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인간의 삶은 바다에 비유되곤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바다를 유영하는 항해자가 된다. 수면 위로 얹은 빛을 잔잔하게 일렁이며 드넓게 펼쳐진 미지의 세계. 그곳엔 아직 만나지 못한 푸른 희망이 담긴 듯하다. 누군가는 이런 바다를 보면서 새로운 꿈을 꾸고 의지를 다지는가 하면, 또 다른 누군가는 자연의 위대함을 보며 막연한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변화무쌍한 바다는 순간 표정을 바꿔 여러 가지 모습으로 항해자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끝 모를 바다 한가운데서 맞이한 고난과 역경,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한 위기 속에 침전하고 말 것인가 아니면 맞서 싸울 것인가. 여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렸다. 결과 역시 마찬가지다. 흥미롭게도, 이 모든 생의 여정이 이번에 소개할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 고스란히 담겼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가 한국 초연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돌아왔다. 2016년 4번째 시즌 이후 무려 4년 만에 들려온 출항 소식이다. 2020년 11월 14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해 오는 3월 7일까지 공연을 예고하며 힘차게 닻을 올렸으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확정된 후 거듭된 지침 재연장으로 인해 항해는 잠시 멈춰야만 했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삼총사’로도 잘 알려진 프랑스 소설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원작 대하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원작과 비교해 일부 달라진 설정은 이전에 개봉한 동명 영화들로부터 각각 영향을 받았다. 방대한 분량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의 심리적 변화와 전반적인 흐름을 비교적 유사하게 가져와 호평받았으며, 2017년에는 공연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가 한국 최초로 작품 라이선스 배급권을 획득해 주목받았다. 또 남다른 규모만큼이나 캐스팅 역시 화려하다. 이번 시즌엔 엄기준, 카이, 신성록, 옥주현, 린아, 이지혜 등이 무대에 오르며 최고의 하모니를 예고했다. 

                                                                                                < 사진제공 ‘EMK뮤지컬컴퍼니’ >
파도치는 소리와 함께 지중해 지도 영상이 스크린에 펼쳐지고 나침반이 이끄는 곳으로 향하는 순간, 드디어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서막이 오른다. 배경은 1814년, 전쟁에서 패배한 나폴레옹이 엘바섬에 유배돼 있던 시점이다. 촉망받던 청년 항해사 에드몬드 단테스는 모렐 선장이 갑작스럽게 고통을 호소하자 급히 배를 근처 엘바섬에 정박시킨다. 이때 우연히 만난 나폴레옹이 에드몬드에게 편지 한 통을 건네며 누군가에게 꼭 전달해 달라 부탁하는데, 간절한 요청에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든다. 그땐 이 편지 한 통이 앞으로 남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게 되리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으로 돌아왔으나 결국 억울한 누명을 쓰고 악명높은 감옥에 14년이나 갇혀 살게 된 에드몬드는 극적으로 탈출해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는 자신을 배신한 이들을 향해 통쾌한 복수극을 펼친다. 
   
 작품에는 사랑과 질투, 증오, 배신, 복수와 파멸, 용서 등 우리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이 모두 녹아있다. 이 낯설지 않은 감정들은 관객들이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 좀 더 깊이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언뜻 보면 어둡고 무겁게 느껴질 만한 소재들의 집합이지만 때에 따라 적절하게 가미된 유머와 긍정적인 메시지가 작품의 균형을 이룬다. 흥미진진하면서도 극적인 전개는 권선징악이 확실해 더욱더 후련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관객들은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모험에 동행하며 삶에 가장 중요한 가치란 무엇인지 생각해 볼 기회를 얻게 된다.   

                                                                                    < 사진제공 ‘EMK뮤지컬컴퍼니’ >
서사의 흐름과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음악 역시 재미와 감동을 준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웃는 남자’, ‘드라큘라’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은 과감하지만 절대 과하지 않은 느낌으로 전반적인 분위기를 이끈다. 특히 복수를 결심한 에드몬드가 결연한 의지를 다지며 부른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 갑작스레 이별을 맞이한 에드몬드와 메르세데스의 그리움이 담긴 듀엣 넘버 ‘언제나 그대 곁에’, 메르세데스의 솔로 넘버 ‘온 세상 내 것이었을 때’, ‘세월이 흘러’ 등은 섬세한 감성 표현과 어우러져 마음속 깊이 새겨진다. 

 더욱 풍성해진 볼거리 또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자랑이다. 우선 효과적인 영상 활용 기법이 돋보인다. 에드몬드의 탈출 장면이나 루이자의 해적선이 방향 전환되는 장면은 순간 긴장을 야기할 만큼 생생한 현장감을 선사한다. 거대한 배와 지하 감옥, 몬테크리스토 성 등 실감 나는 무대 세트와 화려한 의상에도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이렇게 보고, 듣는 재미까지 확실하게 선사하는 작품이 바로 ‘몬테크리스토’다.  
                                                                                                 < 사진제공 ‘EMK뮤지컬컴퍼니’ >
 ‘정의는 갖는 자의 것, 사랑은 주는 자의 것’이란 작품의 대표 문구가 떠오른다. 작품 속 인물들은 대체로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오직 정의라 믿으면서 내달렸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복수극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움직인 까닭은 바로 ‘사랑은 주는 자의 것’이란 불변의 진리에 있었다. 결국 먼저 사랑하고 더 많이 사랑할 줄 알았던 이는 용서로 사랑을 실현하며 거친 풍랑 속에 표류하던 자신을 구원하게 됐다.
 우리는 모두 삶이란 바다를 탐험하는 항해자이면서 동시에 지배자가 될 수도 있다. 막막한 요즘, 아득한 미래에 잠시나마 방향을 잃었다면 이번 기회에 공연장으로 향해 보자. 뮤지컬 ‘몬테크리스토’가 분명 당신의 마음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필자소개>
 최윤영씨는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와 경인방송 라디오 리포터 등 방송 활동과 더불어 문화예술공연 전문 진행자로 다양한 무대에 선바 있다. 현재는 미디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공연 칼럼니스트로서 칼럼을 기고해왔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채널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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