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사진=국회 전문기자협의회).
지난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플랫폼업체의 불법행위가 더 심해질 경우 처벌 등 대응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비대면진료가 의료기관이 아닌 환자 중심,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법안인 만큼 산업활성화가 아닌 보건의료정책 차원에서 봐달라는 것이다.
최혜영 의원은 지난 20일 전문기자협회의 간담회를 열고 “이 법안은 모든 진료가 비대면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전제가 아니다. 법안 조문에도 나와 있지만, 의료인은 환자를 진료할 때 대면으로 진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라며 “섬‧벽지 또는 교도소‧군대‧원양어선 등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거동이 불편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기 어려운 환자도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구성했다”고 강조했다.
그가 대표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로 인해 병원급을 배제한 의원급 한정실시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그는 “무의식이거나 현저히 거동이 곤란한 동일상병‧동일처방의 대리처방 환자, 수술 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거나 중증‧희귀난치질환자 중 1회 이상 의료인의 대면진료를 통해 해당 의사가 인정한 경우에는 병원급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며 “병원급을 완전히 배제하기보다는 의료기관 이용이 불편한 환자 중심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법안 발의 당시 의료계의 강한 반대로 대한의사협회와의 소통을 충분히 갖지 못했다는 그는 “의료계가 반대했던 부분과 의료영리화를 우려하는 시민단체의 주장을 반영해, 비대면진료로 인한 의료기관 쏠림현상, 비대면진료로 인한 사고책임 및 피해보상 지원 등에 대해서는 해결책을 반영했다”며 “특정 의료기관 종별을 위해 만든 법안이 아니기 때문에 더 필요한 부분은 법안심사과정에서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척수장애인인 그는 “저도 아플 때 병원가기가 불편해서 처방전 필요없는 약만 먹고 참는 경우가 많았다. 장애계 현장을 다니면서 제일 많이 접하는 민원이 중증 장애인의 의료서비스 이용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비대면진료는 마지막 한 분까지 다 진료받게 할 수 있는 법안이다. 의료계에도 이러한 사례를 들어 취약계층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방안이라는 점을 설득하겠다”고 전했다.
초‧재진으로 나뉘는 대상환자 범위에 대한 논란과 관련해서는 “법안 조문을 보면, 초진은 섬‧벽지에 거주하거나, 교정시설 수용자 및 군인, 무의식 등 대리처방이 가능한 환자로 사실상 초진조차 어려운 분들로 제한했다”며 “재진은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와 정신질환자, 수술 후 관리가 필요한 환자와 중증‧희귀난치질환자로 해당 의료인이 인정한 경우만 실시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안이 만들어지면 시행령이나 고시 등을 통해 안내하겠지만, 의료인들이 질환별로 구분없이 의료기관에 등록했다는 이유만으로 비대면진료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내과의사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등 4개과 의사회가 지난 7일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화상담이나 처방에 참여했던 의사들의 72%가 비대면 진료에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지난해 응답자의 60%가 원격의료에 부정적으로 답했는데, 54.4%가 ‘감염병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표명했고, 18%는 ‘진료의 기본 개념이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절대 안 된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반대로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서는 장애인 당사자가 원하는 때에 병의원에 가지 못하는 이유로 ‘의료기관까지 이동의 불편함’이 29.8%로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진료의 기본개념은 대면진료다. 비대면 진료는 의료인들이 환자 상태를 판단해서 할 수 있는 제한적인 진료방법 중 하나”라며 “법안 시행으로 인해 그전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진료를 편하고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 국민이 있다면 법안은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가 합법화될 경우 플랫폼 업체들의 무분별한 행보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비대면 진료 활성화에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저는 산업활성화가 아닌 보건의료정책 차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추진하고자 이 법안을 발의했다. 플랫폼 업체와는 출발지점부터 생각이 다르다”며 “플랫폼 업체가 재진환자 포함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비대면진료는 의료인과 환자간의 진료방법을 위한 개정안인 만큼 플랫폼 업체의 불법행위를 직접 처벌하는 조항은 없지만 법안논의과정에서 필요하다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의료법과 약사법 규정을 넘는 행위를 하는 플랫폼 업체에 대해 지도감독을 하고 있다. 또 비대면 진료 중개업무가 보건의료질서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비대면 진료‧조제 중개 플랫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의약단체와 세부내용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간담회 당시만해도 여야가 국회 원구성에 합의하지 않아 상임위 일정이 불투명했으나, 지난 22일 여야가 원구성에 합의하면서 향후 법안 추진에 속도가 붙을 지도 주목된다. 다만 최 의원은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재확산 국면이어서 ‘한시적 비대면 진료’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비대면 진료 법안을 시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감염병 관련 병상 수급 등 시급한 보건의료 현안을 우선 처리하고,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진행된 후 국회에서 법안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 의원은 “후반기 국회 상임위도 복지위에 남아 힘든 국민들을 위한 입법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며, 장애인 비례대표 의원으로서 많은 장애인들이 바라는 ‘장애인권리보장법안’과 ‘탈시설법안’ 등 장애인 권리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제가 민주당 인재영입 1호로 들어온 만큼 민주당 대표 험지인 ‘경기도 안성’에 자리를잡고 노력할 계획”이라며 “안성지역은 도농복합지역으로 보건의료기관이 매우 부족한 지역으로, 경기도의료원 소속 250병상이 있는 안성병원이 있지만, 산부인과가 없어서 지역주민들이 출산을 비롯한 진료 걱정이 매우 큰 곳이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질 좋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