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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이 36호 신약 엔블로 성공요인으로 이해 관계에 따른 대형 제약사 간 오픈 이노베이션, SGLT-2 억제제의 잠재력 조기 발견 등을 꼽았다.
대웅제약 박준석 센터장은 14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2층 오키룸에서 열린 ‘2023 오픈 이노베이션 플라자’에서 ‘36호 신약 엔블로, 국내 제약사간 오픈 이노베이션 성공 사례’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엔블로는 국내에서 개발된 첫 번째 SGLT-2 저해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다. 이 약물은 신장에서 포도당이 재흡수되는 것을 억제하고 소변으로 포도당이 배출되도록 해 혈당을 낮추는 기전이다.
박 센터장에 따르면 이 약의 개발 역사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GC녹십자가 처음 후보 물질을 개발했고, 2016년 계약을 통해 대웅제약이 전임상과 비임상 허가까지 개발을 거쳐 36호 신약을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그렇다면 GC녹십자는 왜 대웅제약에게 후보물질을 양도했을까? 이에 대해 박 센터장은 “GC녹십자는 혈액제제나 바이오신약에 주력해온 기업인데, 한 5년 전부터 합성신약도 굉장히 열심히 해왔다”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암젠 등도 GC녹십자처럼 시작했기에 녹십자도 그러한 꿈을 꾸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개발 중이던 후보물질을 양도했다는 게 박 센터장 생각이다. 그리고 당시 대웅제약 역시 상황이 심각했다. 가뜩이나 규모에 비해 R&D 파워가 약하다는 평을 많이 듣고 있었을 뿐 아니라 DPP-4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머크의 자누비아가 대웅제약의 코 마케팅으로 1000억원대 제품으로 성장했는 데 판권을 반환하게 된 것이다.
회사 입장에선 당장 1000억원이 날아가는 상황이었고 자존심도 상했다. 내부에서 자체 신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자누비아를 통해 구축한 내분비계통 시장 강점을 계속 유지하고 싶었던 욕구도 있었다.
GC녹십자와 대웅제약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이처럼 양사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게 박 센터장 설명이다.
SGLT-2 저해제 잠재력을 파악한 것도 성공 요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당시만 해도 대웅제약 내부에선 고민이 많았다. SGLT-2 저헤제는 당뇨 치료제 중 가장 최근에 개발된 약물군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엔 DPP-4 억제제가 시장을 장악한 상태였고 장점 또한 많았다. 그러나 SGLT-2 저해제는 인슐린 의존성 효과를 나타냈고 독특한 작용 기전도 갖고 있었다. 당뇨 치료 효과뿐 아니라 부가적인 효과도 있었기에 회사는 그런 점에 주목을 했다.
실제로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는 혈당강하 효과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신장질환 개선에 도움을 주면서 체중 감량, 혈압강하 효과도 있어 전 세계에서 차세대 만성질환 치료제로 평가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SGLT-2 저해제는 독특한 작용기전으로 최근 굉장히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당뇨치료제를 넘어 심장과 신장, 고혈압치료제로도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SGLT-2 억제제 시장 규모 역시 1500억원대를 넘어서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엔블로는 기존 SGLT-2 억제제 계열 치료제 용량의 1/30 수준인 0.3㎎ 용량으로 우수한 혈당강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이러한 효과를 바탕으로 올해 초 브라질·멕시코와 10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중남미 전체 당뇨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브라질과 멕시코는 중남미 최대 시장으로, 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한다.
올해까지 현지 허가 절차를 거쳐 내년 하반기 해당 시장 발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품목허가 신청을 완료하며 국내 정식 출시 약 100일 만에 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베트남을 비롯한 5개국 진출에 성공했다.
대웅제약은 2025년까지 15개국, 2030년까지 50개국 진출을 통해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박 센터장은 “신약만큼 어려운 분야도 없는데, 이런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더욱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