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은 왜 환불이 되지 않을까?

2015년초에 복지부는 의약품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 사용하지 않은 의약품을 환불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민원에 대해 환불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국에서는 여전히 복용하다 남은 약을 환불해 달라는 환자들의 요구가 많은 모양이다.  복지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환불 요구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많은 환자들이 의약품과 공산품의 환불의 차이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 약사들은 어떻게 환자들을 납득시켜야 할까?

입었던 옷도 영수증만 있으면 어느 기간내에 환불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공산품에 대한 환불이 쉬운 미국에서도 의약품은 환불이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연방정부의 식품, 의약품, 화장품법 (Federal Food, Drug, and Cosmetic Act)이 의약품에 불순물을 섞는 것 (adulteration)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사는 이를 어기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약사법에는 이런 조항이 없지만 복지부가 내놓은 환불 불가 이유를 보면 이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의약품은 그 특성상 보관 및 관리가 엄격해야 하며, 여타의 오염에 의해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일단 조제•투약된 의약품을 반납 받아 다른 환자에게 재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단 환자에게 교부된 의약품은 약사의 통제에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반품을 받을 때 불순물이 섞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불순물을 일부러 섞고 나서 환불을 요구하는 환자는 거의 없겠지만, 불순물은 의약품을 보관, 관리하는 과정중에서도 생길 수 있다.  즉, 의약품의 부적절한 보관 및 관리로 인한 성분의 변화나 불순물의 생성, 혼입 등이 일어날 수 있다.  약사 입장에서는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 있었던 의약품이 어떻게 보관, 관리되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불순물이 섞이지 않았다는 것을 100% 확신할 수 없다.  또, 의약품은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도 약국에서 다른 환자들에게 한 번 교부되었던 약을 받아 사용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환자들이 환불을 요구하는 이유중 하나는 부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환자들은 부작용이 발생하면 의약품이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즉, 다른 공산품의 경우, 제품이 하자가 있으면 환불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부작용을 일으킨 의약품은 하자가 있다는 뜻이므로 의약품도 환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부작용은 의약품이 잘못되어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제약회사가 정상적으로 의약품을 만들고, 의사가 조심해서 처방을 하고, 약사가 주의를 기울여 조제를 해도 부작용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 달 클리닉에서 만난 한 환자는 고혈압약인 암로디핀에 의해 말초 부종이 생겼다.  양발이 모두 퉁퉁 부어 신발을 신기가 곤란할 정도였다. 환자는 암로디핀 10 mg을 매일 한 알씩 복용하고 있었다.  차트를 보니 처방한 의사는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 25 mg으로는 환자의 혈압이 조절되지 않아서 암로디핀 10 mg을 4주 전에 새로 처방하였다.  이 환자는 암로디핀을 시작하기 전에 암로디핀이 속한 칼슘 차단제 계통의 약물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또, 가져 온 약병 속의 약은 암로디핀 10 mg 정제가 맞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 암로디핀 정제는 Teva라는 잘 알려진 제약회사에서 만들었으며 FDA에 의해 허가를 받은 제품이었다.  즉,  FDA로부터 허가 받은 제조사의 제품을 의사와 약사 모두 적법한 절차를 따라 처방하고 조제했던 것이다. 

또, 어떤 부작용은 예방이 불가능하다.  위의 암로디핀 환자를 다시 예로 들어 보겠다.  암로디핀이 부작용으로 말초혈관 부종을 일으킨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암로디핀에 의한 말초혈관 부종이 일어나기 쉬운 환자를 알아낼 수 있는 검사방법이 있으면 검사를 먼저 해 보고 결과에 따라 암로디핀의 처방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검사방법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의사와 약사는 환자가 암로디핀을 사용하기 전에는 말초혈관 부종이 나타날 것인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따라서, 위 환자의 말초혈관 부종은 예방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처럼 많은 부작용이 정상적인 의료와 투약 행위 과정에서 하자가 없는 의약품을 사용하다 발생하며 예방이 불가능하다.  이런 종류의 부작용은 제약회사, 의사, 약사 어느 누구의 책임이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부작용 때문에 복용을 중단하고 남은 의약품에 대해 환자들이 환불받을 수 없는 것이다.  

요약하면, 환자에게 한 번 교부된 의약품은 불순물이 혼입되지 않았다는 것을 약사가 보증할 수가 없고, 정상적인 처방 투약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은 제약회사, 의사, 약사 누구의 책임도 아니기 때문에 환불되지 않는다.  여기서 약사의 중요한 역할이 있다.  모든 의약품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약사는 환자가 사용하는 처방 및 비처방 의약품이 꼭 필요한지 재차 확인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필요한 용량으로 필요한 기간동안만 사용하여 부작용을 줄이도록 교육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 필자소개 / 신재규교수 프로필

-서울대약대 대학원 졸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

-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 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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