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상비약’ 규제완화? 복지부 “필요 시 협의체 구성해 논의하겠다”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 “'안정성 중요' 기본 입장 변화없어…확대 해석 자중해달라”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12-04 06:00   수정 2023.12.04 08:32
보건복지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이 중소벤처기업부의 안전상비약 규제완화 계획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문기자협의회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안전상비의약품’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혀 논란이 된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안전성을 중요시하는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복지부 남후희 약무정책과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복지부의 기본 입장과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중기부에서 협의 요청이 오면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방향이 어떻든 간에 협의에 참여하는 것이 합당한 절차다. 확대해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선을 그었다. 필요하다면 중기부와 규제개선 방안을 검토는 하겠으나, 그것이 곧 규제완화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해당 논란은 중기부가 지난달 23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최한 ‘소상공인 골목규제 뽀개기’ 행사에서 안전상비약 판매자 등록요건 완화 방안을 논의하면서 시작됐다.

중기부는 이날 행사에서 국민판정단 투표를 거쳐 규제 개선 필요성에 찬성을 받은 과제를 관계부처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는데, 그 중 하나로 안전상비약 안건이 선정됐다. 이에 따라 현재 24시간 연중무휴 점포에서만 판매가 가능한 안전상비약 판매요건이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의약계 안팎에서 불거졌다. 

현재 안전상비약으로 판매하는 대상의약품은 해열진통제‧소화제‧감기약‧파스 등 4개 효능군, 13개 품목이다. 일반의약품 중 주로 가벼운 증상에 시급하게 사용하며 환자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서, 성분‧부작용‧함량‧제형‧인지도‧구매 편의성 등을 고려해 20개 품목 이내로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하고 있다.

약사법에 따르면 약국이 아닌 장소에서 감기약 등 안전상비의약품 판매는 24시간 연중무휴 점포에서만 가능하다. 그동안 시골 슈퍼마켓이나 약국이 많지 않은 지역의 동네 슈퍼 등에선 판매가 불가해 불합리하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안전상비약 판매자 등록요건이 완화될 것이란 언론 보도가 나오자 복지부는 “현재 논의 진행 중인 바가 없다”고 해명했으나, “향후 중소벤처기업부 협의 요청에 따라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하지만 남 과장은 이에 대한 '확대 해석을 자중해달라"는 입장을 내놨다.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도 약무정책과 의견에 힘을 실었다. 정경실 정책관은 “ 2012년 첫 시행 당시 안전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여러 기관에서 굉장히 까다로운 알고리즘을 만들었다”며 “그 로직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고, 막상 안전상비약 판매를 시작해보니 우려했던 것처럼 안전성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만큼 부작용 없는 약을 선정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정 정책관은 안전상비약 관리 개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면 대한약사회를 비롯한 환자단체, 소비자단체와 모여 의견을 경청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계와 정부가 의대정원 등 의료계 현안을 논의하는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한 것처럼, 안전상비약의 안전성 등에 대해 문제가 없는지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도 필요하다면 만들 생각이 있다”며 “약사회는 약의 전문가니까 먼저 논의를 시작하겠지만, 약을 이용할 환자, 소비자의 입장도 반드시 들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전상비약 정책을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져갈지 정해 놓은 방향은 아직 없다"면서 "다만 협의체를 구성한다면 각계가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안전상비약 판매 등록 완화에 대해 약계는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약사회 관계자는 “심야시간 의약품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사업으로 추진하는 ‘공공심야약국’이 윤석열 정부 최대 규제혁신 과제로 꼽혔는데, 중기부에서 이런 식으로 규제 개선 과제를 선정하는 것은 의약품 안전과 국민건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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