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조 제약 공룡’ 아스트라제네카, 런던 떠날까…LSE 초비상
소리오 CEO, "美 이전 논의 중”…EU 투자 철수 경고와 맞물려 ‘빅파마 탈유럽’ 가속화 우려
NICE 약가 정책 비판 이어 미국 본사 이전까지 논의
美 매출 유럽의 2배…투자도, 기회도 미국으로 쏠려
글로벌 제약사 32곳, “유럽 떠날 것” 공동서한 파장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7-04 06:00   수정 2025.07.04 06:01

영국 기업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가 런던 증시를 떠나 미국으로 주식 상장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지 The Times는 익명의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파스칼 소리오(Pascal Soriot) CEO가 이 같은 계획을 논의하고 있으며 심지어 본사 자체를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도 고려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상장 이전을 넘어, 유럽 전반의 제약 정책에 대한 불만과 미국 시장의 성장성, 규제 효율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소리오 CEO는 그간 영국 정부 및 의약품 평가기관인 NICE(영국국립보건임상평가원)의 약가 정책과 접근성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특히 지난해 NICE가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 산쿄(Daiichi Sankyo)가 공동 개발한 HER2-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Enhertu)’의 급여 승인을 거부하면서, 소리오 CEO는 “혁신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이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떠나는 ‘빅파마’, 1000억 달러 이상 이탈 가능성
아스트라제네카의 미국 상장 검토는 최근 유럽 제약 업계의 움직임과 맞물리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월, 화이자·노바티스·사노피 등 32개 글로벌 제약사 CEO들은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에게 공동서한을 보내며, 유럽의 규제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향후 R&D와 생산 투자를 미국 중심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유럽제약산업연합(EFPIA)은 “급격하고 과감한 정책 변화가 없다면, 향후 1000억 달러(약 137조 원) 이상이 유럽을 떠나 미국으로 향할 것”이라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미국 시장 비중, 이미 유럽 두 배…규제‧매출 모두 ‘미국 우위’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미 미국 시장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2024년 연간 제품 매출 509억 달러 중 217억 달러가 미국에서 발생했다. 이는 유럽 매출(108억 달러)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지난 2026년까지 미국 내 R&D 및 제조 시설 확대를 위한 20억 달러 추가 투자 계획도 공개된 바 있다.

런던증권거래소 입장에선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영국 2위 기업이며, 쉘(Shell)·유니레버(Unilever)·롤스로이스(Rolls-Royce)보다도 앞선다. 만약 런던 상장을 철회할 경우, LSE의 위상 약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글로벌 규제 역전…영국·EU는 ‘느림보’, 미국은 ‘기회의 땅’
전문가들은 이번 아스트라제네카의 결정을 단순한 세금이나 자본시장 환경 때문이 아니라, 신약 승인 속도와 약가 책정의 유연성 등 '규제 격차'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한 글로벌 제약사 관계자는 “미국 FDA는 신약의 가치에 대해 더 긍정적이고 시장 접근을 빠르게 보장하지만, 유럽은 규제가 엄격하고 가격도 낮게 책정된다”며 “아스트라제네카의 결정은 다른 빅파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