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를 느끼며 당시 우리선조가 떠오르다!

5월24일(월)

아침 8시에 터키(Turkey)령의 쿠사다시(Kusadasi)항에 닻을 내린다. 원래 이 유람선은 터키의 수도인 이스탄불(Istanbul)에 기항하도록 되어있었는데, 금년 초엔가 이스탄불에 수많은 사상자를 낸 테러가 발생하자, 미국 당국에서는 승객의 안전을 위해 미국 국적인 모든 유람선은 이스탄불에 기항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에, 이스탄불에서 자동차로 9시간이 걸리는 서남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인 쿠사다시항에 입항, 에페소(Ephesus)관광을 하도록 바뀌었단다.

필자에겐 원래 이스탄불을 몇년전에 학회참석차 와본 경험이 있어서 오히려 기독교문화의 유적이 지천으로 널려있는 에페소를 방문하게 된것이 더 좋았다. 원래 에페소는 기원 후 1세기경만 해도 아주 번창했던 항구도시로서 한때는 로마제국의 주도로서 화려했던 도시였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아테네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번영을 누렸단다.

페르시아의 지배를 받고 있던 이 도시는 기원전 330년경에 유명한 알렉산더대왕이 진군하여 로마의 영토가 되어 발전을 구가했다.

또한 종교적인 이유로 기원전 100년경에 로마의 어떤 장군에 의해 완전히 초토화가 되었다가 다시 기원후 10년경에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에 의해 이 도시가 빛을 보면서 소아시아 지역에 있는 로마에 부속된 수도가 되어 상업과 문화의 중심지역할을 했었다.

1700여년이 지나는 동안 끊임없이 산에서 밀려 내려오는 토사가 이 도시를 완전히 흙속에 매몰시키고, 바다마저 메꾸어서 이제 이 유적지는 그 옛날에 선창으로 향하는 큰 길이었다는 기둥들만 남아 있을 뿐 바다와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 되었다.

기독교가 전파될 당시에는 성서에 나오는 바울 사도가 이곳에 와서 포교를 했으며 성경에 있는 에베소서를 쓴 곳 이기도하는 이 도시는, 찬란했던 로마의 유적들이 고스란히 발굴되고 있어서 그 당시의 도서관, 유곽, 신전, 체육관, 사도요한의 교회 등 규모가 크고 찬란했던 그 옛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으며, 당시에 지어졌던 야외극장은 지금도 터키에서 가장 큰 극장이며 시원한 여름날 저녁에는 음악회가 열린다고 하니, 1900여년에 살았던 로마인들의 사상과 생활모습이 관광객들을 감탄하게 만들었으며, 우리 선조들은 그 무렵에 무엇을 하고들 계셨을까 하는 공연한 상념에 잠기기도 했다.

성모 마리아가 예수의 수난 이후 말년을 보냈다는 마리아의 집은, 수년 전에 바티칸에 의해 성모 마리아가 정말로 살았던 집으로 공인되기도 해서 이제는 아주 잘 관리되고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그 옛날에 이스라엘 땅으로 부터 바다를 건너 어떻게 이 멀고 먼 터키의 에페소까지 오게 되었으며, 이 집이 위치한 곳은 우리가 버스를 타고도 힘겹게 한참동안을 올라가야 하는 험한 산 속인데 이 험한 산길을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어떻게 찾아와 말년을 보냈는지 언뜻 짐작이 안가는 일이다.

지금은 기둥과 벽들만 남아 있는 세례요한의 무덤위에 정복자였던 로마의 한 황제가 건축했다는 바실리카 성전(Basilica of St. John)의 웅대한 모습은 옛날의 그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기도를 하고 있는 기독교인들 옆에서 이슬람교도 몇 명도 이 요한의 무덤 앞에서 엎드려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이 신기해 보였다.

오후 5시에 쿠사다시 항을 떠나 최종 목적지인 이태리의 베니스를 향해 북상을 시작한다.

5월25일(화)

오늘과 내일은 온종일 항해만 계속한다. 터키에서 뱃머리를 다시 북쪽으로 돌려 이태리의 동쪽해안을 따라 북상을 하는데 이 배의 최종 목적지인 베니스(Venice)는 장화모양으로 생긴 이태리반도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낮과 밤 이틀간 계속해서 항해만 해야 한다.

그동안 밤에 잠을 잘 자긴 했지만, 밤새 항해를 하고 새벽에 항구에 기항하여 버스에 갈아타고 관광을 해왔기 때문에 약간 지치기도 했는데, 이틀간 항해만 하는 유람선에서 쉬며, 못해본 행사에 참여도 하면서 휴식을 취한다. 특히 항해만 계속하는 날에는 유람선에서 승객들을 위해 준비한 프로그램이 많아서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다.

한국에서 온 승객들에게는 배 후미에 위치한 바의 장소를 하루에 2시간씩 빌려 한국영화를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자리에서 그동안 못 봤던 `공동경비구역'과 `취화선'을 처음으로, 그것도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오후 2시 17층에 위치한 퍼팅 라운지에서 putting tournament가 열린다고 해서 참가했는데 40여명의 신청자 중에서 우리 한국 사람이 20여명이나 되어서 과연 Golf Korea를 유람선 안에서도 실감할 수 있었다.

5명씩 한 조가 되어 1번 홀에서 제일 작은 점수로 홀인하는 사람들을 모아 다시 경기를 하는 방식이었는데, 이 경기에 대비해서 연습도 좀 하기는 했지만 1회전에서 낙마를 하고 말았다. 실력보다는 운이 많이 작용하도록 만들어진 코스여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5층에 위치한 Fitness center와 사우나 등도 승객들이 많이 이용을 하는데, 사우나는 동양인, 특히 우리 한국 사람들이 더 많이 이용하는 것 같아서 서로들 인사를 나누며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5월26일(수)

오늘도 하루 종일 아드리아해역을 북상하는 항해만 계속한다. 유람선 소식에 오후 2시부터 탁구대회가 있다기에 그동안 틈틈이 아내와 연습한 실력을 발휘해 보려고 15층 수영장 위쪽 갑판에 위치한 탁구대 5개가 마련된 행사장에 나가서 참가 신청을 했다.

30여명이 신청을 했는데 서양인보다는 단연 동양인이 많은 것 같다. 1회전에서는 영국에서 온 덩치 큰 젊은 친구와 맞서게 되었는데 15점을 이긴 사람이 한세트를 이기는 것으로 해서 3세트 경기를 했다.

세트 스코어 1대1에 마지막 게임에 듀스까지 가는 열전 끝에 간신히 1회전은 이길 수 있었다.

2회전에서는 인도네시아 젊은이하고 붙게 되었는데 그 친구가 서비스 할때마다 한 점도 따내지를 못해서, 아내의 열띤 응원에도 불구하고 2대0으로 지고 말았다. 좀더 침착하게 리시브를 하고 서브도 좀 신경을 써서 넣었더라면 한번 해볼 만한 상대였는데 너무나 아쉬웠지만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 크루즈여행의 마지막 밤인 12시 정각에 5층 홀에서 샴페인 잔 500여개로 피라미드를 쌓은 후 위에서부터 샴페인을 쏟아 폭포를 만들게 하며, 또 이 샴페인을 나누어 마시면서 춤을 추는 행사가 있었는데 이것은 유람선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행사였다.

참가자가 너무 많으니까 우리 한국에서처럼 모두의 어깨를 잡고 긴 줄을 만들어 기차놀이를 하였는데 유람선의 마지막 밤을 즐기는 것도 즐거운 추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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