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울제가 뇌 수축 회복시켜
유럽서 발매 중인 티아넵틴 효과 확인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1-10-06 06:46   
심한(Major) 우울증 환자들은 흔히 뇌의 일부가 눈에 띄게 수축되는 증상을 보인다.

이는 스트레스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를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은 알려져 있지 못한 형편이다.

이와 관련, 유럽에서만 발매되고 있는 한 항우울제가 그 같은 뇌 수축증상을 회복시킬 수 있음이 확인됐다는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독일 영장류센터에 재직 중인 신경생물학자 에버하르트 훅스 박사팀은 포유동물의 일종인 나무두더쥐들에게 티아넵틴(tianeptine)이라는 항우울제를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연구결과를 2일자 '美 국립과학아카데미 회보'에 게재했다.

이 나무두더쥐들은 스트레스에 직면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우울증과 유사한 증상을 인위적으로 유발시킨 실험모델이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항우울제들은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dissipation)를 억제하는 기전으로 작용하는 약물이다. 티아넵틴은 이와는 정반대로 오히려 세로토닌의 재 흡수를 촉진시키는 기전을 지니고 있다.

美 스탠포드大 로버트 사폴스키 박사가 같은 저널에서 "이번 연구결과가 매우 주목할만한 것이지만, 후속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도 바로 이 때문.

증상이 심하고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우울증은 뇌내에서 해마(海馬)라고 하는 부위가 수축되는 것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사료되고 있는데, 수축 부위가 전체의 20%에 육박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해마는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어서 흔히 우울증에 기억손상이 수반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주목받아 왔다. 일단 수축된 해마는 우울증이 치유되지 않는 한, 원래의 크기로 회복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자들은 아직까지 이 같은 위축 증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규명하지 못하고 있으나, 코르티솔(cortisol)이라고 하는 스트레스 관련호르몬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심한 우울증 환자들의 절반 정도에서 과다한 양의 코르티솔이 분비되는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훅스 박사는 "한 달여 동안 연구를 진행한 결과 우울증을 유발시킨 나무두더쥐들에게서 코르티솔의 분비량 증가, 건강한 세포들에 작용하는 뇌내 케미컬들의 감소, 33%에 달하는 새로운 세포 성장률의 저하, 해마 크기의 7% 위축 등의 증상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티아넵틴을 경구복용시킨 나무두더쥐들의 경우 뇌내 케미컬들의 농도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됐을 뿐 아니라 활발한 세포증식 활동이 되살아나고, 해마의 크기도 우울증에 걸리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신경전달물질들이 뇌 조직을 생성시키는 기전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던 美 국립보건원(NIH)의 제프리 바커 박사는 "이번 연구가 관심을 끄는 것은 티아넵틴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코르티솔의 양을 감소시키지 않으면서 효과를 나타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티아넵틴이 코르티솔에 의해 나타나는 부정적인 영향을 억제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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