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윤리경영…‘공정위-KRPIA’ 미묘한 시각차
공정위 ‘환자’ 중심, KRPIA ‘의사’ 중심
손정우 기자 s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8-02-14 16:22   수정 2008.03.27 16:22

12일 한국제약협회와 한국다국적제약산업협회(KRPIA)가 공동 주최한 ‘한국제약산업과 윤리경영 세미나’에서 제약사 윤리경영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와 KRPIA 간의 미묘한 시각차가 감지돼 눈길을 끈다.

일단 국내 제약 산업에서 리베이트 문제가 심각하고 그 원인이 제약 산업은 물론 보건의료계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과, 이에 따라 의사ㆍ약사 등과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공정위와 KRPIA는 세미나에서 약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 등 제약 산업의 기본적인 특징을 바라보는 관점과 대안에 대해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다.

우선 공정위는 의약품이 가지는 ‘공공성’을 크게 강조하고, 공공성의 실체인 소비자(환자) 중심의 정책을 펴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또한 소비자에게 의료서비스나 의약품 선택에 관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날 ‘한국제약산업과 공정거래정책’이라는 내용으로 주제발표를 맡은 공정위 시장감시본부 제조2팀 노상섭 팀장은 우선 “제약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규제가 많은 것이 사실인 것 같다”며 “이는 의약품의 특성상 공공성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 팀장은 “제약 산업의 공정경쟁기반 조성을 통해 의료소비자의 권익증진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소비자에게 의료서비스와 약품선택에 관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도록 소비자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의 시정노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의 이 같은 태도는 기본적으로 보건의료산업 자체가 공공재 성격이 강하고, 사회자본을 축적하기 위한 기본요소로서 보건의료서비스의 보장은 국가의 책임이라는 관점에 입각해 있다.

따라서 제약사들의 리베이트가 공익적 측면에서 위해요소를 담고 있거나 소비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게 된다면, 이에 대해서는 국가가 나서서 규제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국내 10개 제약사들에 과징금을 부과할 때도, 리베이트 비용이 약가에 포함돼 결국 국민에게 떠넘겨진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주장하고 있는 ‘소비자중심의 정책’은 일반인들에게 전문의약품 홍보를 할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날 노 팀장의 주제발표에 대한 질의응답에서 “직접적인 전문약 광고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환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힘들지 않는가? 환자에게 정보제공을 위한 대안이 있다면 무엇인가?”라는 외자계 제약사 관계자의 질문에, 노 팀장도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반면 KRPIA는 환자가 약에 대한 선택을 하지 않고 그 결정권을 가진 사람은 의사이기 때문에 의사에게 의약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이 곧 환자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KRPIA의 입장을 대변한 한국릴리 홍유석 사장은 “환자들의 진료에 영향을 미치는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환자 자신이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전문가가 한다”며 “따라서 새로운 의료 기술에 대한 연구 및 전문의료인들 사이의 최신 의학정보 교환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초청 강사로 나선 세계제약협회연맹(IFPMA) 사무총장 하베이 박사도 “노상섭 팀장의 말도 맞지만 자신의 생각은 좀 다르다”며 “환자는 의사결정자가 아니고 중재자인 의사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베이 박사는 “환자는 의약품 개발기술 자체에 대한 접근권이 없고 약의 작동원리를 알 수도 없으며 미리 약을 시험해보거나 할 수 없다”며 “규제로 인해 환자가 적절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있다”고 언급, 환자가 아닌 의사에게 의약품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KRPIA의 입장은 환자가 약에 대한 충분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전문가인 의사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입장은 자칫 의사에게 공식ㆍ비공식적인 리베이트 제공을 합리화하는 논리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번에 한국제약협회에서 지정기탁방식을 통한 학회지원에 대해, 외자계 제약사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외자계 제약사들이 제약협회의 지정기탁제 방식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되도록 많은 의사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명분이 깔려 있는 것으로 생각 된다”고 말했다.

약업신문 공식 SNS 채널 구독
블로그 유튜브 텔레그램 링크드인 페이스북 카카오톡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