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성(주)에이팜코리아 고문/건국대학교병원약제팀 자문교수



* 머리말

삶의 질을 추구하는 요즈음 추세에 맞게 여행의 패턴도 바뀌어 가면서 한때는 서구 사람들에게 조차도 사치스러운 여행으로 생각되어 오던 크루스 여행이 이제는 거의 보편화 되어가는 추세에 있으며, 우리 동양 사람들에게도 점점 즐겨 찾는 여행의 한 분야가 되어가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원래 필자는 병원약국에서 약사로서 첫 발을 들여 놓으면서 훗날에 정년퇴직을 하게 되면---이제는 이미 작년의 일이 되었지만---퇴직 기념으로 세계 일주 크루스 여행을 했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막상 정년퇴직을 하고 나서 알아보니 실제로 세계 일주를 하는 정기적인 크루스를 주관하는 크루스회사도 찾기가 힘들뿐더러, 두 달 이상 걸리는 항해가 너무 지루할 것도 같아서, 그 대안으로 약 2주 정도가 소요되는 여러 대륙의 크루스로 나누어서 참가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기에 아주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따라서 작년에는 스페인의 Barcelona를 출발해서 이태리의 Venice까지 지중해 해안을 따라 남하 했다가 다시 거슬러 올라오는 2주일간의 크루스에, 이집트까지 곁들인 여행을 한바 있으며, 금년에는 마침 대학 동기인 S제약의 L회장 부부가 같이 가자고 해서, 뒤늦게 미국 국적 Celebrity Cruise 회사의 한국대행사인 D 여행사에 신청을 해서 참가하게 되었다.

정상적으로는 크루스여행을 하자면 운항하는 배의 선실 등을 잡아놓아야 하기 때문에 몇 달 전부터 준비를 해서 미리 예약을 했어야 되겠지만, 이번 여행만큼은 갑자기 결정했는데도 운 좋게 빈자리가 있어서 우리 부부도 함께 할 수가 있었다.

크루스 여행을 하려면 비교적 규모가 큰 크루스 운용회사로서 미국국적 회사인 Holiday사와 Celebrity사 그리고 기타 회사 등이 있는데, 모두 이 들 회사의 대행 을 맞고 있는 한국 측 전문 대행사가 있어서 이쪽으로 신청을 하면 더 편리하며, 일반 여행사에서도 모객을 해서 이들 크루스 전문회사에 넘겨주는 경우도 있는 것 같으며, 실제로 이번 여행에서도 일반여행사에서 모객이 되어 우리와 같은 배에 탔던 한국인 그룹이 있었는데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았다는 뒷얘기가 있었다.

* 6월 17일 (금요일)

영국의 Dover항을 출발하여 북해를 따라 북상하면서 Denmark반도를 돌아 다시 남하하여 발틱해로 들어서면서 주변의 항구들을 들리며 소련의 Sant Petersburg 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 나오면서 발틱해 연안의 3개국을 들린 후 다시 Dover 항으로 귀환하는 Celebrity Cruises사의 "Baltic Bravura 2005"에 참가하기 위해서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KLM(네델란드항공)에 오른 것은 낮 12시 45분이었다.

해외는 자주 나가보았지만 KLM을 타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서, 시간을 칼같이 지킨다고 소문이 난 이 항공기는 비록 economy석이긴 해도 다리가 긴 서양 사람의 체격에 맞도록 만들어져서 우리 국적기 보다는 좀 자리가 넓어서 좋았다.

옆자리에는 40대쯤의 Sweden 말뫼에 산다는 남자가 탔는데, 서울 방문이 두 번째라는 이 친구는 대단위 정수 시스템을 설치하는 회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스웨덴에 있는 본사에는 불과 30여명이 근무하는 작은 규모의 회사라는데도 한국, 일본 등 에 플랜트 수출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중국까지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해서 새삼 놀라게 했다.

5살과 3살짜리 딸 둘과 함께 사는 부인은 안마기 등과 같은 의료용 기구를 생산하는 회사에 근무한다는데, 이 애들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탁아소에 매낀 후 직장에 다닌다고 하니 우리에겐 부러운 현실일 수밖에 없다.

이 친구는 11시간 반 동안의 긴 비행시간 중에 red wine 과 냉수를 섞어서 마시는데 아마 Amsderdam까지 오는 동안에 포도주 너 댓 병---물론 비행기에서 서브되는 작은 용량의 병이긴 하지만 ---은 마시는 것 같았는데, 다행이도 술주정은 없이 스웨덴어로 된 "Musik and Silent"라는 포켙 북을 내내 읽고 있었다.

암스델담의 쉬폴 공항에 도착하자 잠간 사이에 이 친구가 사라져 버려서, 짐을 꺼내려고 다른 좌석으로 갔나하고 두리번거려도 찾을 수 없기에, 혹시 이 친구가(?) 하고 내 여권과 지갑이 들어있는 호주머니를 만져보기까지 했는데 이상이 없어서, 아마 갈아타야할 비행기 시간이 촉박하여 서둘러서 먼저 나간 것으로 이해는 했지만, 그래도 11시간여를 같이 오면서, 여러 가지 얘기도 나누곤 했는데 잘 가라는 인사한마디 없이 가 버린 것이 무척 서운했다.

또 한 가지는 앞자리에 앉은 젊은 친구가 스튜어디스가 해드폰을 수거하는데 잘 못 간수해서 내 자리까지 밀려온 것을, 좁은 좌석에서 어렵사리 몸을 구부려 겨우 찾아서 이 친구의 어깨 너머로 넘겨주었는데도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가 없어서, 아마 북 유럽 사람들은 대부분의 미국사람들처럼 "Thank you" 라고 말해주는 습관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암스델담에서 다시 London행 비행기를 갈아타고 런던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니 이곳 시간으로 오후 6시경이 되었다.

런던에서 운행되는 대부분의 관광버스는 에어컨 시설이 없는 것이 보통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더워서 마치 찜질방 같은 찜통 버스를 타고 힘들게, 런던 시내로 들어와서 빅토리아 역 근처에 있는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 6월 18일(토요일)

오전 중에는 토요일어서 행사가 없기 때문에 한가하기만 한 버킹검 궁전을 둘러본 후, 근처에 있는 런던 시민의 쉼터인 하이드파크를 거닐면서 런던사람들 의 휴식모습을 잠시 본 후에 템즈 강변으로 가서, 아직도 런던 시민의 표준시계 노릇을 하고 있는 빅벤이 걸려있는 국회의사당을 멀리서 구경했다.

몇 년 전에 들렸던 런던과의 다른 점 한 가지는, 새 밀레니엄을 기념하기위하여 1999년에 만들어졌다는 회전전망대인 London eye를 들 수가 있는데, 지름이 130미터나 되는 거대한 원형 회전식 전망대로서 런던 시가지를 360도로 조망할 수 있기 때문에 런던 시민들은 물론 이 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중이라지만, 재미있는 것은 앞으로 10년간 사용을 해보다가 런던 시민의 투표를 거쳐서, 이 구조물의 존폐여부를 결정한다고 하니 참으로 이 나라가 민주주의의 종주국인 것이 실감난다.

남쪽으로 향하는 왕복 6차선의 고속도로를 따라 2시간 반의 긴 버스 여행 끝에 영국의 동남단에 위치한 Dover항에 도착하였다.

도버 항은 영국에서 유럽대륙에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항구로서, 날씨가 맑은 날에는 유럽대륙이 멀리 보이기도 하는 곳으로서 프랑스나 벨지움---30여 년 전 필자가 벨지움 Ghent대학에 잠간 와 있었을 때에, 벨지움의 항구에서 쾌속선을 타고 영국령인 이 항구에 와서 점심을 먹는 등 하루를 보내면서 구경을 하다가 돌아간 적도 있었다---과는 아직도 여객선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영국 본토와 유럽의 통로역할을 하고 있는 항구이다.

요즈음에는 도버와 프랑스 사이의 해저 터널인 길이 49.9 km 인 유로터널을 만들어서 런던과 파리를 잇는 유로열차가 하루에 몇 차례 다니고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불란서와 영국이 합작으로 만든 이 터널을 운용하는 민간 회사가 처음 예상과는 달리, 항공료를 할인해주는 저가 항공회사와의 경쟁에 견디지 못하고 매년 적자를 보기 때문에, 요즈음 파산위기에 몰려있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했다.

영국 영토인 도버 항에서 미국 국적의 배에 승선해야하기 때문에, 입국수속에 맞먹는 승선 수속을 한 후 각자의 신용카드 번호가 가 입력된 승선카드---이 카드는 배안에서 선실의 room key 역할은 물론 크루스 하는 동안 물건을 살 때에도 신용카드대신 사용할 수 있다---를 받아서 분실하지 않도록 목에 건 후에 Celebrity사 소속의 Constellation호에 승선했다.

2002년에 취항한 91,000 톤급의 Constellation호는 크기가 294m x 32m 로서 승객의 탑승인원은 1,950명, 그리고 승무원은 약 1,500명---원래 승객과의 비율이 2 : 1 이 가장 바람직한 걸로 유람선업계서는 알려져 있다---으로서, 지난해에 지중해 여행 시에 이용했던 Star Princess호의 15만 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크루스 업계에서는 10만 톤 급이면 비교적 큰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발코니가 있는 9층 선실에 여장을 풀었다. 적어도 유람선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짐을 다시 꾸려야 할 일이 없기 때문에, 모든 옷가지를 옷장 등 에 정리하고 빈 가방은 침대 밑으로 집어넣어서 거추장스럽지 않도록 간수했다.

저녁 6시에 도버 항을 떠나 첫 기항지인 Denmark의 Copenhagen을 향하여 항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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