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복지부가 한약학과의 6년제 동반 추진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한의계에서는 이를 “통합약사 배출을 통해 한약을 탈취하기 위한 약계의 음모가 명백”하다는 입장을 발표하는 등 강경한 반응을 보이는 등 제 2의 한약분쟁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그 진행과정과 각계의 입장, 그리고 문제점을 짚어본다.
복지부 한약제제 발전·전문성 위해 추진
한의계 “통합약사 위한 약계 음모” 반발
보건복지부(장관·김화중)는 지난해 12월19일 약대6년제 추진전담반 첫 회의에서 한약학과의 6년제 동반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혔으며, 이에 따라 경희·원광·우석 3개 대학 한약학과는 6년제 추진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표준커리큘럼안을 제출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의계는 한약학과 6년제 동반 추진이 약사와 한약사의 통합약사 배출을 통한 한약탈취 기도임이 명백한 만큼 이를 좌시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약대 6년제 학제변경과 관련 이해당사직능간 조율을 거치지 않고 교육부와 협의하겠다는 발상은 향후 도래할 미증유의 사회혼란에 대한 책임을 복지부가 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약학과 6년제 동반추진론 제기의 발원지는 명확치 않다. 복지부도 이 문제에 대해 극히 신중한 자세로 추진 과정 자체에 대한 노출을 꺼리고 있으며, 각 관련단체도 한약문제를 안고 있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섣불리 드러내 놓고 말할 입장이 못돼 정확한 사실확인이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 한약학과를 상정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약대 6년제 추진 과정에서 약대협은 이미 한약학과는 6년제로 가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리한 상태였기 때문에 한의계가 이를 약계의 음모론으로 몰아가는 것은 적절치 않은 분석으로 보인다.
더욱이 약대협은 추진전담반 회의 이전에 이미 복지부 문의에 대해 `한약학과는 6년제에 같이 가지 않는다는 입장'과 그 이유를 복지부에 제출했고, 오히려 많은 약대 교수들은 한약학과의 6년제 학제 연장이 과연 충분한 당위성이 있느냐며 고개를 갸웃하는 상태다.
약사회도 이 사안이 돌출되고서야 한약학과도 6년제 시행을 통해 한약분야 발전에 기여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소극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한의계의 논조대로 음모론을 펼친다면 어느 단체에도 뒤집어 씌울 수는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한약분쟁의 진통을 경험한 복지부가 약대6년제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하나의 완충장치로 한약학과 6년제 동반추진을 제기했다는 설에 무게가 실린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한약분쟁의 결과로 한약학과가 탄생했고 이후 계속 애매모호한 사회적 위치를 유지해 온 한약사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한약제제 발전을 통한 세계시장 진입 등 국가적 이익추구의 명분을 채우고 동시에 약대6년제를 통해 약계의 한약분야를 확대하려는 것 아니냐는 한의계의 우려를 동시에 잠재워 약대6년제라는 약계의 소원까지 풀어주는 묘수로써 이같은 방안을 들고 나온 것 아니겠냐는 것.
물론 이것 또한 추측일 따름이며, 현재 상황에서는 일단 제기된 한약학과의 6년제가 추진되고 있고, 이에 대해 한의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는 현 상황과 이 문제를 어떻게 원만히 풀어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봐야겠다.
일단 복지부와 한약학과측은 한약학과 6년제 추진의 당위성을 국민과 약계, 그리고 한의계에 납득시켜야 하며, 추가될 2년의 과정에 대한 목표 설정과 필요성, 그리고 6년제 한약사들을 어디에 활용할 것인가 하는 해답을 명확히 하고 안팎으로 납득시켜야 한다.
현재 의약분업을 통해 변화된 약사직능 수행을 위한 실습 및 임상교육 강화와 과밀한 현 커리큘럼의 완화를 통한 내실 있는 약학교육이라는 명분을 표방하는 약학과·제약학과 중심의 기존 약대6년제에 비해 한약학과의 그것은 충분한 당위성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주위의 시각이다. 아직 한방의약분업은 시행되지도 않았으며, 6년이라는 장기간의 교육을 받은 고급인력을 활용할 만큼 한약국 등 한방분야의 기능이 확대되지도 않았다는 것.
따라서 복지부와 한약학과 측이 미래의 확대 발전되어야 할 한약분야의 기능을 위한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보다 확대된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한약분야 발전 비전과 그 청사진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사업과 활동 영역을 확정해 관련 국민과 타 직능단체에 제시하는 것이 최 우선 해결과제라 할 수 있다.
직선제 이후 새로이 구성되는 약사회도 내부적으로 한약조제약사회가 출범했고 한약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회원들의 목소리가 높지만, 일방적인 권리를 주장해 상대 직능단체와의 대립을 촉발시키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한의약분야의 중장기적 발전과 더 나아가 의료일원화라는 큰 틀 속에서 한의계와 조율을 통해 협조해 나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한의계도 약대 6년제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반대를 위한 반대를 접고 요구할 사항이 있다면 논의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한약학과 6년제 추진을 무조건 통합약사 추진 음모로 몰아 전체 약대6년제 추진에 제동을 걸기보다는, 대내외적인 당위성을 인정받고 한약관련 학과 확대가 아님을 명확히 한 기존 약대 6년제 문제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새로 제기된 한약학과 문제에 대해서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할 문제다.
끝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복지부의 적절한 조율 능력이다. 직능단체들은 자신의 생존과 이권이 달린 사안들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기 힘들다. 아무래도 자신들의 입장에서 제도를 해석하고 각종 요구에 대해 투쟁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느 한쪽의 손만 들어주거나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세우며 귀를 막아버려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정책을 진행하는 책임자로서 원칙론적인 국민과 국가의 이익, 그리고 그 사안의 당위성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을 정하고 그 범주 안에서 각 직능단체의 요구사항들을 조율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