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연재를 시작하며
            
뮤지컬의 노래를 ‘아리아’라 부르는 경우가 있지만 잘못된 표현이다. 아리아는 일반적으로 오페라에 등장하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뮤지컬에서는 ‘뮤지컬 넘버(Musical Number)’라는 말을 쓴다. 음악이 이야기를 형상화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로 쓰이기에 뮤지컬에서 노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감히 비할 데가 없다. 뮤지컬을 감상하고, 되새김 하는데에도 뮤지컬 넘버 만큼 효과적이고 강력한 매개체가 없다. 

이 칼럼에서는 국내외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뮤지컬과 그 속의 뮤지컬 넘버를 통해 감상을 극대화하는 묘미를 소개하고자 한다. 연재칼럼 타이틀로 쓰인 ‘커튼 콜(Curtain Call)’은 공연에서 막이 내린 뒤 관객들이 무대에 대한 찬사의 의미로 환성과 박수를 보내는 것을 말한다. 영상과 달리 라이브로 구현되는 무대, 무대니까 가능한 예술가와 관객이 함께 이뤄내는 최고의 순간이다. 모쪼록 행복한 공연과의 만남에 바람직한 길라잡이가 되길 바란다.

유령이 살고 있는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 

뉴욕 타임즈에 한국 공연가 소식이 대서특필됐다. 코로나 19의 팬데믹 상황을 뚫고 안전하게 막을 올리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 한국 투어 공연 관련 뉴스다. 어떻게 한국의 방역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뉴노멀에 대응하며 공연을 지속하고 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오페라의 유령’ 작곡가인 영국의 거물급 공연기획자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서방 세계도 K방역의 노하우를 익혀 어서 공연을 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하소연을 남겼다. 

2020년 현재 ‘오페라의 유령’을 공연하고 있는 곳은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특별한 비법이나 신으로부터의 축복 탓은 아니다. 오히려 철저한 방역 대비와 각각의 공연장 및 배우, 관객에 대한 정보 확보 및 데이터 쉐어, 그리고 경우의 수에 대한 물샐 틈 없는 대응이  ‘기적’을 가능케했다. 아닌게아니라 요즘 관객들 사이에서는 공연장엔 조금 일찍 도착하는게 에티켓이라는 무언의 약속도 존재한다. 방문 데이터를 좌석 위치에 맞춰 기입하는 개인신상정보 제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IT 강국 답게 QR코드나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자동화 시스템도 꽤나 원활하게 활용되고 있다. 

사실 공연장에서 감염 확산은 이뤄지기 힘들다는 주장도 있다. 공연장 출입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돼있고 손 세척, 열 감지 카메라 운용 등 공공장소에 대한 방역시스템이 철저히 지켜지는 이유도 있지만. 서로 마주보지 않고 무대쪽 한 방향만 바라보며 말을 하지 않고 관극환경이 방역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공연장보다 식당이 더 위험하다는 주장도 있다. 음식을 먹고 마실 때 마스크를 벗고 동행자와 이야기를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원칙과 주의만 잘 지켜진다면 공연장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요인만 제외하면 비교적 안전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뮤지컬 공연장에서 감염이 확산된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다. 반대로 확진자가 발견된 적은 있다. ‘오페라의 유령’에 참여했던 미국 배우 2명이 부산 공연이 끝나고 서울 공연이 있기 전, 고국인 미국에 다녀와 서울 개막 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주최 측은 재빠르게 다른 배우 및 스탭, 방문 관객에 대한 전수조사와 잠정적인 공연 중지를 이행했고, 그 결과 PCR 검사에서 전원이 음성으로 확인돼 감염 사례는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는 다행스런 결과를 얻었다.

발열자에 대한 해프닝도 있었다. 하반기 개막을 준비 중인 뮤지컬 ‘킹키부츠’의 연습실에서 한 참가자가 발열 증상을 보였다. 관계자들은 재빨리 이 정보를 다른 공연 단체와 공유했고, 이들의 동선을 추적해 접촉자에 대한 격리 조치를 시행했다. 다행히 발열을 보였던 배우는 PCR 검사에서 음성으로 드러났고, 공연계는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 오히려, 예상치 못했던 발열자의 등장이 한국 공연계가 얼마나 철저하고 빠르게 대응하며 정보를 효과적으로 공유하고 활용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계기가 됐다는 언론지상의 평가도 등장했다. 

뮤지컬 공연계를 중심으로 캠페인도 시작됐다. 바로 ‘컴백 스테이지’다. 규칙적이고 정례화된 공연장과 객석에 대한 방역, 배우 및 스탭을 대상으로 한 ‘바이러스 프리’ 환경 조성 그리고 무엇보다 투명한 정보 공개 및 공유를 통한 비상체계가 마련되어 있으니 안심하고 뮤지컬 공연을 찾아달라는 몸짓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K 방역의 노하우와 자신감이 공연계로 그 영역을 확장시켜 나갈 수 있을지가 이목을 집중시킨다.

앙코르로 불려지는 커튼콜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인기 배우의 독창이나 대표적인 프로덕션 넘버를 멋지게 다시 보여주던 과거와 달리, 배우 전체가 합창으로 노래하거나 감동의 눈물까지 더해 객석을 울리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전대미문의 천재지변 같은 코로나 19 상황이지만 ‘무대는 계속 돼야 한다(The show must go on)’는 예술가들의 불굴의 의지가 투영된 탓이리라. 공연과 예술이, 뮤지컬이, 무대가 우리의 마음을 위로하는 존재로 다시 되돌아오길 간절히 꿈꿔본다. 

삶의 고난과 뜻하지 않은 질병이 우리를 힘들게 할 순 있어도, 인간의 정신, 행복을 추구하는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존엄성을 뺏어갈 순 없다. 이 어려운 시기에 다시 무대를 되돌아봐야 하는 너무도 당연한 이유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 뮤지컬 평론가, jwon@sch.ac.kr)

필자소개  

원종원씨는 한국외대 재학 시절, 영국을 여행하다가 만난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활동을 시작했다. 뮤지컬 저변을 확대하고자 국내 최초로 PC통신을 통해 동호회를 결성, 관극운동을 펼쳤다.  TV의 프로듀서와 일간지 기자,특파원을 거쳤으며,  현재 일간지와 경제지 등 여러 매체에 뮤지컬 관련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다. 대학 강단에 서고 있는 지금도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 마니아이자 전문 평론가로 지면과 방송 등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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