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혈액 질환 치료제는 지금도 ‘진화 중’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혈우병 A 치료제 시장 패러다임 전환 예고
전세미 기자 jeons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8-01-03 06:11   수정 2018.01.03 06:16
인체 내 면역계 이상 또는 특정 인자의 결핍 등 어떠한 원인으로 인해 혈액계의 비정상적 체계를 불러오는 희귀 혈액 질환들의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그 중 몸 안의 면역체계가 혈소판을 공격해 혈소판 수치가 정상보다 낮은 상태를 말하는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은 정상인에 비해 멍이나 출혈이 일어나기 쉽고 지혈이 어려우며, 심할 경우 뇌출혈과 위장관 출혈까지 발생할 수 있는 희귀 혈액 질환이다.

희귀 질환이지만 치료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면역성 질환인 만큼 스테로이드나 면역글로불린과 같은 약을 쓰지만, 기존 치료제는 혈소판 파괴를 단순 억제해 일시적으로 혈소판 수치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는 데 그쳤다. 따라서 6개월 이상의 만성화로 진행될 경우 추가적인 치료방법이 필요했던 것.

그러나 ‘레볼레이드(성분명: 엘트롬보팍 올라민)’는 TPO-RA(TPO-Receptor Agonist) 치료제로 혈소판 파괴를 억제할 뿐만 아니라 생성을 촉진시켜 혈소판 수치를 상승시키는 새로운 기전을 지녔다. 물질의 파괴 억제와 생성이 동시에 이루어지니 혈소판 수치가 올라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또한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은 일상생활 도중 살짝만 부딪혀도 출혈로 이어질 수 있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약효가 나타나는 것이 좋다. 레볼레이드는 임상 결과 치료 1주일 만에 혈소판 수치를 2배 이상 증가시키며 ‘빠른 발현 시간’까지 입증했다.

장기 치료 시 약효가 오래 가는 ‘효과 지속성’도 잡았다. 연구에 따르면 레볼레이드는 최대 8.8년(중앙값 2.4년)의 장기간 연구에서 모집단이 구제 치료 없이 최소 한 번 이상 50,000/μL 이상의 혈소판 수치를 달성하도록 했다. 치료 2주 후 혈소판 50,000/μL 이상에 도달한 효과도 3년 동안 지속됐다.

안전성은 어떨까. 레볼레이드는 장기간 치료시에도 출혈 위험이 기저선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으며, 골수 기능 이상 또한 관찰되지 않았다.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두통(26%), 비인두염(23%), 상기도감염(21%), 피로(15%)였다.

그런가하면 혈우병 A 시장에서는 한국UCB제약의 ‘엘록테이트’가 지난해 8월 허가를 받아 국내 출시를 예고했다. 엘록테이트는 Fc 단백 융합기술을 적용해 체내 약효 지속시간을 늘린 최초의 장기 지속형 혈우병 A 치료제로, 이 역시 환자들의 편의성에 집중해 투여 빈도를 3~5일에 1회로 줄인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엘록테이트는 A-LONG 연구를 통해 말단 반감기가 19.0시간임과 응고인자 보충군과 비교해예방 요법군(개인 맞춤화 치료군 및 주 단위 예방요법)에서 모두 연간출혈빈도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시켰음을 입증했다.

연구에서 보고된 전체 연간 출혈빈도의 중앙값은, 개인 맞춤화군에서 1.6회, 주 단위 예방요법군에서 3.6회, 응고인자 보충요법군에서 33.6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출혈의98%가 엘록테이트의 1회 또는 2회 투여를 통해 조절됐다.

A-LONG 연구에서 엘록테이트에 대한 억제인자가 생긴 환자는 없었으며, 심각한 혈전 또는 심각한 알러지 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 한편, 관절통, 병감(전반적인 불편함) 등의 이상반응은 5.5%로 보고됐다.

국내 개발 신약 중에서는 녹십자가 목암생명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차세대 혈우병 A 치료제 ‘MG1121’가 차세대 약제로서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혈액학회에서는 이와 관련한 비임상 데이터가 발표됐다.

MG1121의 개발 포인트는 ‘약물 지속시간’. 발표된 비임상 데이터 결과에 따르면 MG1121은 혈중 약물 농도가 절반이 되는 시간인 반감기가 기존 제품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틀 또는 사흘에 한 번 꼴이던 혈우병치료제 투약 빈도가 주 1회로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혈우병은 혈액응고인자의 선천적 결핍에 따른 출혈성 질환으로, 치료 또는 출혈예방을 위해 치료제를 주기적으로 평생 투여해야 한다. 이 때문에 혈우병 치료제 개발 시장에서는 혈우병 또한 약효 지속시간을 늘려 약물 투여 횟수를 줄이는 부분에 매진해 왔다.

또한 녹십자는 MG1121의 반감기 증가와 약물의 구조적 안정성을 증가시키기 위한 다양한 단백질제제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개발에 더욱 만전을 기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학회에 참석한 다국적 제약사 및 미국 보건당국 관계자들도 ‘MG1121’에 적용된 기술이 최근 개발되고 있는 혈우병치료제보다 진일보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희귀 혈액질환 환자들의 질병 완치를 위한 각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노력이 한창인 가운데, 우수한 효과를 통해 그들의 ‘삶의 질’을 충분히 개선시켰다고 평가되는 신약은 어떤 약이 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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