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련
·영남대 약대 교수



▶높은 계곡 속의 도시, 라파즈(La Paz)의 밤 풍경

어디를 가나 밤의 모습을 보지 않을 수 없듯이 라파즈에서도 그러했다. 학회 기간 중 어느 날 저녁 시내 야시장 구경을 나갔다. 밤 자정이 넘도록 상점은 물론 길거리 노점상들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죽옷, 신발, 모자 등 의류로부터 식빵, 팝콘에 이르기까지 온갖 식품들, 질병치료용과 무속신앙 의식에 쓰이는 기이한 동식물 민속약재들까지 다양했다. 도심지역을 지나다니는 사람은 많아도 물건을 사는 이는 얼마나 되는지 의심스러웠다.

또한 하루는 주최측에서 주선한 민속음악과 춤을 자랑한다는 한 대형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피로를 달래는 기회도 있었다.

식사는 낯선 음식들이 많았지만 대단히 훌륭했다. 그곳의 음악은 속이 빈 나무로 만든 크고 작은 독특한 피리들을 이용하여 연주하는 구슬픈 노래가 많았다.

특히 어디서나 Yesterday 곡조를 연주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춤은 주로 들짐승들의 형상을 인신화한 가면극으로 꾸며 안데스 산 속을 실감나게 표현하는 특징을 보였다. 늦은 밤 돌아오는 험한 길거리의 모습에서는 수없이 많은 노숙자와 같은 사람들의 모습이 왠지 마음을 무겁게 하였다.



▶넓고도 아름다운 도시, 부에노스 아이레스(Buenos Aires)

아름다운 도시, 봄이 시작되는 9월의 아르헨티나는 험준한 안데스에서 벗어난 우리에게는 더없이 아름답고 포근했다. 한국과는 지구의 정 반대에 위치하여 계절도 정반대이고 시간도 밤낮이 꼭 12시간 바뀐 상태였지만 이미 Bolivia에서 적응이 잘 되어 신체적으로 아주 편해졌다. 더욱이 이제 막 봄이 시작되어 한국의 초여름 같은 화창한 날씨의 멋진 기후였다.

아름다운 도시, 화사한 기후, 체 게바라(Che Guevara)와 같은 인류애 넘치는 진정한 혁명가를 낳은 나라, 게다가 먹을 것 입을 것 모두가 값싸고 풍성하여 여행객에게는 더없이 좋은 도시였다.

밤의 도시는 이곳의 상징과도 같은 노래와 춤, 탱고의 아름다운 예술성에 매료되어 더욱 아름답게만 보였다. 그래서 이 도시에서부터 이 교수와 나는 매일 저녁 남미산 포도주 한 병을 마시며 남미지역 특유의 음식으로 식도락을 즐길 수 있었다.

▶리오 데 자네이로(Rio de Janeiro), 환상의 도시?

River of January의 뜻을 지닌 이곳을 뭐라고 할까? 커다란 물소 뿔 같다고나 할까? 아니 차라리 시인 Cristovao Leite de Castro가 표현한 것처럼 아름다운 젖가슴을 연상하는 수많은 바위산 봉우리, 수없이 많은 높고 낮은 봉우리들이 에메랄드 빛깔의 바다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조화를 이루었다. 그리고 도시에는 온통 유쾌한 사람들, 그래서 이곳 특유의 춤과 노래인 삼바가 탄생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조용히 심각하게는 살 수 없는, 유혹과 열정이 넘실대는 도시라 해 두고 싶다. 나만의 환상이었는지? 아무래도 이곳을 가장 실감나게 묘사한 Cristovao Leite de Castro의 시 한 구절을 인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The skirt - the waves of the sea; The curved waist - the beaches; The breast - the mountains; The hair - the forests; The silhouette - the gracefulness of the carioca woman; And at the foot of the statue the ibis.



▶아마존 (Amazon), 그 거대함과 신비로움

Rio를 떠나 Amazon 중심부 Manaus라는 18세기의 유명했던 도시로 날아갔다. 비행기는 고도 10,000m 시속 1,000km로 비행하여 구름 속을 몇 시간 달리다가 서서히 고도 4,000m에 접근해 내려오니 구름인지 바다인지 모를 희미한 큰 흐름의 굽이진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엄청난 장관을 상상해 보시라!

Amazon지역에 도착하니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산소를 생산하는 밀림지역이니 그럴 수밖에… 강 위에는 거대한 선박들이, 강가 곳곳에는 홍수에 대비하여 나무 기둥 위에 높이 지은 어민들의 집들이 보였고, 또한아마존을 따라 배를 타고 거슬러 정글 가까운 곳에는 물위에 떠 있는 원주민의 집들이 특이하였다. 이곳의 생태계는 아직 대부분 원시상태로 보존되어 있다.

이곳을 보지 않은 사람에게 더 이상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좋은 것만은 아니었음을 강조한다. 울창한 정글 속엔 위험한 짐승들이, 시원한 강, 아름다운 수련(water lily)속에 몸을 숨긴 난폭한 악어(alligator)가 호시탐탐 먹이 사냥을 노리고 있었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말라리아를 전파하려는 모기(mosquito)가 생물학적 공습을 시작해 오고 있었다.


▶이구아수 폭포(Iguazu Waterfall), 신선들의 놀이터였던가?

아마존의 감격을 온 몸에 지니고 하루 꼬박 걸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국경에 위치한 남미 최대의 규모이며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Iguazu 폭포로 날아갔다. 밤 12시가 조금 넘어 Iguazu Sheraton Resort Hotel에 도착했을 때, 여행사의 무성의로 야기된 실망은 평생 잊지 못할 또 하나의 에피소드로 남기에 충분하였다.

Bolivia 여행사 직원의 실수로 방이 없었다. 밤 1시경, 폭포 옆 정글 속 호텔, 객실은 없고, 갈곳도 없고, 그 막막함을 상상해 보라! 우여곡절 끝에 겨우 방을 얻어 잠을 청했지만 여행사 담당자가 사뭇 괘씸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자는 둥 마는 둥 다음날 아침. 서서히 어둠이 걷힐 때 어렴풋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풍경은 “경탄 스러움 뿐!” 지난밤의 악몽 같았던 고생조차도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새로운 경이로움을 온 몸으로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한쪽은 밀림이요 다른 한 쪽은 거대한 물 벽의 폭포였다. 이건 옛날 옛적에 신선들의 놀이터였음에 틀림없었다.

이날 낮에 나는 따스한 봄의 햇살을 느끼며 트럭을 타고 광활한 밀림 속의 여러 가지 낯선 식물을 관찰할 수 있었고, 고무보트를 타고 열두 폭 산수화처럼 전개되는 조용한 강줄기를 따라 강 속과 주변의 생태계를 살펴보며 천연물 자원의 다양성과 풍부함을 실감하였다.

그리고 모터보트 선장에게 운명을 내 맡기고 난폭하게 흐르는 폭포하류에서부터 거슬러 올라 폭포 바로 밑을 돌아 나올 때는 오싹 전율을 느끼기도 하였다. 그때 온 몸은 물에 빠진 제비와도 같았다.

▶거칠게 느껴진 상파울로(Sao Paulo)

남미 여행 3주가 지나는 마지막 무렵에 환상에 사로잡혔던 Iguazu를 떠나 다음으로 도착한 Sao Paulo는 내게는 거칠게만 느껴졌다. 지금까지와 같은 감탄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인구 2천만의 거대도시 상파울로에서 인상에 남는 것이라면 넓고 험한 도시, 많은 사람, 그리고 깨끗하고 한적한 공원 이비라뿌에라 (Park do Ibirapuera) 뿐 이었다. 아마도 어쩌면 긴 여행의 마지막 기착지에서 다소 심신이 지친 탓이었을지도 모를 일이기도 하다.


▶여행을 마치고...

안데스에서 아마존! 그저 감탄뿐이었다.

`이런 곳에도 문명이 있고, 사람은 어디서나 또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3주일간의 가슴 벅찼던 여행을 끝마치면서 남미의 화사한 봄을 멀리하며 가을이 물 들어가는 10월 5일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사진1> 이구아수 폭포
<사진2> 이구아수 폭포주변 생태계
<사진3> 배를 타고 거슬러 올라간 아마존 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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