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님, A약사가 좀 전에 전화했어요 - 감기로 클리닉에 못 온다고.”

클리닉을 시작하기 전에 열리는 팀 허들 (team huddle)이라고 불리는 모임에서 옆에 서 있던 간호사가 내게 알려준다.  팀 허들은 하나의 팀으로 외래 클리닉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 환자를 만나기 전에 갖는 모임이다.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에 있는 내 클리닉은 가정의학과 (Family Medicine) 소속이다.  그런데,  가정의학과에 속한 외래 클리닉이 많기 때문에 이를 몇 개의 팀으로 나누고 있고, 이 중 내 클리닉은 파랑팀 (Blue team) 소속이다.  이 파랑팀은 가정의학과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약사, 진료 예약 받는 사람 등 여러 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환자를 효율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팀원들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하므로 팀원들은 매일 클리닉을 시작하기 전에 모임을 갖고 있고 이를 허들이라고 부른다.  

이 허들 모임에서 이야기되는 사항으로는 당일 팀에 할당된 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수, 진료전에 특별한 검사나 준비가 필요한 환자 이름, 당일 아침 전화로 급히 병가를 낸 팀원에게 진료예약이 되어 있는 환자를 어떻게 할 지 등등이다.  

A약사와 나는 같은 팀 소속이고 같이 동료로서 일하기는 하지만 서로 독립적으로 클리닉을 운영한다.  그래서, A약사와 내게 진료예약된 환자가 서로 다르다.  그런데, 오늘 아침 A약사가 감기로 클리닉에 올 수 없다고 전화를 한 것이다 -  환자와 다른 팀원들과 대면접촉하면 감기를 전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A약사에게 몇 명의 환자가 진료예약되어 있어요?”

“오전에 8명.  일단, 진료예약 업무를 처리하는 B씨가 A약사에게 진료예약된 환자들에게 전화해서 가능하면 예약을 취소하거나 다른 날로 옮겨 보도록 해요.  만약 연락이 닿지 않거나 오늘 꼭 보아야 하는 환자들이 있다면, 약사님이 이분들을 보실 수 있겠어요?  필요하면 A약사에게 배정된 진료실을 써도 돼요.”

내 클리닉에 오늘 오전에 예약된 환자 수는 8명으로 빈자리가 없었지만 팀과 환자들을 위해서 더 볼 수 밖에 없었다.

“아, 그리고, A약사에게 배정된 약대에서 온 실습학생이 두 명 있는데 약사님이 그 학생들도 지도할 수 있겠어요?”

내게도 따로 배정되어 지도해야 하는 약사 레지던트가 있었지만 학생들의 실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프리셉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두 학생도 같이 지도하기로 했다.  그런데, 보아야 할 환자 수가 갑작스럽게 불어난 데다 환자 보는 데에 아직은 서툴 지 모르는 학생들까지 지도하게 되어 환자의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실수를 할까 봐 좀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A환자에게 진료예약된 8명 중 6명의 예약을 변경할 수 있어서 2명만 더 보면 되었다.  이 두 환자들도 항응고제인 와파린 (warfarin)의 용량 조절을 위한 진료였는데 검사결과가 좋아서 진료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또, 세 명의 수련생들 – 약사 레지던트, 2명의 약대생 – 도 클리닉 상황을 이해하고 모두 열심히 일해 주어 클리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특히, 약사 레지던트가 약대생들이 환자 보는 것을 지켜보고 도와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감기와 같이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호흡기 질환은 쉽게 다른 사람을 전염시킨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을 자주 씻는 등의 개인위생수칙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주변에 전염성이 강한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있으면 아무리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하게 실행한다 하더라도 이를 완벽하게 예방하기 힘들다.  

그래서, 전염을 막기 위해서는 환자들의 도움 -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다른 사람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스스로 피하도록 하는 “자가격리” - 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전염이 강한 질병을 가진 환자가 스스로 “자가격리”를 실행하며 이를 도와주고 이를 격려하고 지원해 주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부터 얻어야 할 교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의심스러운 증상이 있던 한 환자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교회 예배 등에 참석하면서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된 것 같아 더욱 그렇다.  

설사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질환이 아니라 단순 감기였을지라 하더라도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밀접접촉을 하게 되면 다른 사람을 전염시켜 고생시킬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전염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환자 자신의 자가격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환자가 자가격리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이를 격려하고 지원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환자가 자가격리를 하고 싶어도 급여에 손해를 보거나 조직의 멤버쉽을 유지할 수 없는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면 환자는 이를 실행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자가격리로 한 사람이 자리를 비우게 되면 이를 메꾸기 위해 다른 사람이 더 일을 해야 하는 등 조직에 예상치 않았던 부하가 더 걸릴 수 있다.  

위에 기술한 클리닉의 예처럼, A약사가 병가로 나오지 못하게 되어 내가 더 일을 해야 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좀 더 크게 본다면, 자가격리는 조직에 궁극적으로 더 이득일 수 있다.  왜냐하면, 자가격리를 하게 되면 환자는 집에서 휴식을 하게 되어 빨리 나을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약사가 출근해서 진료한 환자와 같이 일하는 다른 동료들을 감염시키면 이를 치료하는데 비용과 시간이 들게 된다.  또, 아픈 상황에서 진료하게 되면 실수를 할 확률도 높아진다.  따라서, 자가격리가 조직에는 단기적으로 손해로 보일 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이익일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수그러들어도 호흡기로 전염되는 새로운 감염성 질환은 앞으로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  마치 사스 (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다음에 메르스 (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나타났고 그 다음에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폐렴이 생겼듯이 말이다.  

하지만, 호흡기로 전파되는 새로운 감염성 질환이 출현하더라도 증상이 있으면 환자는 자가격리하며 사회가 이를 격려하고 지원한다면 이의 확산을 줄이고 막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소개> 
서울대약대 대학원 졸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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