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깎다 필수의약품 끊길판"…외자 제약사 예속화도 가속
"약가 개편의 역설"..."보험 재정 절감 효과 미미...R&D는 고사 위기"
제약계,생존 비상 속 보수적 경영 기조.."성장 커녕 현상 유지도 다행"
김홍식 기자 kimhs423@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2-03 06:00   수정 2026.02.03 06:01
그래픽.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보건복지부가 이번 약가개편 방안에 대규모 제네릭(복제약) 약가 인하를 예고한 가운데, 국내 제약업계 현장에서는 산업 생태계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정책이 정부의 의도와 달리 국내 제약사의 R&D 투자 역량을 꺾고, 오히려 외산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개량신약 비중 높아도 '타격'... 제네릭 중심 회사는 '생존 위기'

업계 내에서 비교적 고부가가치인 개량신약 비중이 높은 기업들조차 이번 약가 인하의 파고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개량신약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제네릭 품목에서의 타격이 워낙 커 올해 경영 목표는 성장이 아닌 '현상 유지' 수준으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제네릭 비중이 높거나 판매대행조직(CSO)에 의존하는 중소 제약사들이다. 현장에서는 제네릭 전문 기업들의 경우 매출이 최대 20~25%까지 급감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도매상 담보를 강화하고 수출 위주로 전략을 급선회하는 등 '생존을 위한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필수의약품 보전, 실효성 없는 미봉책"... 생산 중단 우려

정부는 필수의약품에 대한 약가 보전책을 당근책으로 제시했지만, 현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최근 고환율로 인해 시약 등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품질관리비(QC)는 폭등한 반면, 약가는 이미 생산 원가 턱밑까지 떨어져 있어 소폭의 보전으로는 수익성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이 손해를 견디다 못해 필수의약품 생산을 포기하게 되면, 결국 10배 이상 비싼 외산 오리지널 약물로 처방이 대체될 것"이라며 "이는 결과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제2의 필리핀' 되나... R&D 자금줄 마른 ‘전통 제약사의 위기’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국내 제약산업의 '기초 체력' 저하다. 약가 인하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면 신약 개발에 투입될 R&D 자금이 고갈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글로벌 경쟁력 상실로 이어져, 과거 정책 실패로 제약 산업이 붕괴되어 외산 의약품 수입국으로 전락한 필리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약가 인하 대상에서 비껴간 글로벌 제약사(외자사)들은 이번 조치로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이 R&D 동력을 잃고 퇴보하는 사이, 국내 시장이 외자사 제품에 완전히 예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보험 재정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업계는 "산업의 뿌리를 흔드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약가를 깎는 방식이 아니라, 인도처럼 정부 차원의 파격적인 보조금이나 R&D 인센티브를 통해 제약 산업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유연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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