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제도] 포괄수가제 정책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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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01-02 15:05   수정 2006.09.29 16:40
▲ 강길원<심평원 연구위원>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의 필요성
 전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DRG지불제도를 당연 적용하려던 정부의 시도가 관련 단체들의 반대로 무산되기는 하였지만,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이라는 과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정부에서는 DRG 대상 질병군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고, 보험자를 중심으로 총액계약제 도입도 논의되고 있다.

 이처럼 지불제도 개편 논의가 끊이지 않는 것은, 현재의 지불제도에 대해 그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은 현재의 수가가 너무 낮을 뿐 아니라 부당한 삭감으로 인해 진료의 자율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고, 보험자 입장에서 현 제도는 의료비 억제가 불가능한 낭비적인 제도로 비쳐지고 있다. 또한 높은 본인부담률과 불투명한 진료비 계산으로 인해 환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위별수가제에 근거한 현 수가제도의 틀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행위별수가제는 진료행태 왜곡과, 의료비 증가를 초래하는 주된 기전으로 작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저수가를 지속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저수가가 진료행태의 왜곡을 심화시키고, 진료행태가 왜곡되어 있기 때문에 수가를 올려줄 수 없는 악순환 고리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악순환 고리의 주요 기전인 행위별수가제를 새로운 방식의 진료비 지불제도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DRG지불제도의 역할
 진료비 지불제도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지불단위에 따라 구분해보면, 개별 행위가 지불단위가 되는 행위별수가제가 가장 작고, 국가 혹은 병원의 총 진료비가 지불단위가 되는 총액계약제(혹은 총액예산제)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포괄수가제도나 인두제는 그 중간에 위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지불단위의 포괄화 수준은 의료제공자나 보험자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불단위가 포괄화될수록 의료제공자의 비효율성이나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보험자의 위험도는 작아지는 반면, 의료제공자인 병원의 위험도는 커지게 된다. 따라서 의료제공자는 상대적으로 행위별수가제를 선호하게 되고, 반대로 보험자 입장에서는 총액계약제 방식을 선호하게 된다.

 지불단위의 포괄화라는 측면에서 불 때, DRG지불제도는 행위별수가제에 비해 보험자의 위험도를 줄일 수 있는 반면, 총액계약제나 인두제에 비해 의료기관의 수용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입원진료비 통제를 위해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은 예산 배정 방식이지만 이러한 방법은 민간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도입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진료량과는 무관하게 일정액을 배정함으로써 진료 기피가 초래될 수 있다.

 이에 반해 DRG지불제도는 진료한 환자 수에 따라 진료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행위별 수가제의 요소를 가지고 있고, 서비스 묶음에 대해 일정액을 지불한다는 점에서 예산 배정과 같이 의료비 절감을 기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이 민간의료기관이 많은 나라에서는 입원진료비 관리 방법으로 DRG지불제도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DRG지불제도는 입원부분에 한정되어 있어서 의료비 절감에 한계가 있고, 입원 건수 증가로 인한 의료비 증가를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DRG지불제도와 함께 인두제나 총액계약제 방식의 지불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DRG지불제도 확대 도입 필요성
보험자 위험도 감소·의료기관 수용성 높아
행위별수가제 개편 `뜨거운 감자'
진료행태 왜곡·의료비 증가·저수가 악순환


 하지만 인두제나 총액계약제의 도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포괄화 수준이 낮은 DRG지불제도가 부분적으로나마 성공할 필요가 있고, 총액계약제 하에서도 DRG가 진료비 배분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DRG지불제도는 포괄화 수준이 높은 다른 지불제도의 기초가 된다고 할 수 있다.

DRG지불제도 확대 방향
 DRG지불제도의 확대 도입은 대상 질병군의 확대와 적용 의료기간의 확대라는 두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입원환자에 적용되는 DRG지불제도를 확대하여 외래환자와 장기요양환자를 대상으로 한 포괄수가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 대상 질병군 확대
 DRG지불제도 확대 도입시 제일 먼저 고려될 수 있는 것이 대상 질병군을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는 DRG지불제도 적용이 비교적 용이한 일부 질병군에 한정되어 있지만 대상이 되는 질병군을 현재의 8개 외과계 질병군에서 다른 질병군으로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할 수 있다.

 대상 질병군의 확대는 먼저 4개 진료과(산부인과, 일반외과, 안과, 이비인후과)에 한정되어 있는 질병군을 다른 진료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일부 과에 대해서만 DRG지불제도를 적용하였기 때문에 형평성 시비가 제기되고 있고, 여러 임상과에서 DRG지불제도를 경험하는 것이 향후 제도 확대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DRG지불제도 도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외과계 질병군(시술로 정의되는 일부 내과계 질병군 포함)이 내과계 질병군에 비해 우선적으로 DRG지불제도의 적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과계 질병군과는 달리 내과계 질병군은 개개의 질병군별로 DRG지불제도를 확대 적용하기보다는 질병군 전체에 대해 DRG지불제도를 일시에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과계 질병군의 특성상 진료비 변이가 커서, 일부 질병군만을 대상으로 DRG지불제도를 실시할 경우 지불 정확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고, 진단 코드 변경 등으로 대상 질병군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적용 의료기관 확대
 현재 의료기관이 DRG지불제도와 행위별수가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지불제도 선택제'가 실시되고 있으나, 이 경우 진료행태의 합리화가 필요한 기관들(수입 증가를 위해 진료내역을 불필요하게 늘린 기관들)은 행위별수가제로 빠지고, 진료행태가 합리적인 기관만 DRG지불제도에 남게 되어 결과적으로는 DRG지불제도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비합리적인 진료행태의 교정)를 달성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선택제를 실시할 수 있지만, 2~3년 이내에 DRG지불제도를 전체 의료기관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포괄수가제도 영역 확대
 선진국의 경우 입원환자뿐 아니라 장기요양환자와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한 포괄수가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DRG 도입에 따른 조기 퇴원과 노인인구 증가 등으로 장기요양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RUG(Resource Utilization Group)를 이용한 장기요양 포괄수가제도의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미 RUG에 대한 기초 연구가 완료된 상태이기 때문에,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한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적용 대상이 확대될 전망이다.

 그리고 DRG지불제도 도입에 따른 입원에서 외래로의 비용 이전을 막고, 급증하는 외래진료비의 적정화를 기하기 위해, APC(Ambulatory Payment Classification)를 이용한 외래 포괄수가제도의 도입이 검토될 수 있다.

향후 전망
 일시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호전되었지만, 한계 상황에 처해 있는 건강보험 재정으로 인해 지불제도 개편에 대한 요구는 더욱더 거세질 전망이다. 지불제도의 개편이 이루어진다면 DRG지불제도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대안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위에서 제시한 방향대로 DRG지불제도가 도입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DRG지불제도를 확대 도입하기 위한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DRG지불제도 뿐 아니라, 총액계약제나 인두제 방식의 지불제도 도입도 시도될 가능성이 크다. 총액계약제는 보험자와 개별 병원간에 이루어질 수도 있고, 대만처럼 한방, 치과, 의과 의원 등 각 분야별로 연간 총액을 계약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또한 전년도 의료비 지출이 목표치를 넘어갈 경우 당해 연도의 환산지수를 조정하는 `진료비 목표관리제'의 도입 가능성도 높다. 인두제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없지만, 민간의료보험이 도입된다면 미국식 managed care와 함께 인두제가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행위별수가 체계의 개선도 지불제도 개편을 촉진할 수 있다. 현재 2005년 말까지 의사비용과 진료비용 상대가치를 분리하는 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현 수가에서 의사비용이 별도로 분리될 경우, 진료비용에 대해서는 DRG지불제도나 다른 방식의 지불제도 도입이 용이해질 수 있다.

 DRG지불제도는 지불제도 개편의 한 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체 지불제도 개편과 연계되어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행위별수가제도, 포괄수가제도, 인두제, 총액계약제 등 다양한 지불제도가 공존하는 복수지불제도(pleural payment system)가 합리적인 대안일 수 있다.

 이 경우 어떤 분야를 대상으로, 어떤 지불제도를, 언제 도입할 것인가가 논의되어야 하고, DRG지불제도의 도입 속도나 적용 범위도 이러한 큰 틀에서 결정될 수 있을 것이다.

 진료비 지불제도를 둘러싸고 의료제공자와 보험자의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불제도는 의료제공자나 보험자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편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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