치료 중단’ 문제와도 연결된다. 실제 비만 치료 현장에서는 초기 체중 감소 속도가 기대보다 느릴 경우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노보 노디스크는 이번 데이터를 통해 “초기 반응이 늦더라도 장기적으로 충분한 감량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텔아비브대 의대 드로르 디커 교수 역시 “비만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라며 “조기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도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체중 감량을 달성하는 만큼 치료 지속 여부를 결정할 때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최근 GLP-1 계열 치료제 시장에서 가장 큰 논쟁으로 떠오른 ‘근손실 우려’에 대한 방어 데이터도 함께 공개했다.

STEP UP MRI 하위분석 결과 위고비 투여 후 감소한 체중의 84%가 지방 감소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복부 내장지방은 30% 이상 감소했고, 근육 내 지방도 줄어 전반적인 근육 건강 개선 가능성이 확인됐다.

근육량 자체는 약 10% 감소했지만, ‘30초 앉았다 일어서기 테스트’로 측정한 근육 기능은 위약군과 동등하게 유지됐다. 이는 단순 체중 감소보다 ‘질 좋은 감량’을 강조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GLP-1 계열 치료제 사용 확대와 함께 급격한 체중 감소 과정에서 제지방량 및 근육량 감소 가능성이 주요 우려로 떠오른 상황에서, 노보 노디스크가 근육 기능 유지 데이터를 전면에 내세우며 시장 우려 차단에 나선 셈이다.

경구형 위고비 데이터 역시 이번 ECO 2026의 핵심 발표 중 하나였다.

노보 노디스크는 OASIS 4 임상 사후분석을 통해 경구 위고비(세마글루티드 25mg) 조기 반응자 데이터를 공개했다. 치료 16주 내 체중의 10% 이상을 감량한 조기 반응자는 전체의 28.8%였으며, 이들은 64주 시점 평균 21.6% 체중 감소를 기록했다. 전체 평균 감량은 17.0%였다.

특히 노보 노디스크는 간접비교 분석(ORION)을 통해 경구 위고비가 올포글리프론 36mg 대비 더 높은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고 소개했다. 또 올포글리프론의 위장관계 부작용으로 인한 투약 중단 가능성이 경구 위고비 대비 약 14배 높았다고 제시했다.

이는 사실상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의 경구 GLP-1 시장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현재 글로벌 비만 치료 시장은 기존 주사제 중심 구조에서 경구 제형 경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주사 공포 부담 감소와 복약 편의성 확대가 시장 확대의 핵심 변수로 꼽히는 가운데, 양사는 체중 감량 효과뿐 아니라 부작용, 복약 편의성, 환자 선호도 등을 중심으로 경쟁 구도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 OPTIC 환자 선호도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4%가 경구 위고비의 치료 프로파일을 선호했다고 노보 노디스크는 설명했다.

이번 발표에서 또 다른 핵심 축은 ‘폐경기 여성’ 데이터였다.

노보 노디스크는 폐경기 여성의 호르몬 변화가 복부 지방 증가와 대사 이상을 유발하며 심혈관 위험을 높인다는 점에 주목해 STEP UP 및 SELECT 임상 사후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STEP UP 사후분석 결과 위고비 7.2mg은 폐경 단계와 무관하게 19~23% 수준의 일관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폐경 전 여성은 평균 22.6% 감소로 가장 높은 감량 폭을 기록했으며, 폐경 이행기와 폐경 후 여성 역시 각각 19.7%, 19.8%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허리둘레 감소 역시 모든 그룹에서 관찰됐다. 노보 노디스크는 72주 시점에서 상당수 환자가 비만(BMI 30 이상) 상태에서 과체중 또는 정상 범위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SELECT 임상 사후분석에서는 심혈관 보호 가능성도 제시됐다.

비만 및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폐경이행기·폐경 후 여성 분석 결과, 위고비 2.4mg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폐경 이행기 여성에서 주요 심혈관 사건(MACE) 위험이 4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경 후 여성에서는 13% 감소 효과가 관찰됐다. 다만 두 그룹 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헬싱키대 에밀리아 후비넨 교수는 “폐경 관련 체중 증가와 대사 이상은 여성 장기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만 비만 연구에서 가장 소홀히 다뤄진 분야였다”며 “위고비는 체중 감량을 넘어 심혈관 결과까지 의미 있는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실사용(real-world) 연구 데이터도 함께 공개됐다.

폐경기 여성 3만4000명 이상을 1년간 추적한 결과, 위고비 단독 투여군은 호르몬 치료 단독군 대비 편두통 발생 위험이 42~45%, 우울증 위험은 25%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편두통은 여성에서 남성보다 약 3배 흔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며, 비만은 만성 편두통의 주요 위험 인자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이번 결과는 GLP-1 계열 치료제가 단순 체중 감량을 넘어 신경·정신 건강 영역으로까지 확장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데이터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ECO 2026 발표를 계기로 글로벌 GLP-1 경쟁 구도가 또 한 번 변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초기 GLP-1 시장 경쟁이 단순 체중 감량 수치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심혈관 보호 효과, 근육 기능 유지, 정신건강 개선 가능성, 여성 건강 특화 전략 등으로 경쟁 영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용량 제형, 경구 제형, 세부 환자군 맞춤 전략까지 동시에 제시되면서, 위고비를 중심으로 한 노보 노디스크의 시장 지배력 확대 전략 역시 한층 구체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비만 치료 시장이 단순 감량 경쟁을 넘어 만성질환 관리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향후 GLP-1 계열 치료제 경쟁 역시 ‘얼마나 많이 감량하느냐’를 넘어 ‘어떤 장기 건강 혜택을 제공하느냐’ 중심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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