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서는 올해 연말까지 20명 이상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모든 수업 – 대그룹 수업 - 을 비대면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다시 크게 늘고 있기 때문에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이 내릴 수밖에 없는 결정이었습니다.  대신 최대 20명이 참여하는 소그룹 수업은 계속 대면으로 진행합니다.”

8월 중순, 교수회의에서 학교의 교육 부학장 (Vice Dean for Education)이 발표한 가을학기 수업에 관한 지침을 듣고 나는 골치가 아프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모든 대그룹 수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10월에 시작하는 내 코스의 계획을 크게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시작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우리학교는 모든 수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해 왔다.  하지만 백신 접종으로 미국 전체 코로나바이러스 환자 수가 만명대로 크게 줄자 7월부터 시작한 여름학기에는 소그룹 수업에 한 해 대면수업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을학기부터는 대그룹 수업도 대면으로 전환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 환자 수가 다시 매일 15만명을 넘길 정도로 크게 늘자 대그룹 수업을 비대면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 환자 수가 다시 크게 증가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다.  미국 질병 통제 센터 (CDC)에 의하면 이 변이 바이러스는 홍역에 비견될 정도로 기존의 것보다 감염력이 훨씬 강하다.  즉,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의 바이러스에 비해 감염력이 50% 정도 더 높고 50%정도 더 빨리 감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의 바이러스보다 더 심각한 감염증을 일으키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의 전체 코로나바이러스 환자 중 델타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은 6월 초순만 해도 8-14%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99%를 차지할 정도다.  그리고,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전세계적인 유행이므로 피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감염력이 강하기는 하더라도 현재 허가받아 사용하고 있는 백신들은 이 변이 바이러스에 의해 심각한 감염증이 일어날 위험을 줄여 준다.  이는 최근 CDC가 발표한 미국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에 대한 여러 연구 결과들이 뒷받침하고 있다.  먼저, 올해 4월 초에서 7월 중순까지 발생한18세 이상의 성인 감염자를 살펴보았을 때,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은 접종한 사람보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11배, 병원에 입원할 위험은 13배, 사망할 위험은 무려 16배나 더 높았다.  또,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하게 퍼지던 6월에서 8월 사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미국내 9개 주의 병원에 입원한 성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미국에서 허가받은 화이자, 모더나, 얀센 백신들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심각한 감염증을 비교적 잘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백신들은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할 위험을 83% 낮추어 주었다.  또, 백신 제조회사별로 보면, 얀센 백신이 60%, 화이자 백신은 80%, 그리고 모더나 백신은 95%의 예방 효과를 보여 모더나 백신이 가장 높은 예방 효과를 나타냈다.  그리고, 이 백신들의 중증 감염 예방 효과는 18세 미만의 어린이와 청소년 감염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확인되었다.  미국내에서 델타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진 기간이었던 6월20일부터 7월 31일 사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청소년은 접종한 청소년에 비해 병원에 입원할 위험이 8배 더 높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같은 연구들을 종합해 볼 때, 연구당시 미국에서 허가받은 백신들은 어린이를 제외한 모든 연령에서 델타 바이러스에 의한 심각한 감염증을 잘 예방해 준다.  

중요한 점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경우 3-4 주 간격으로 두 번 접종 – 즉, 접종완료 – 해야만 이와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12세 이상의 접종완료율은 9월 29일 현재 고작 65%에 불과하다.  따라서, 미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환자 수가 다시 크게 증가한 이유는 낮은 접종완료율에 있다.  미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했으며, 다른 나라들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백신을 사재기해 놓은 나라이다.  따라서, 미국의 접종완료율이 낮은 이유는 백신접종을 늦게 시작했거나 백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러면, 왜 접종완료율이 낮을까?

미국에서 아직까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 접종 거부 이유에 따라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는 백신이 너무 서둘러 만들어져서 그 효과와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이는 세 가지 이유 중 일면 이해되는 점이 있는 것이기도 하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들이 기존의 다른 백신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동안 임상시험을 마치고 허가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백신들 중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처럼 많은 수의 사람들에서 그 효과와 부작용을 체계적으로 오랜기간동안 추적하고 있는 별로 많지 않다.  그래서, 지난 2월에 접종을 받으러 갔을때 나자신도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였지만 지금은 백신을 아직까지 접종하지 않은 환자들에게 접종을 권유하고 있다.  두번째 부류는 비과학적인 이유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백신에는 빌 게이츠가 만든 전자칩이 들어 있어 백신을 맞으면 자신들이 조종당하게 된다는 식이다.   이러한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은 어떤 과학적인 증거를 보여주어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 부류는 정치적인 이유로 거부하는 사람들로 주로 공화당, 특히, 트럼프 지지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백신 접종에 대한 결정은 개인의 자유 의사에 따라야 하며 정부가 접종을 강요하는 것은 개인 자유에 대한 권리를 침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시작할 때 벌어졌던 마스크 착용여부에 대한 개인의 자유 주장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는 일면 그럴싸한 주장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이들이 간과하는 것은 자신들의 권리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즉, 앞서 기술한 CDC의 연구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현재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 환자 중 대다수는 백신을 접종받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환자수가 증가하면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도 감염될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 학교의 예처럼 학생들이 교육효과가 떨어지는 비대면 수업을 받아야 하는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비접종자로부터 전염되어 사망하는 접종자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이유로 백신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 일부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행동으로 나서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은 아직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닌 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내에서 마스크를 쓰도록 하는 것을 저지하려고 학교로 몰려가 선생님들을 위협하는 볼썽사나운 꼴을 연출하기도 했다.   

아무리 홍보를 해도 접종완료율이 올라가지 않자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월초에 연방정부기관과 100명이상 근무하는 개인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모두 백신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는 명령에 서명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접종완료율을 높이는 것이 효과적일지 또 위헌요소가 없는지에 대해 논란이 많지만 그동안 이러한 방식을 꺼려했던 바이든 대통령이 이처럼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백신접종을 빨리 완료하는 것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접종완료율이 낮아 계속 환자가 발생하면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만약 이 변이 바이러스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백신에 대해 저항성을 갖고 있으면 우리는 다시 팬데믹이 처음 시작했던 때로 돌아가야 할 지도 모른다.

비록 우리나라는 백신 접종을 늦게 시작했지만 그동안 꾸준히 증가하여 9월 29일 현재 접종 완료율이 전체 인구의 45%를 넘은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백신접종을 빨리 완료하는 것이다.  이는 12세 이상의 접종완료율이 80%가 넘자 마스크를 벗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없애며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간 덴마크를 보면 알 수 있다.  미국과 덴마크의 상황을 거울삼아 백신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잘 설득하고 접종완료율을 높여서 우리나라도 정상적인 삶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필자소개>
-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1 2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