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감염병정보센터 서둘러야 …現 체계, 신종감염병 정보 수집‧분석 역부족”
남서울대 이윤현 교수 “선제 대응 가능해져 사회경제적 비용 크게 줄일 수 있어”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11-17 06:00   수정 2023.11.17 09:50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최한 제8차 K-생명바이오 포럼 참석자들이 화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약업신문

해외 발생 또는 유행 가능성이 있는 신종감염병 예방을 위해 국외감염병정보센터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현재 관련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이 지난 3월 발의됐으나 계류 중으로, 신속히 법을 개정해 센터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서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이윤현 교수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국외감염병정보센터 설치의 필요성과 국제보건협력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감염병 위기대응을 위한 국외감염병정보센터 구축과 국제보건협력전략’을 주제로 개최한 제8차 K-생명바이오 포럼이다.

이 교수는 지난해 12월 김민석 의원 주최로 진행된 제4차 K-생명바이오포럼에서 해당 내용의 중요성이 언급된 이후, 국외감염병정보센터 구축에 대한 필요성 등을 연구한  결과를 이날 처음 공개했다.

이윤현 교수가 그동안 국외감염병정보센터에 대해 연구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약업신문 

이 교수는 “국외감염병정보센터 구축을 담은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이 지난 3월 발의됐지만, 현재 계류 중”이라며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업무가 이뤄지는지 몰라서 발생한 문제로, 하루빨리 해당 법이 국회를 통과해 국외감염병정보센터가 우리나라에 설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법은 지난 3월 김민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이는 국외에서 발생하거나 유행할 가능성이 있는 감염병 정보를 수집‧분석‧관리해 제2의 코로나를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해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감염병 발생상황 및 위험요인 등을 조기 발견해 대응할 수 있는 국외감염병 위기 감시체계를 구축, 국외감염병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질병관리청이 ‘검역법’에 따라 공항‧항만 등 입‧출국장에 설치된 해외감염병신고센터를 통해 해외감염병 발생 동향을 파악하고 신고 업무를 수행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김민석 의원은 코로나19와 같은 전세계적인 감염병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에는 해외감염병 동향 파악과 신고만으로는 역부족으로 해외와 같은 감시체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해당 법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은 지난 4월26일 보건복지위원회 제2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됐으나 질병청이 국외감염병정보센터의 인력과 조직 구성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질병청 김현준 차장은 “법안의 필요성과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조직 구성에 대한 부처간 협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행안부에선 이 규정이 정부조직법이나 직제에 규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어 행안부와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실제로 해당 법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살펴보면, 행안부는 국외감염병 정보 수집‧분석 기능은 질병청 위기대응분석관이 이미 수행 중이고, 국외감염병정보센터를 질병청의 ‘하부조직’이나 ‘부속기관’으로 설치하는 경우 ‘정부조직법’ 및 ‘행정기관의 조직과 정원에 관한 통칙’에 따라 대통령령인 ‘질병관리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에 규정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수도권질병대응센터를 중심으로 감염병에 대한 감시 업무 등을 확대‧개편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질병청의 위기대응분석관과 검역소 해외감염병신고센터, 질병대응센터가 감염병 정보 수집 분석을 담당하는데, 미래 신종감염병의 선제적 정보 수집은 원활하게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의 예를 들어 비교했다. 미국의 경우 거의 1000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과 수천명의 인력을 투입해 전세계에 위기대응 인력들을 파견하고 있다. 약 20개국에 70여명의 전문가들을 파견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고, 그것을 분석해 자국에 보관‧수집하고 있을 정도다.

이 교수는 우리가 수집하는 데이터는 사실상 선제적으로 수집‧관리하는 다른 나라의 데이터를 빌려오는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미 어떤 상황이 진행된 후에야 관련 정보를 얻게 돼 불리하다는 것. 특히 그는 검역소 해외감염병신고센터가 감염병의 병원체‧매개체 감시사업과 해외여행자 예방접종증명서 등과 같은 업무수행으로 실질적인 국외 신종감염병 질환에 대한 정보 수집이나 분석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주요 감염병에 대해 연구의제, 로드맵 실행계획 등 다양한 형태로 질환별 정책전략을 내놓고 있다. 2020년 WHO는 독일정부의 1억 달러 지원으로 베를린에 ‘WHO 팬데믹 허브’를 구축해 전세계 보건 위협을 예측‧탐지하는 실무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조직은 올해부터 WHO 회원국의 데이터 과학 관련 전문가 60여명으로 구성된 ‘감염병 감시정보 공유 및 협력네트워크’ 핵심 조직으로 정착했다. 우리나라는 질병청 과장 1명이 베를린에 파견돼 이곳에 참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감염병 감시와 정보의 국제보건리더십 확보를 위해 WHO 팬데믹 허브의 아시아 지역사무소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국과 독일,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은 감염병 감시체계를 구축해 신종감염병 정보 수집을 본격 수행 중이다. 반면 현재 우리나라 감염병 대응 컨트롤타워인 질병청은 이같은 역할을 수행하기엔 조직의 규모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국외감염병정보센터를 운영한다면 신종감염병 위기로부터 사회경제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8년 메르스 출현 당시 국외감염병정보센터를 운영해 선제적으로 검역단계에서 차단에 성공했다면 약 10조8000억원을 절감했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있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조기사망으로 약 156조원의 경제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는 국외감염병정보센터 설립과 WHO 아시아 팬데믹 허브 유치, 국외역학조사관 체계를 추진해 국외감염병정보 분석과 대응 역량을 강화해 국가보건안보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국외감염병정보센터를 설치할 경우 국내 감염병 대응 전략의 체계성을 제고할 수 있고 K-방역의 위상이 더 올라갈 것”이라며 “해외에서 발생하는 공중보건 사건 정보를 신속하고 긴밀하게 수집해 효과적인 방역 대응이 가능하고,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하는 대신 공중보건 효과와 편익 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해외 감염병 1차 자료를 신속히 수집해 신종감염병 예방을 위한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며 “이를 통해 감염병 국제협력 체계 구축을 강화함으로써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의 인력교류와 역량 강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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