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균<前 서울시 의약계장>



우리일행은 ‘05.8.11일 CAL에 탑승 인천공항을 출발 로스앤젤스에서 LAN 칠레항공으로 환승 페루 리마를 경유 28시간을 하늘에서 먹고 잠자고 지쳐서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 이른 새벽 내렸다.

흰 눈이 쌓인 안데스산에 오르려고 버스를 탔다. 넓은 평원을 지나 한적한 농가식당에서 삶은 돼지고기에 포도주를 곁들인 점심식사를 하고 험한 산악지역에 접어드니 동 광산가는 철길이 있고 간이역 인근에 허름한 광산촌이 보였다. 만년설이 뒤 덥힌 해발 3,100m 안데스산맥 고봉을 가파르고 꾸불꾸불 비탈진 도로를 돌고 돌아 올라갔다.

이곳 스키장은 적설량이 많고 스키어들이 가물가물한 높은 봉우리를 리프트로 올라가 경사가 심한 슬로프를 빠른 속도로 점프하며 활강하는 모습은 매우 멋이 있고 후련해 보였다. 하얀 수증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야외온천장에는 피로한 여행객들이 설경을 보며 탕 속에서 쉬고 있었다. 눈밭에 목재로 아기자기하게 지어 놓은 아담한 스위스풍 호텔은 한 폭의 풍경화 같았다.

산티아고로 돌아와 우리나라 남산 같은 산크리스토발 언덕에 올라 기분 좋은 바람을 쐬면서 시가지 야경을 바라보니 남북으로 길게 뻗쳐서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만년설이 녹아 내려온 잿빛 개울물은 시내를 가로 질러 힘차게 흘러가고, 비둘기 배설물로 덧칠한 400여년 된 웅장한 성당이 도시 중심지에 우뚝 서 있었다.

약국은 우리나라 의약분업 이전처럼 번화가 코너 여기저기에 개설 의약품, 건강식품, 의약외품을 판매했다. 대통령 집무실 아래층을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경호원과 이야기도 나누고 운 좋으면 대통령과 마주치기도 하며 사진도 찍고 정원에 있는 의자에 앉아 쉴 수도 있었다. 칠레는 농업국가로 알려져 있어도 산업 가운데 포도 생산 등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내외로 우리나라에서 정치적 커다란 이슈였던 한·칠레 FTA 체결을 아는 칠레인은 거의 없다고 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이동 보카지구에 가니 오래된 낡은 건물, 난립한 가게, 고기 굽는 냄새, 길가에서 무희들과 악사가 어울려 춤추고 노래 불러 대단히 소란스럽고 분주했다. 옛날에도 이 거리는 환락가였는데 그때 남녀가 선술집에 모여 밤 새워 추던 춤이 지금의 탱고로 이어져 탱고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다. 선착장은 오물이 둥둥 떠다니고 바닷물은 시멘트 분말을 풀어놓은 것 같고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항구로 평판이 나쁜데 여행객들이 검은 바다를 가까이에서 관찰하려고 보트를 타고 돌아보고 있었다. 야간에 극장식 식당에서 와인을 마시며 전통 탱고 쇼를 관람했지만 재미가 별로 없었다. 거리의 주점에서 주민들이 평상복 차림으로 술에 취해 즐겁게 추는 탱고가 매우 정겨워 보였다.

아르헨티나 대통령궁은 노랑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고 광장에 세워진 동상이나 커다란 고무나무 밑에 각종 정치구호가 어지럽게 적혀있었다. 우측으로 365일 가스불이 타고 있는 장중한 성당과 유럽식 건물, 멀리 일직선상에 백악관을 닮은 국회의사당이 보였다. 레클레타 공동묘지에는 에바페론을 비롯한 지도층 인사가 대부분 묻혀 있는 장소로 중심가를 조금 벗어나 비스듬한 언덕에 있는 광장 옆에 있었다. 바둑판처럼 조성한 공동묘지로 작은 집 같은 석묘가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고 일부 묘는 입구 툇마루 같은 공간에 고인의 사진도 걸어 두고 자손이 앉아 기도 할 의자 있고 시건 되어 있었다, 정교하게 조각한 검은색 대리석 묘비는 하나하나 예술품으로 손색이 없었다. 묘지 분위기는 여기가 바로 저승세계 같았다. 일행이 묘지를 나서서 공원을 걷어 가는데 저편 큰 고무나무 밑에서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생 비디오를 계속 틀고 있어 보고 또 보고 눈요기를 충분히 했다.

다음날 부에노스아이레스 코리아타운에 있는 한식집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거리 양쪽에 즐비하게 늘어선 초라한 가게들의 한글 간판은 모두 너무 낡아 버렸고 동포 같은 주민들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여 바라 볼 수 없었다. 내가 알던 인모씨, 이모씨가 20여년 전 이곳으로 이민 왔는데 성공했는지, 아니면 저 영세 가게 주인으로 생활하고 하는지 상상하며 잠시 쓸데없는 상념에 젖기도 했다. 저녁을 아담한 식당에서 우아하게 앉아 먹으려고 기다리는데 한국에서 동행한 여행 안내자가 여권에 기재된 생년월일을 보고 오늘이 내 각시 회갑 날 이라며 축하 케이크를 가져오고 일행이 기쁜 마음으로 회갑연을 베풀어주어 너무 감격하고 감사했다. 이날 저녁 아르헨티나가 가장 번성할 때 건설한 세계에서 가장 넓은 도로변에 위치한 HOTEL EMBAJADOR에서 잤다.

세계 어느 곳보다 아름답고 웅장한 이과수 폭포를 브라질 편에서 바라보니 이쪽저쪽에서 우령찬 소리가 나고 여러 곳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는 너무나 웅장하여 넋을 잃어버릴 것 같았다. 폭포의 물줄기 275개, 폭이 5km, 최고 낙차가 100m 넘는 세계 최대 폭포로 북미 나이아가라 또는 아프리카 빅토리아 폭포 보다 훨씬 거대하여 견줄 대상이 아니었다.

다음날 아르헨티나 편 이과수를 관광하기 위해 이과수강 다리 중간에 그어 놓은 황색 선이 국경인데 아르헨티나 검문소로 넘어가 입국신고를 하고 한동안 걸어 정글 속을 다니는 꼬마기차를 타고 폭포 상류에 내렸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 위에 길게 놓인 나무다리가 끝나는 지점에 악마의 숨통이 있었다.

물이 모여 나선형으로 빙빙 돌아 웅장한 소리를 내며 낭떠러지에 쏟아져 내리는 모습에 정신이 아찔하고 몸이 끌어당기는 듯한 신비스런 느낌이 들었다. 자연이 만든 신비하고 멋진 볼거리였다. 이쪽저쪽에서 흐르는 이과수 폭포를 쳐다보며 숲이 우거진 오솔길을 걸어 이과수강에 내려가 보트를 타려고 구명조끼와 우의를 걸쳐 입었다. 보트가 폭포 쪽으로 다가갈수록 고막이 찢어지는 힘찬 소리에 물거품과 안개가 자욱하고 머리위로 쏟아지는 물벼락을 맞아 옷이 젖어도 스릴에 취해 광기 부리듯 아우성치기도 했다. 빛에 따라 색채가 변하는 물이 품어내는 듯한 무지개가 폭포 아래 이곳저곳 곱게 떠 있어 평생 볼 무지개를 거기서 다 보았다. 돌아 올 때 정글용 트럭을 타고 군인 복장을 한 젊은 안내원의 자연에 대한 열띤 설명을 들으며 긴 숲 터널 길을 달려 분수를 뿜고 있는 정글 속 아담한 식당에서 각종 육류로 요리한 현지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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