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의 모습을 마음에 담아
콜로세움·카타콤베 관광, 폼페이서 당시 높은 생활수준 느껴


5월20일(목)

밤새 바닷길을 달려 아침 7시 정각에 로마 인근에 위치한 치비타베키아항의 부두에 닻을 내린 후 1시간 30분 가량 버스로 시골길을 달려 중·소형의 낡은 자동차들로 무척 붐비는 로마시에 입성했다.

우선 교황이 있는 바티칸 신국을 방문, 성베드로성당에 들어선다. 학회 참석 길에 몇년전에 들렸을 때 보다 관광객에 대한 몸 수색이 더 심하다. 특히 스페인의 어떤 성직자가 추기경으로 추대되는 의식을 준비중이라고 해서 박물관의 입장도 허락되지도 않았지만, 이 나라에서 온 관광을 겸한 가톨릭 신도들이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면서 큰 소리로 자랑을 하면서 길거리를 누비고 다닌다.

로마시대의 기독교인들이 숨어서 예배도 보던 지하무덤인 카타콤베(Catacombs)는 여러개가 관광객들에게 공개되고 있으며 발굴이 아직 안된 곳의 미로까지 합하면 수십 킬로미터가 넘을 거라고 하니 그 시절의 어려웠던 기독교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기원 후 4∼6세기에 걸쳐 사람과 동물의 싸움을 구경하던 원형경기장인 콜로세움(Colosseum)은 겉모양만 먼발치로 구경하고, 햇볕이 너무 따가워서 큰 소나무 아래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세계 각 나라에서 온 각양각색의 관광객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구경했다.

하루 동안 그것도 출항시간에 맞춰 대충대충 구경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크루즈 여행이 갖는 단점인 것을, 로마관광을 마치고 다시 유람선이 정박 중인 항구로 되돌아오면서 느낀 소감이었다.

저녁 7시에 나폴리(Naples)를 향해 출항했다.



5월21일(금)

오전 7시에 나폴리에 입항했는데 부두의 수심이 얕아서, 시가지가 멀리 보이는 외항에 닻을 내렸다. 폼페이(Pmpeii)의 유적과 소렌토(Sorrento)를 관광 할 버스가 즐비하게 늘어선 부두까지는 작은 연락선을 타고 상륙할 수밖에 없었다.

가이드는 모든 이태리의 도시가 마찬가지이지만, 이 나폴리에서는 소매치기에 특별히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한다.

서기 79년에 폭발한 베수비우스(Vesuvius)화산(아직도 분출을 준비하고 있는 휴화산이다)의 화산재에 의해 매몰된 로마인의 휴양지를 겸한 고대 도시인 폼페이는 당시 로마인들의 높은 생활수준과 생활상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필자가 20여년 전에 이곳을 찾았을 때에는 당시에 매몰되었던 한 귀족의 저택과 유물들 그리고 웅크린 채 죽어간 하녀의 시신까지 볼 수가 있었는데, 워낙 관광객이 많이 몰리니까 이제는 대부분 유물을 박물관에 따로 보관하고, 그저 폐허된 돌로 만들어진 벽과 기둥들, 그리고 하수시설까지 설치된 당시의 도로들만 보여주고 있어서, 2000여년 전 화산재에 의해 폐허가 되었던 이 도시의 참상을 이해하기엔 좀 모자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음악을 전공한다는 가이드에게 오 솔레미오를 이태리어로 배우며 합창을 하면서 드라이브 해본 소렌토언덕의 절벽 길은 역시 장관이었다. 천 길의 낭떠러지 위에 만들어진 도로는 대형버스가 서로 비켜가기는 좀 아슬아슬한 좁은 2차선의 도로였지만 나폴리를 찾는 관광객이 한번씩은 꼭 들르는 드라이브 코스여서 그 큰 버스들이 용케 잘도 비켜서 지나들 간다.

130유로화가 옵션으로 더 필요하다는 카프리(Capri)섬 관광은 비용에 비하여 별로 볼 것이 없을 것 같아서 취소하고, 저녁나절은 무더위를 피하여 냉방이 잘된, 이제는 내집 같아진 유람선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 카프리섬은 그리스를 향해 배가 남진을 하는 동안 이 섬 근처를 통과하기 때문에 준비해간 망원경으로 멀리서라도 이 섬의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오후 7시에 이태리를 떠나 그리스(Greece)의 아테네(Athens) 항을 향해 출항을 했다.

5월22일(토)

오늘은 온종일 항해만 하는 날이다. 아테네항까지는 기항하는 곳이 없이 24시간 정도 항해만 계속한다. 우선 아침에 수영장에 가서 30분 정도 수영을 한 후 핀란드식 건식 사우나로 몸을 추스린 후 15층에 있는 뷔페식당에 가서 늦은 아침을 먹었다.

아침 일찍부터 수영장 옆에 준비된 편한 의자들에는 일광욕과 독서를 즐기려는 승객들로 발을 디딜틈이 없을 정도였다.

5월23일(일)

아침 6시에 그리스(Greece)령 피레우스(Pireus)항의 부두에 정박했다. 푸른 바다와 하늘 그리고 눈부신 태양이 작열하는 그리스는 우리가 책에서 읽어본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신들의 고향으로, 유럽문화의 고향이라고 가이드가 설명을 한다.

수도인 아테네는 도시에로의 인구 집중현상이 심해서 그리스 전체인구의 반이 넘게 이 도시에 살고 있으며, 요즈음은 2004년 하계올림픽의 준비로 시가지 전체가 온 통 부산한 모습들이다.

한 낮에는 섭씨 34∼35도를 넘나드는 온도여서 무척 따갑지만 의외로 습도가 높지 않아서 그늘에만 들어가면 오히려 시원했다.

아크로폴리스(Acropolis)언덕이 가장 잘 마주 보이는 맞은편 산에 있는 필로포스(Philopos)언덕에 올라 내려다보는 아테네의 시가지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게 보인다.

산책로를 따라 내려오면 소크라테스가 말년에 갇혀 있었다고 전해지는 동굴이 있는데, 그는 독이 든 술잔을 마시기전까지 두 개의 방으로 나누어진 이 동굴 속에서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녹이 슨 철창문으로 동굴을 막아놓고 있는 형편인데, 이 도시의 더 유명한 관광지에 가려서 별로 찾아보는 관광객도 없는 것 같아서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게 했다.

고대 그리스의 상징인 아크로폴리스는 올림포스의 신들에게 제사를 지냈던 곳으로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서 그저 사람들 틈에 떠밀려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 기원전 5세기경 페르시아전쟁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지어졌다는 유명한 파르테논신전이 있는데 비록 대리석 기둥들만 남아 있고 또 일부는 보수중인 곳도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큰 규모가 우리를 놀라게 했으며, 학생시절에 서양사 시험문제에 잘 나오던 이노니아식, 고린토식 건축물의 실제 기둥을 볼 수 있어서 감개무량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 그리스 당대의 유명한 철학자, 사상가, 정치가 등 논객들이 모여서 연설도 하고 논쟁을 했던 곳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장터였는데, 이곳이 유명한 아고라 시장터로서 시간이 없어서 멀리서 내려다만 보고 지나칠 수밖에 없어서 아쉬웠다.

1896년 제1회 올림픽이 열렸던 올림픽 스타디움도 볼 수 있었는데 성화대가 경기장 입구에 낮게 자리 잡고 있어서 아직도 관광객을 위한 성화가 타오르고 있었다. 이곳에서 금년 8월에 하계 올림픽이 열릴 예정이란다.

오후 5시에 터키를 향해 출항해야 하는데 출발시간이 지났는데도 배가 떠나지 않았다.

모든 승객들은 갑판이나 발코니에 나와 무슨일인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마도 출항시간이 지났는데도 배에 오르지 못한 승객이 있었기 때문인것 같았다.

모두들 통상적으로는 보기 힘든 일인지라 신기해서 부두의 출입국관리소를 내려다 보고 있는데, 여자 승객 2명(다행히도 동양 사람은 아니었다)이 양손에는 쇼핑한 보따리를 들고 허겁지겁 뛰어 오고 있다. 모두들 박수를 처서 환영겸 야유를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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