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 하기로 한 시술은 예정대로 하는 거예요?”

난 너무 궁금해서 간호사에게 물었다어머니는 지난 토요일 한 밤 중에 MRI 검사를 받으셨다담당교수가 주말 동안 병실에 들르지 않았기 때문에 난 월요일 오전에는 우리에게 들러 결과를 설명해 주고 시술 계획에 대해 알려줄 줄 알았다그런데, 정오가 다 되어 가는데도 우리에게 검사 결과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1시반에 예정대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받으시는 시술은 담관에 작은 관 (스텐트)을 삽입하여 담즙이 소장으로 잘 배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ERCP, 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 이를 위해서는 위내시경을 할 때처럼 카메라가 달린 튜브를 입안으로 밀어 넣어야 한다위내시경은 카메라가 식도를 지나 위까지만 도달하지만 담관에 스텐트르 삽입하기 위해서는 카메라는 위를 지나 담즙이 나오는 통로가 있는 십이지장까지 좀 더 내려가야 한다

예정 시간이 가까와지자 병원 직원들은 어머니를 1층의 시술실로 옮겼다가뜩이나 기운이 없으신 어머니는 시술 준비로 전날 저녁이후로 계속 금식까지 하셔서 운송침대로 스스로 이동하실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간호사는 정말 혼자 운송침대로 움직일 수 없냐고 묻고

시술실 밖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담당교수가 시술복을 입고 나타났다.

“MRI 검사결과를 보니 그동안 암이 많이 진행되어서 여러 군데로 더 퍼졌어요특히, 간 이곳 저곳에 많이 퍼져 있어서 시술을 해도 빌리루빈 (bilirubin) 수치가 많이 내려갈 것 같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노란색을 띄는 빌리루빈은 헤모글로빈의 대사물질로 담관을 통해 소장으로 배출된다그런데, 췌장암은 물리적으로 담관을 막기 때문에 빌리루빈이 배출되지 않아 황달을 일으킨다혈중 빌루루빈의 수치는 정상적으로는 1.5 mg/dL미만이지만 어머니는 20 mg/dL로 크게 올라간 상태였다.

, 퍼진 암이 십이지장을 누르고 있어 십이지장이 많이 좁아져 보입니다카메라가 이를 통과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설명을 마친 담당교수는 시술실로 들어갔다10분쯤 지났을까 담당교수가 시술실 문을 열고는 나왔다얼굴 표정이 좋지 않았다.

스텐트를 넣을 수가 없었습니다카메라 직경이 1.5 cm정도인데 어머니의 십이지장이 너무 좁아져서 카메라조차도 통과할 수 없었습니다이 정도로 좁아져 있으면 액체음식도 드시기 힘들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음식이 뱃속에 고여 있는 것 같다고 하셨고 물만 드셔도 토하셨던 것이다

답즙 배액관을 다는 것으로 계획을 바꿔야 하겠습니다그런데, 이 시술은 저희가 할 수 없고 방사선과 (interventional radiology)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병실로 돌아가시면 저희가 협진 의뢰를 넣겠습니다.”

담즙 배액관을 꼭 달아야 하나요어머니가 물만 드셔도 토하시는 것은 황달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씀을 들어보니 십이지장이 너무 좁아져 있는게 원인인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 암이 많이 퍼져서 시술을 해도 빌리루빈 수치가 많이 내려가지 않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구요.”

담당교수는 짐짓 놀라는 눈빛이었다아마 부모에게 권유한 시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자식은 보기 드물기 때문이리라.

지금까지 해 드린 것이 없으니 담즙 배액관 시술을 해 드리는 것이 어떨까요?”

어머니의 의사를 알 수 있으려면 좋으련만 그럴 수 없었다왜냐하면, 어머니는 시술을 위해 진정제 (sedative)를 맞으셔서 정신없이 주무시고 계셨기 때문이다 (깨어나시기 까지 4시간 정도 걸렸다).  동생과 아내와 상의하고 고심한 끝에 담즙 배액관 시술을 받기로 결정했다이런 상황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도 했고 혹시 황달이라도 좀 좋아지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었다.

협진 의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어머니는 병실로 돌아온 지 두어 시간만에 담즙 배액관 시술을 받으실 수 있었다수송 침대에 실려 방사선과에서 돌아오시는 어머니의 누워있는 배 위에 조그마한 투명한 백 (bag) 놓여져 있었다.  지난 금요일에 입원해서 이를 달기까지 걸린 시간과 많은 고심을 한 것에 비해 참 간단하게 생긴, 참 쉽게도 달 수 있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이는 매우 불편한 물건이었다우선 매일같이 백안에 담긴 담즙을 비워줘야 했다이는 화장실 가는 것처럼 생각하면 되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었다하지만, 관이 몸밖으로 나와 있기 때문에 감염을 막기 위해 배액관과 나온 담즙을 모은 백을 포비돈으로 정기적으로 소독해야 했다.  , 매일마다 멸균 등장액으로 관을 세척하기는 했지만 관이 막힐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었다무엇보다 어머니의 움직임이 크게 제한되었다어머니가 이동할 때마다 백을 누군가 옆에서 들어 주어야 했기 때문에 어머니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백이 어머니의 배보다 높이 있으면 역류할 수 있기 때문에 백의 위치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그리고, 담즙 배액관은 어머니 배의 오른쪽으로 나왔고 몸밖으로 나온 관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몸을 왼쪽으로 돌릴 때에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황달이 좋아졌으면 이런 모든 불편함은 감수할만 한 것이었을 것이다시술을 마친 이틀 뒤, 어머니는 퇴원을 하셨다퇴원하시는 날이 공교롭게도 완화치료 외래진료를 미리 예약한 날이었기 때문에 완화치료과 의사를 만난 다음, 우리는 집으로 돌아갔다.

시술은 잘 되신 것 같군요빌리루빈 수치를 한 번 볼께요.”

완화치료과 의사는 전자차트에서 그동안 측정한 어머니의 혈중 빌리루빈 수치를 열심히 찾아보았다.

, 어제 검사한 것을 보니 15고작 5밖에 안 떨어졌어요??”   

굉장히 의아했던 모양이었다물론, 담즙 배액관을 달지 않았으면 빌리루빈 수치는 20보다 더 올라갔을 지도 모른다그렇지만, 더 올라간다고 해서 어머니의 경과가 크게 달라졌을 것 같지는 않다왜냐하면, 담즙 배액관을 단지 단 11일만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시술을 시도한 담당교수는 퇴원 3주 뒤로 후속 진료를 잡아 두었는데 이는 환자의 예후를 완전히 잘 못 본 것이었다).  생명을 몇 주 연장시키지는 못하더라도 담즙 배액관이 어머니의 증상을 완화시켜 주었으면 달 가치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구토로 어머니는 마지막 11일을 물조차도 마음대로 드시지 못하고 영양공급은 수액으로만 받으셔야 했다

어머니가 마지막 11일을 담즙배액관 때문에 불편하게 지내신 것을 생각하면 난 이를 달기로 동의한 것에 대해 후회한다해 드린 것이 없어서 시술을 해 드리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경우에만 했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서울대약대 대학원 졸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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