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로슈 사태가 13일자로 45일 째를 맞았다. 아직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타결이 기대됐던 지난 10일의 파업 이후 첫 오전 교섭도 결렬됐다. 이 상태로 가면 해를 넘길 가능성도 많다.
한국로슈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임금협상과 단체교섭에서 비롯된 문제로 비춰진다.
인상폭을 사이에 놓고 노사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금협상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지난해는 전체적인 집회를 한번 가졌을 뿐 쉽게 끝났다.
당시 올해 보전해 준다는 답을 듣고 쉽게 마무리된 상태에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데 따른 사태 장기화도 거론되지만, 지금까지 제약계에서 발생한 사태를 볼 때 임금협상이 이렇게 오래 간 적은 없었다.
다른 요인이 작용한다는 것.
알려진 바에 따르면 노사간 갈등이 겹쳐진다.
업계에서는 부당해고 등 오래전부터 누적된 노사간 갈등이 임금협상을 계기로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벌어질 수도 있는 불안감 등이 겹쳐지며 깊어진 갈등의 골이 이번에 표출됐다는 것.
노조에 따르면 로슈의 외국인 사장은 다음주 수요일 날 크리스마스 휴가건으로 다시 외국행 비행기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을 원만히 마무리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 노조측 주장이다.(이전에 해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함께 갖는다)
노조 관계자는 " 언제 올지도 모른다. 책임감이 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또 " 일임받은 한국인 간부들이 중재에 나서지 않는 것은 아니다. 노력은 하고 있다."면서도 " (이들이) 외국인 정서를 모른다고 얘기하는데 외국인 정서가 어떤 것인지도 모르겠고, (그 정서가) 옳고 그른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사장이 협상권을 다른 사람에게 일임하고, 협상 테이블에 나서지 않는 것은, 주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
업계 일각에서는 한국로슈 문제를 여기서 찾는다. 임금협상 단체교섭에다 정서와 문화차이가 지금의 장기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것.
다국적제약사의 한 한국인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는 사장이 된다고 하면 된다"며 "그러나 외자제약사는 안 그런 것 같다. 그 자리에서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일임받은 사람이 사장에 보고하는 형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결정도 본사 등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피하는 것이 아니라, 사장이 협상테이블에 나가지 않는 문화와 정서차이가 있다는 것.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로슈는 그간 내부 문제가 있는 기업으로 주위에 비춰져 왔다는 사실이다.
사람이건 정보건 내보내기는 하겠지만 받아들이지는 않겠다는 듯한, 지나치게 폐쇄 분위기를 풍기는 정책으로, 일부 직원들이 본의 아닌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 정서와 문화차이는 존중한다. 하지만 이것이 전가의 보도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일부 다국적제약사 외국인 사장들의 지나친 합리성과 정서·문화차이 주장으로 회사와 직원들이 외부에 좋지 않은 모습으로 비춰지며, 오히려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예가 있었다.
와중에 직원들은 의도와 달리 곤혹을 겪었다.
국내 제약사와 비교가 되는 다국적제약사인 한국로슈 노조측의 임금문제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한국로슈와 같은 상황을 연출하지 않고 연말을 슬기롭게 넘기는 다국적제약사와 노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