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산업이 성분을 통해 ‘몸-마음-정신’을 통합적으로 돌보는 전체론적 접근으로 전환되고 있다. 제품의 효능을 넘어 감정적 안정과 환경적 책임까지 고려하는 성분 전략이 브랜드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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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트렌드 분석기관 WGSN 이희선 영업본부장은 3일 진행된 K-뷰티 인사이트 세미나에서 ‘2027 성분 트렌드 전망’을 중심으로, 과학과 영성이 공존하는 차세대 성분 전략을 소개했다.
이번 세미나는 2일부터 4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인-코스메틱스 코리아’의 내부 세미나 세션으로 진행됐다. ‘2025 인터참코리아’와 동시 개최된 올해 ‘2025 인-코스메틱스 코리아’에는 20여개국에서 747개 글로벌 원료·소재 기업이 참여했다.
이 본부장은 "2027년을 기점으로 뷰티 산업의 기준이 바뀔 것"이라며 총 8가지 전략 키워드를 소개했다. 최근 화장품 성분 시장은 기능 중심의 개발에서 벗어나 사용자의 감정 상태까지 고려한 성분 설계를 주목하고 있다. 그는 "기술 진보, 자연 모방, 윤리적 소싱은 서로 분리된 요소가 아닌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흐름"이라며, "이러한 통합이 브랜드 정체성과 소비자 경험을 아우르는 핵심 축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기초 효능과 자연 감성의 재해석
첫 번째 전략은 ‘물’이다. 민감성 피부 증가와 스킨케어 맥시멀리즘에 대한 피로감이 Z세대를 중심으로 두드러지면서, 간결하면서도 효과적인 수분 공급이 가능한 성분이 재조명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쿠아포린, 휴멕턴트 등 수분 전달 효율이 높은 성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으며, 초미세 기포를 활용한 하이드로솜 H2O 같은 전달 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해수 테라피, 미네랄 농축 해수 등 바닷물 유래 성분은 정서적 진정 효과를 제공하며, 물이 지닌 심리적 가치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두 번째 전략은 자연을 닮은 '생체모방 기반 포뮬러'다. 식물의 전달 시스템이나 미생물 간 정보 교환에서 착안한 구조적 성분 설계는 단순한 추출을 넘어 자연 생태계의 원리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시카와 강황을 엑소좀 형태로 결합한 블렌딩 기술, 키토산 기반 헤어케어, 공생 미생물과 자가 치유 기전에서 유래한 기능성 성분 등이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자연을 재현하는 방식이 제품 혁신의 방향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 번째 전략은 ‘사막에서 얻은 영감’이다. 기후 위기와 환경 변화가 일상화되면서, 극한의 자연조건 속에서도 생존 가능한 생물에서 유래한 성분들이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추야자 꽃가루, 시드르 나무, 액토인, 미세조류 등은 고온·건조한 환경에 적응한 식물과 미생물에서 추출되며, 피부의 방어 기능 강화와 수분 유지에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 이러한 성분은 단순한 기능적 효과를 넘어, 생존과 회복을 상징하는 스토리텔링 요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디나이아의 사막 대추야자 오일, 모로코 여성 협동조합의 아르간 오일은 윤리적 소싱과 지역 커뮤니티의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실현하는 사례로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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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와 기술이 만나는 성분 진화
이어 '고단백 뷰티'가 네 번째 전략으로 등장했다. 한동안은 비건이 뷰티 시장의 윤리적 기준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효능과 생체적합성을 우선시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이 본부장은 "성분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우선순위가 달라지면서 이른바 '비건 반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기존엔 비건 혹은 식물성 성분이 무조건 선호됐다면, 최근엔 성능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윤리적으로 조달된 동물성 성분을 다시 찾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
특히, 복잡한 가공을 하지 않아도 높은 효율과 효능을 기대할 수 있는 꿀, 실크, 밀랍, 라놀린 등 고단백 성분에 대한 주목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윤리적 소비의 기준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이제 동물성 제품의 경우도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는 기본"이라고 강조한 이 본부장은 "친환경 소싱 여부나 생물 다양성 개선을 위한 노력 등도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섯 번째 전략은 ‘마인드풀 에스테틱 성분’이다. 기존의 전문 미용 시술을 대체하면서도, 피부에 자극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성분들이 주목받고 있다. NAD+, 스피큘, PDRN, EGF(상피세포성장인자), IGF(인슐린유사성장인자), 글루타치온 등 병원 시술에서 사용되던 성분들이 국소 적용 가능한 포뮬러로 재설계되며 스킨케어 제품에 확장되고 있다. 이니스프리 등 국내 브랜드에서도 관련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으며, 사용자의 편안함과 회복 중심의 경험을 중시하는 트렌드에 부응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이제는 단순히 효과만으로는 선택받기 어렵다"며 "감각적으로 편안하고 감정적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성분의 재구성과 회복 기술
여섯 번째 전략은 ‘개선된 클래식 성분’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뷰티 트렌드 사이클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완전히 새로운 것보다는 ‘새로운 변화’를 입은 기존의 성분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비타민C가 대표적이다. 저농도, 캡슐화 기술 등을 적용한 레티놀이 등장하고 있으며, 레티날데히드, 레티날과 같은 순한 유도체를 사용한 성분과 바쿠치올, 사이클로레틴 같은 대체 성분도 각광받고 있다. 이 본부장은 펩타이드 유도체 역시 다양한 제형에서 적용이 확대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일곱 번째 전략은 ‘블루존 생물군계’다. 최근 장수(Longevity)가 뷰티 분야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장수 지역으로 알려진 ‘블루존’의 식단과 생물 다양성에서 영감을 얻은 성분들도 주목받고 있다. 항산화, 진정, 피부 재생 효능에 대한 기대가 높기 때문이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EVVO), 화산 미네랄, 약초 등은 식품과 화장품 양쪽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유럽과 일본, 이탈리아 등의 국가에선 하이브리드 제품군이 형성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장수 지역의 생명 전략을 해석하고, 생명공학 기술로 구현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며 “기존 식물 추출 위주의 접근에서 벗어나 효능 성분을 정밀하게 구현하려는 시도가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덟 번째 전략은 ‘디지털 디톡스 성분’이다. 기술 과부하에 따른 소비자의 정신적 긴장과 신체적 피로가 누적되면서 뷰티 제품은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마그네슘, 테아닌, 표고버섯 등 휴식을 유도하는 성분뿐 아니라 온열감 전달을 통해 미세 순환을 촉진하는 세라마이드 등의 활용이 늘고 있으며, 스트레스 완화 아로마 테라피와 함께 잠시나마 '테크 클렌징' 경험을 선사하는 성분도 사용되고 있다.
이 8가지 전략을 관통하는 철학으로는 '앤드-앤드(and-and)' 사고방식이 제시됐다. 뷰티는 외형 개선에 국한되지 않고, 감정, 정체성, 환경적 책임을 함께 포괄하는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성분 전략은 이 흐름을 실현하는 핵심 수단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본부장은 "공동체적 감각과 자연에 대한 진정성을 토대로, 과학과 영성이 공존하는 성분이 K-뷰티의 글로벌 경쟁력을 견인할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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