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약제비적정화방안, GMP 선진화, 의약품 유통 투명성 강화 등 최근 국내 제약사들은 연이은 정부의 압박 정책으로 속병을 앓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매출액 규모가 1,000억 미만인 이른바 중소제약으로 분류되는 업체들은 속병 정도를 넘어 죽을 지경에 놓여 있다고 소리치고 있다.
분명 제약 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전반적 환경이 매우 곤궁한 것은 사실이다. 허나 이 같은 환경적 변화는 피할 수도 외면할 수 도 없는 현실인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격동의 변화 속에 중소제약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 중소를 넘어 대형사로 발돋움 할 수 있는 해법은 있을까. 관련업체들의 현실적 고민과 해결 가능한 대안은 없는지 각계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본다.
<무엇이 중소제약사를 힘들게 하는가>
정영기 보건복지부 보건기술산업팀 사무관은 "지금 국내 제약사들은 약제비적정화방안을 비롯해 GMP 선진화, 생동재평가 등으로 영업이익은 감소하는 반면 투자비용은 증대되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이러한 제도들은 비단 중소제약 뿐만 아니라 대형 제약사들도 힘든 변화의 과정 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사무관은 "일련의 조치는 제약기업이 선진화 될 수 있는 필수 불가결한 고통의 과정"이라며 "정부의 지원 대책도 따르겠지만 1차적으로는 당사자가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여재천 신약조합 이사는 "정부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그림은 FTA 이후 우리 제약 산업 구조를 미국시장과 맞추려고 하고 있는데 이것 자체가 무리"라고 꼬집었다.
여 이사는 "변화하는 GMP 제도만 봐도 반드시 새 GMP가 시행되는 것은 당연히 맞지만 중소제약회사들에게 유예기간이 없다면 중소제약사들은 도약도 하기 전에 꼬꾸라질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단계적으로 유예기간을 둬 제약사들의 숨통을 트여줘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김상건 서울약대 교수는 "거시든 미시든 경제와 산업 구조가 글로벌화 되고 있으며 이 같은 세계화의 바람에 제약 산업도 피해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인간의 행복 추구와 삶의 연장에 대한 욕망은 의약품 시장을 키우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을 무한 경쟁 체제로 변화 시켰다"며 "특히 대다수의 국가들이 보건 의료분야 지불 비용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보건 의료분야의 핵심인 제약 산업은 갈수록 힘들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나 김 교수는 "지금의 변화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위기를 기회로 탈바꿈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며 "중소제약사들이 ꡐ어렵다, 힘들다"는 말보다는 " '변화하자, 할 수 있다'는 말들을 버릇처럼 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이야기들이 어쩌면 제약사, 특히 중소제약사 입장에서는 냉혹하게 들릴 수도, 아예 귀에 안 들어 올 수 도 있겠지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나 노력이 없다면 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보장은 그 누구도 해줄 수 없을 것이다.
<변화와 투자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
"사실 그동안 큰 회사나 작은 회사나 제품개발 노력보다는 인지도와 마케팅, 영업력 등으로만 살아 온건 부정 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포토폴리에 있어서도 특성화나 차별성 없이 거의 비슷비슷 했고요."
오의철 건일제약 R&D 본부장은 "우리나라 제약 구조는 일부 회사를 제외하고는 대형제약사나 중소형 제약사나 매출액의 차이 정도만 있을 뿐이지 시스템이나 구조상의 차이는 거의 없는 게 현 주소"라고 밝혔다.
오 소장은 "그 동안 제약사들이 그럭저럭 잘 먹고 잘 살아왔겠지만 이제는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와 자체 기술력을 기르지 않고서는 생존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일촉즉발의 현실에 놓이게 됐다"고 강조했다.
오의철 소장은 "기업은 생물과 같다ꡓ며 ꡒ환경에 따라 변하지 않고 새로운 경쟁에 뛰어들지 않는다면 기업의 생명력은 갈수록 짧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초구의 한 개국약사는 "약국을 운영하다 보면 틈새시장이 분명히 보이는데 국내 제약사들은 너나 나나 제품도 포장도 비슷한 붕어빵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약사는 "제품을 선택할 때 있어 약사는 효능효과만 보지만 최종 소비자는 제품 디자인이나 포장형태도 함께 본다" 며 "중소제약사들이 마인드 자체를 그저 팔려도 그만 안 팔려도 그만 이라는 소극적 마인드가 아닌 소비자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 욕구를 채워주는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송병훈 휴온스 경영지원팀장은 "변화와 혁신 없는 성장은 그 한계가 너무도 빨리 드러난다" 며 "제약사가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장기플랜을 갖고 꾸준한 투자를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자리에 안주하면 무조건 썩게 돼있습니다. 그저 현실을 비관하며 사람도 썩고 회사도 모두 썩어 없어지겠습니까? 아니면 변화와 혁신을 통해 해마다 새싹과 열매를 피우시겠습니까?"
실제로 휴온스는 광명제약 시절 리도카인에서 플라스틱 주사제로 2003년 웰빙 붐을 타고서는 순수 비타민 C로 이제는 비만치료제를 비롯한 웰빙의약품으로 시대의 요구에 따라 능동적인 변화로,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20% 라는 작은 신화를 써가고 있다.
오늘날 초일류 기업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된 월드 그룹 삼성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든 걸 바꿔라' 는 변화와 투자를 강조한 이건희 회장의 신 경영 선언이 있었기에 가능했지 않을까.
매출액 대비 R&D 집중도 상위 기업 (2005년 기준, %)
|
상장기업 |
엘지생명과학(29.42) |
한미약품(8.63) |
부광약품(6.23) |
대웅제약(6.15) |
녹십자(6.00) |
|
코스닥기업 |
에스텍파마(19.74) |
바이넥스(10.02) |
삼아약품(5.93) |
한국유나이티드 제약(4.44) |
진양제약(4.35) |
<작지만 특성화된 회사를 만들어라>
"중소제약이 많다고 해서 나쁜 것도 문제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기술력에 기반을 둔 성장과 경쟁이 아니라 영업력과 가격에 의한 경쟁으로 살아가려고 하는 중소 제약사가 많다는 것이 문제다"
보건복지부 보건기술산업팀 정영기 사무관의 말처럼 중소제약은 모든 산업이 그렇듯 제약 산업의 허리이자 받침이다.
돌아보자, 과연 국내 중소제약사들이 우리 제약 산업에 있어 허리와 받침의 역할을 제대로 해왔는지, 아니면 그저 허리와 받침이라는 주장만 앞세우고 실제로는 허리의 군살로만 붙어있었는지…
중소제약이지만 R&D 투자비용이 10%를 육박하는 연구개발 중심 제약사인 건일제약의 오의철 R&D 본부장은 "중소제약의 살길은 오직 특정분야에 대한 지독하리만큼 집중적인 투자"라며 "지금처럼 모든 제약사가 모든 약품을 만들겠다는 20세기적 사고로 제약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문 닫는 일 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소장은 "국가 정책이건 연구자금, 연구사업 지원 등을 모두 대기업이 독식하는 상황에서 중소제약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기 것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며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한 단계 한 단계 밟아가며 확실한 내 것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특히 오의철 소장은 "자금이 없고 투자할 능력이 없어서 투자와 집중화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여러 회사들이 모여 계를 붓는 심정으로 5년, 10년을 내다보고 기업 합병이 아닌 R&D, 연구력 합병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휴온스 송병훈 경영지원팀장은 "시대와 상황이 아무리 변한 다해도 중소제약의 역할과 존재 의 필요성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특히 중소제약사들은 모든 것을 다해야겠다는 생각과 특히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조금이라도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더욱 더 강화해야겠다는 강점을 앞세우는 전략을 세우는 게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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