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M&A 시장, 제네릭 약가 인하로 내년 상반기 호전될 것”
서강대 임채운 교수, ‘K-바이오 투자 콘퍼런스’서 국내 시장 긍정적 전망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11-27 06:00   수정 2023.11.27 06:01
서강대 임채운 교수가 보건복지부가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지난 24일 개최한 ‘K-바이오 투자 콘퍼런스’에서 내년 국내 제약바이오 M&A 시장을 전망하며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약업신문  

국내 제약바이오 M&A 시장이 내년 상반기부터 호전되면서 혁신 바이오 기술, 세포유전자치료제, 디지털 헬스케어 등의 사업화 가능성이 점쳐졌다.

서강대학교 임채운 교수는 보건복지부가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지난 24일 개최한 ‘K-바이오 투자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다.  임 교수는  두 번째 세션인 ‘제약바이오 투자 활성화 전략’에서  ‘제약바이오 M&A 동향과 활성화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임채운 교수는 “바이오텍의 혁신과 바이오기업의 밸류에이션 조정으로 내년 상반기부터는 M&A 시장 호전이 예상된다”며 “제네릭 약가인하 정책으로 중소제약사들이 신약개발 기업 인수로 활로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글로벌 제약바이오 M&A 시장 규모는 한화 1800조원에 이르는 약 1조4000억 달러다. 하지만 이는 2019년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형 제약바이오기업 간 M&A는 감소하는 반면, 중소형 기업과 스타트업 대상 M&A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M&A 거래는 73건인 920억 달러(118조원)로, 전년 대비 건수와 규모 모두 현저히 줄었다. 글로벌 M&A 시장 규모는 여전히 크지만 최근 빅파마의 M&A만 감소하고 있다. 

임 교수는 “이제 규모가 다 커진 나머지 역경제가 발생해 더 이상 할 수 있는 M&A가 없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규모가 작은 중소형 제약사나 스타트업, 바이오텍 쪽으로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고금리, 고물가, 경기침체 등 거시경제 요인과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영향을 주요인으로 꼽았다. 이로 인해 빅파마간 대규모 거래보다 투자비용이 적고 위험이 적은 소규모 바이오텍이 주요 인수대상으로 부상했다는 설명이다.

임 교수는 “국가별 거래량를 비교해봐도 우리나라 M&A 규모가 가장 작다"면서 "지난해 국내 제약산업 M&A는 175건에 10조5000억원 규모로, 글로벌 수준의 10분의 1도 안되는 셈”이라고 전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이전 계약도 2021년 이후 감소 추세라는 것. 특히 국내 M&A 시장은 제약사와 바이오기업, IT기업과 바이오기업 등 이종기업 간 결합을 통해 기술력을 보강하고 융합혁신을 시도하는 방향으로 전개됐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벤처캐피탈의 국내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 규모는 1조1058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34% 감소했다. 국내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해외 벤처캐피탈 투자도 5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그는 “제약바이오산업의 투자기간이 길고 투자성과와 회수가 불확실성이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의약품 판매는 경기방어적 성격을 갖고 있지만, 제약바이오 주가는 시장에서 민감하게 반응해, 시장이 강세일 땐 빠르게 오르고 시장이 약세일 땐 빠르게 내리는 특징을 지닌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나스닥 바이오텍 주가 역시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빅파마의 바이오텍 M&A 건수는 평년 수준인 반면, 시가 대비 프리미엄은 40% 대로 떨어진 것. 그는 “제약바이오 기업 주가는 무형자산인 신약물질의 가치에 따라 변동하므로 내적 가치평가가 어렵다”며 “신약물질의 가치는 신약개발 과정인 후보물질 발굴, 전임상 시험, IND 승인, 임상시험, 공동연구, 라이선스 아웃, NDA 과정 등을 거치면서 변화하고 기업의 주가도 요동친다”고 분석했다. 특히 신약개발의 낮은 성공률이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증권은 2020년 보고서를 통해 임상1상에서 최종 상용화까지 성공 확률은 0.96%, 전임상 단계부터는 0.02%의 성공률을 보였다고 분석했다.인수대상 기업에는 초기 단계 투자를 함으로써 협력관계를 구축한 다음 M&A를 추진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CEO는 M&A에 깊이 관여하면 ‘승자의 저주’에임 교수는 내년 상반기부터 국내 제약바이오 M&A 시장이 호전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M&A 활성화를 위해 참여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임 교수는 “매각희망 기업은 밸류에이션 근거를 마련하고, 사업과 제품 포트폴리오에 집중하는 한편 지배구조를 단순화해야 한다”며 “인수희망 기업은 명확한 인수 목적을 설정하고, 인수 후 전략적 가치를 측정해 밸류에이션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인수대상 기업에는 초기 단계 투자를 함으로써 협력관계를 구축한 다음 M&A를 추진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며 "CEO는 M&A에 깊이 관여하면 ‘승자의 저주’에 봉착할 가능성이 커지므로 조직통합과 사업시너지를 이끄는데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펀드의 경우, 민간펀드는 사업성이 유망한 스타트업과 벤처에 투자하고, 정책 펀드는 민간이 기피하는 분야의 스타트업과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M&A 시장 활성화 전략이라는 제언이다. 그는 “정책 펀드는 초기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조건부 지분 인수계약을 도입하고,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가 바람직하다. 민간투자와의 경합과 역차별 논란을 방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은영 보건산업정책국장이 콘퍼런스에서 K-바이오‧백신 펀드 조성으로 민간 투자 견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보건복지부

한편 이날 복지부는 K-바이오‧백신 1호와 2호 펀드 운용사인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프리미어 파트너스가 민간 펀드 운용사인 인터베스트, 한국투자파트너스와 함께 내년 바이오헬스 분야에 2500억원 이상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2616억3000만원 규모로 우선 결성 추진 중인 K-바이오‧백신 펀드 1호와 2호 펀드는 연내 우선 결성 절차를 마무리하고,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투자에 개시해 4년간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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