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지중해에 처음 발을 담그다
깐느·니스 거쳐 피렌체 르네상스 문화 살아 숨쉬는 듯


5월17일(월)

시차 때문에 좀 이른 시각인 새벽 4시에 일어나 실내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사우나로 몸을 푼 후에 선내 곳곳을 살펴봤는데, 오후 3시 출항에 맞춰서 아직도 수많은 승객들이 단체로 또는 개인적으로 속속 승선들을 하고 있다.

아침은 15층에 있는 뷔페식당에서 했는데 초특급 호텔의 뷔페식단에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 문자 그대로 호화판이었는데 단, 병이나 캔에 든 음료나 주류는 모두 유료로 되어 있어서, 24시간 문을 여는 식당을 잘 이용해야 했다.

식당이나 갑판에서 또는 선실 복도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들 새로운 항해에 대한 기대로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서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 어떻게 바르셀로나까지 오게 되었느냐 등등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다.

오후 3시에 첫 기항지인 프랑스의 칸(Cannes)항을 향해 운항을 시작했다. 유람선은 정박하고 있을 때보다도 배가 움직이기 시작할 때 더 활기가 넘치기 시작한다. 모든 면세점이 문을 열고 손님을 맞으며, 5층에 자리 잡은 카지노도 몰려드는 고객들을 맞이하기 시작한다.

저녁식사는 캐주얼이나 정장이 필요한 6층 양식당에서 a la carte로 달팽이 요리가 전채요리로 나오는 불란서 요리로 했다. 한국에서 온 단체고객들은 5층의 양식당에서 영어가 통하는 가이드가 손님들에게 설명을 해주면서 주문을 받아서, 종업원에게 다시 통역을 하느라고 너무 부산들하며, 한국에서 준비해온 김, 고추장, 김치 등을 가져다 먹는 등이 우리 취향하고는 잘 맞지 않아서 우리부부는 따로 6층 양식당에서 다른 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우아하게 저녁식사를 하기로 정했다.

5월18일(화)

아침 7시 정각에 마침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의 외항에 닻을 내린다. 뷔페식당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첫 번째의 관광을 위해 8시에 하선을 하는데 수많은 작은 배들이 승객을 나누어 싣고서(이것은 tendering이라고 불리 운다) 10여분을 달려 부두에 내려놓는다.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는 40여대의 버스 중 우리 버스를 찾아 올랐다.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니스(Nice)를 거쳐 모나코(Monaco)로 향한다. 산과 바다를 끼고 니스에서 모나코의 몬테카를로(Monte Carlo)까지 가는 길은 정말 절경중의 절경이어서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힌다는 얘기가 전연 빈말이 아닌 것 같다.

니스에서 몬테카를로로 가는 길은 여러 개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인 모나코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곳도 멀리 올려다 보였다.

재미있는 것은 그 우아했던 왕비가 바람을 피우다가 왕실의 사수에 의해 위장된 교통사고가 났다는 얘기를 가이드한테 전해들었다. 믿거나말거나 이지만 왕비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왕은 아직까지 결혼을 안 하고 혼자 산다는데, 특히 동양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지중해 연안의 아름다운 도시인 몬테카를로는 자동차 경주와 카지노 그리고 이곳을 찾는 관광객에 의한 수입으로 충분히 운영을 해 가는데, 흥미 있는 것은 13세기경에 지어진 성 니콜라스성당 안에 유일하게 꽃이 헌화될 수 있도록 허용된 곳이 그레이스 왕비가 잠들고 있는 묘소였다.

니스로 와서 오랜만에 한식으로 점심을 한 후, 크고 작은 조약돌로 이루어진 해변에서 지중해 바닷물에 처음으로 발을 담가 보았다. 아직은 수영을 하기에 물이 좀 차가웠지만 햇볕이 뜨거워서 일광욕을 즐기는 가족이나 젊은이들이 많이 보였다.

칸에서는 영화제가 열리고 있어서 해변가에 위치한 거리는 인파로 무척 붐볐다. 붉은 카펫이 깔려있는 대회장 주변의 도로에는 포토라인을 쳐놓고 수백 명의 기자들이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 도로 한가운데를 영화제의 사무국에 의해 발행된 명찰을 가슴에 자랑스럽게 단 영화제 관련 인사들이 활보를 하고 있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오후 6시에 이태리의 리보르노(Livorno)항을 향해 출항을 했다.

5월19일(수)

오전 7시에 기울어지고 있는 탑이 있는 피사(Pisa)와 꽃의 도시 플로렌스(Florence)에 가기 위해 이태리령 리보르노항의 부두에 배가 정박했다.

이 항구에서 버스로 1시간쯤 시골길을 달려서 큰 소나무 가로수가 특징인 피사에 도착했다.

갈릴레이 갈릴레오가 물체의 낙하시험을 했던 곳으로 유명한 사탑은 원래 바로 이웃에 있는 두오모 성당의 종탑으로 1350년 경에 완성되었다.

그 당시부터 약간씩 기울어지기 시작했으며, 지금도 매년 몇 센티미터씩 기울어지고 있어서 어느 날엔가는 이 사탑을 볼 수 없는 날이 오게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세계 7대 불가사이 중의 하나인데, 재미있는 것은 이 기울어진 사탑 안에 오늘도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10유로나 되는 비싼 돈을 내고 꼭대기까지 올라가 보려는 관광객들로 긴 줄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리브 농장이 자주 보이는 시골길을 1시간쯤 동쪽으로 달려서 꽃의 도시로 알려진 플로렌스(이곳 사람들은 피렌체라고 부른다)를 찾았다. 16세기 중엽에 화려한 문화의 꽃을 피웠던 투스카나 지방의 수도로서 르네상스의 발상지로 유명한 이 도시의 한 가운데는 아르노 강이 서서히 흐르고 있다. 신곡을 쓴 단테가 애인과 데이트를 했다는 아름다운 강변의 도로와 베키오다리 등 여러 개의 다리들이 이 도시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여행할 때마다 느끼게 되는 것이지만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파리의 쎄느강, 런던의 테임스강, 부타페스트의 다뉴브강, 피렌체의 아무르강 등은 소설 등에는 아름답고 낭만적인 것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실제로 가서 보면 거의 모두가 흙탕물이 급류를 이루어 흐르거나, 개울물 정도 이어서, 우리 서울의 한강처럼 맑고 깨끗하면서도 수량이 풍부한 강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미켈란젤로의 동상이 있는 언덕의 광장에서 내려다보는 피렌체는 꽃의 도시라고 불려지는 이유를 잘 설명해주고 있었으며, 두오모성당에는 관광객이 너무 많이 줄을 서서 감히 들어가 볼 엄두도 못 낼 정도였다.

르네상스의 발상지인 이 도시에는 최고의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우피치미술관이 있어서 그 당시의 문화가 살아 숨쉬고 있었으나 단테,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갈릴레이 갈릴레오 등 수 많은 선구자들의 활동무대였던 이 도시를 반나절 동안의 관광으로 끝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무리인 것 같았다.

리보르노항구에 돌아와 승선한 후, 오후 6시에 선수룰 남쪽으로 돌려 치비타베키아(Civitavecchia)항을 향해 출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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