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스킨케어 시장은 유행보다 피부 건강이라는 기본 원칙을 중시해왔다.” 덴마크 K-뷰티 전문 유통사 더마스페이스(DermaSpace)의 공동창업자 메테 베르네고르(Mette Vernegaard)의 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 전역에서 한국 화장품은 더 이상 낯선 트렌드가 아닌 일상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더마스페이스는 이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2018년 자택 차고에서 출발한 이 회사는 최근 4년 동안 매출 1302% 성장을 기록하며 북유럽 K-뷰티 유통의 대표 주자로 부상했다. 서울 강남 조선팰리스호텔 25층 라운지에서 지난달 31일 만난 메테와 카트린 베르네고르(Katrine Vernegaard)는 자신의 한국어 명함을 내밀었다. 단순한 비즈니스 출장을 넘어 한국의 트렌드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려는 그녀의 비즈니스에 대한 진지한 자세는 더마스페이스가 어떻게 북유럽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들의 가장 신뢰받는 파트너가 되었는지를 설명해준다. 더마스페이스의 출발과 성장, 그리고 북유럽 시장에서 바라본 K-뷰티의 현재와 향후 방향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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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마스페이스는 어떻게 시작됐나. 모녀가 함께 창업하며 기억에 남는 경험도 있을 것 같다.
더마스페이스는 비즈니스 기회보다 개인적인 피부 고민에서 출발했다. 저는 2015년 한국 스킨케어를 접한 뒤 기존 덴마크 제품과는 다른 효능을 경험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정식 유통이 없어 이베이(eBay)를 통한 직구에 의존해야 했다. 통관 지연과 가품 문제도 반복됐다.
이후 제가 사용하던 제품을 어머니(메테)에게도 권했고, 어머나 역시 한국 화장품의 효과를 체감했다. “왜 이런 제품을 북유럽에서는 안전하게 살 수 없을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왔고, 그것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초기에는 차고에서 약 90개 SKU로 시작해 물류와 통관, 고객 대응까지 직접 맡았다. 모녀 창업팀이라는 점은 강점이었지만, 한국과의 초기 비즈니스 과정에선 문화적 차이를 조율해야 했다. 이 경험은 현재의 역할 분담과 운영 체계를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작은 프로젝트로 시작한 회사가 북유럽 주요 리테일러에 K-뷰티를 공급하게 될 만큼 성장하게 된 핵심 요인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요인은 ‘집중과 전문화’였다. 더마스페이스는 처음부터 범용 뷰티 유통사가 아니라 K-뷰티 전문 유통사를 지향했다. 이 선택이 리테일러와 한국 본사 모두에게 신뢰를 쌓는 기반이 됐다.
또 하나의 요인은 타이밍이었다. 2018년에는 자사 온라인 몰을 중심으로 소비자 반응을 축적했고, 코로나19 이후 K-뷰티가 ‘흥미로운 니치’에서 ‘소비자가 직접 검색하는 카테고리’로 이동하는 변화를 체감했다. 이 시점부터 리테일러들이 먼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운영 측면에선 유럽 시장에 실제로 필요한 역량을 구축했다. 인증과 라벨링, 물류, 출시 지원, 교육까지 포함한 전 과정을 관리했다. 단순히 한국에서 제품을 들여와 매장에 전달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K-뷰티를 유럽 리테일 환경에 맞게 ‘준비된 상품’으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
K-뷰티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에 북유럽 시장 가능성은 어떻게 판단했나.
당시에는 직관적인 확신이 컸다. 미국 시장에서 K-뷰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었고, 합리적인 가격대에 의학적 효능에 가까운 제품력이 결합된 사례는 유럽 시장에서 보기 어려웠다. 언젠가는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고, 그 시점에 이미 시장을 이해하고 있는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초기에는 온라인 몰이 가장 중요한 판단 도구였다. 어떤 제품을 검색하는지, 무엇을 재구매하는지, 어떤 성분이나 클레임에 질문을 던지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특히 시트마스크, 여드름 패치, 선스크린처럼 진입 장벽이 낮은 제품이 첫 경험의 역할을 했고, 효과를 체감한 소비자들이 점차 루틴 전체를 K-뷰티로 전환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 경험을 통해 ‘10단계 루틴’을 강조하기보다 교육과 신뢰 구축, 명확한 제품 논리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북유럽 소비자는 성분과 투명성에 민감하기 때문에, 이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브랜드를 우선적으로 선택했다.
북유럽에서 K-뷰티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해왔나.
네 가지 전략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첫째, 온라인 몰과 오프라인 유통을 병행하며 브랜드 쇼룸 역할을 수행했다. 둘째, 리테일러와의 협업을 단순 납품이 아닌 어소트먼트 구성, 교육, 실행까지 포함한 전 과정으로 확장했다.
셋째는 한국과의 밀접한 연결이다. 트렌드는 한국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정기적인 방문을 통해 다음 흐름을 미리 파악하고, 리테일러가 사전에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넷째는 포트폴리오 큐레이션이다. 각 브랜드가 명확한 니치와 히어로 제품을 갖도록 구성해 소비자와 리테일러 모두가 이해하기 쉬운 구조를 만들었다.
덴마크 뷰티 어워드도 수상했다고 들었다.
덴마크 중부 Jylland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으로 선정됐고, 2024~2025년 Gazelle Prize를 2년 연속 수상했다. 또 지난해 ‘Danish Beauty Award’에서 2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현지 어워드는 강력한 신뢰 장치다. K-뷰티 제품이 덴마크의 기준으로 평가받고 인정받았다는 사실은 소비자와 리테일러 모두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단순한 해외 트렌드가 아니라 시장 안에 편입됐다는 신호다.
내부적으로도 어워드는 유통 협상과 교육 과정에서 명확한 근거로 활용된다.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선택한 제품들이 단순히 인기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북유럽 시장에서 K-뷰티가 가진 기회와 과제는 무엇인가.
기회는 분명하다. 한국은 여전히 빠른 혁신과 문제 해결형 제품이란 점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반면 과제는 타이밍과 준비다. 제품이 글로벌 바이럴 이후에 EU 인증과 패키징을 준비하면 이미 기회는 지나간다.
또한 ‘쿨링’이나 ‘화이트닝’ 같은 표현, 강한 향 중심의 콘셉트는 북유럽에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제품을 바꾸기보다 메시지를 시장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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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시장에서 특히 잘 팔리는 가격대가 있나. 신규 브랜드 소싱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도 궁금하다.
북유럽(스칸디나비아) 시장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소화되는 가격대는 현지 리테일가 기준 20~30 달러(약 2만 7000원 ~4만 원) 다. 이는 한국 올리브영에서 약 15~20 달러 수준에 판매되는 제품들이 현지 통관과 물류비를 거쳐 형성되는 가격대다. 브랜드를 선정할 때는 ‘증명된 인기’를 최우선으로 본다. 특히 미국 아마존이나 SNS에서 먼저 바이럴이 된 브랜드를 눈여겨본다. 한국에서 유행이 시작돼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면, 그 흐름은 반드시 유럽과 북유럽으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또한, CPNP 보유 여부는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입장권’과 같다.
더마스페이스는 어떤 브랜드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나.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계열을 포함해 코스알엑스, 아누아 등 약 30여개 K-뷰티 브랜드와 직접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번 방한 기간에도 아이소이, 메디힐 등 파트너사와의 오프라인 미팅이 예정돼 있다. 우리는 단순히 제품을 수입하는 것을 넘어, 한국 본사와 직접 소통하며 브랜드의 철학을 북유럽 시장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브랜드 빌더’ 역할을 지향한다.
현재 스킨케어 위주인데, 향후 색조(Color Makeup) 시장의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사실 색조는 피부 톤의 차이와 온라인 중심의 유통 구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았다. 한국의 쿠션 파운데이션 컬러는 북유럽인의 피부 톤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고, 오프라인 테스트 없이 온라인으로만 구매하기엔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변하고 있다. 리테일러들이 K-뷰티의 성과를 확인하면서 오프라인 입점 제안이 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 확보되면 소비자가 직접 컬러를 체험할 수 있으므로, 향후 색조 브랜드의 성공 가능성도 매우 커질 것으로 본다. 현재 우리 포트폴리오 내에서도 색조 라인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국 브랜드에 조언을 한다면.
첫째는 가격 구조다. 리테일러와 유통사가 투자할 수 있는 마진이 확보되지 않으면 확장은 어렵다. 둘째는 EU 대응을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다. 셋째는 한국적 정체성을 유지하되, 유럽식 커뮤니케이션으로 전달하는 균형이다. 마지막으로 단기 유행을 좇기보다 브랜드 코어와 R&D에 집중해야 한다.
더마스페이스는 올해 K-뷰티 시장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K-뷰티는 더 이상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라 북유럽 스킨케어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더마스페이스는 앞으로도 한국과 북유럽을 잇는 연결 고리로서, 혁신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과정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준비된 브랜드에게 북유럽은 여전히 열려 있는 시장”이라고 두 창업자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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