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시대적인 화두이다. 이는 파괴적 기술들이 등장하면서 디지털, 바이오, 물리학의 경계를 허무는 융합기술로 발전하여 상품이나 서비스의 생산, 유통, 소비의 전 과정이 상호연결되고 지능화되면서 업무생산성이 극대화되어 삶의 편리성이 높아진다는 사회, 경제적 현상의 개념을 뜻한다. 하지만,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지구의 자전을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잘 느끼지 못하듯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움직임을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고령사회’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실의 문제이고 기대보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고령사회의 물결은 4차 산업혁명과는 달리 비교적 체감하기 쉽다. 우리나라는 어느덧 퇴직 후까지 생계를 염려하는 상황으로 접어들었는데, 노후를 위한 퇴직금과 연금은 대출금과 세금, 자녀의 결혼이나 독립자금, 혹은 사업 빚 등으로 급속히 소진되어 빈곤에 빠진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여기에 퇴직 후 생계를 위한 일자리 경쟁, 배우자나 부모가 병고까지 겪고 있다면 더더욱 삶이 고달파진다.

우리시대의 고달픔

노인의 4고란, 빈곤, 질병, 고독, 무위라고 알려진다. 이 4가지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OECD 국가 중 상대빈곤율 1위, 자살률 1위, 저출산율 1위, 노령화 진행속도 1위, 출구가 보이지 않는 청년실업문제는 우리나라에 드리운 그림자가 생각보다 어둡고 심각함을 보여준다. 노인의 일자리 경쟁, 체력, 질환, 열악한 근무조건 때문에 일의 지속 조차 어려워 복지정책의 사각지대를 고스란히 가족들이 메워야 하는 사회구조는 이미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우리나라 50%의 노인에게 출구를 찾기 어려운 문제이다. 

쉽게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겠으나,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의 활용, 사회구성원의 소통과 협력은 미래를 여는 열쇠이며, 특히 노인과 청년의 서로의 부족함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동원해 채우면 가능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왜냐하면 4차 산업혁명은 모두에게 차별 없는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지각변동을 동반하는 혁신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발전에 부응하는 노인복지의 증진 및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노화(aging)은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가져왔고, 4차 산업혁명 기술은 다양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기회임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을 몰고온 기반기술들은 크게 (1)돌봄, (2)생활의 안전, (3)삶의 질과 관련된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가정용 엘리베이터, 전동카트, AI스피커, 가사도우미 로봇, 치매 및 만성질환 노인의 치료를 위한 증강현실기기 등은 ‘돌봄’을 위한 것이고, 자율주행자동차, 주거안정장치, 조리시스템 등은 생활안전과 관련된 것들이다. 또한 인공지능 로봇, 배달용 드론, 심리치료용 반려동물로봇, AI스피커 및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홈커넥티드 기술 등은 삶의 질과 관련된 것들이다. 이러한 기술들을 활용하면 노인의 문제를 어느정도 극복하고 행복함을 증진시킬 수 있다(그림1).

           그림1 우리나라의 고령화 현황과 관련 비즈니스(출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변화를 바라보는 2개의 시선

메스컴을 중심으로 쉴새 없이 4차 산업혁명이 회자된다. 대다수 노인은 컴퓨터와 핸드폰, SNS를 활용하는 것조차 벅찬데 도대체 뭘 어쩌라는 것이냐는 반응도 많다. 특히 사회문제를 말할 때 언급되는 것이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문제이다. AI와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공포감은 기우가 아닌 현실이고, 정부가 제공 중인 공공형 일자리는 임시방편적이어서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지금 같은 노인 일자리 제공은 사라질 것이다. 

1950년대 이후 세대가 마주했던 현실은 인구증가와 더불어 기술 및 자본부족으로 인한 구조적 가난이었다. 하지만 그 약점들이 오히려 부흥과 발전의 기폭제가 되었다. 증가하는 인구는 값싸고 양질의 노동력을 제공했고, 외국의 차관도입과 수출로 벌어들인 자본은 기술을 도입하고 개발하여 발전의 원동력을 삼았다. 

지금은 전 세대와는 형편이 다르다. 자본과 기술과 경험과 인재도 보유하고 있다. 흔히 경제, 산업, 기술을 주창하는 이들은 밝은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인권과 실업, 부의 분배에서 초래된 양극화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당연히 산업화의 어두운 면이 부각된다. 단순히 개발지상주의나 분배지상주의를 논하려는 것이 아니라, 같은 시대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있음을 뜻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노인인권 종합보고서’에 다르면, 우리나라 청년의 56.6%가 노인의 일자리 증가로 자신의 일자리가 감소할까 걱정하며, 77.1%는 노인복지의 확대로 청년층의 부담이 증가하리라 우려하고 있다. 노인복지의 확대로 청년의 부담이 증가할 것이고, 고령화로 인하여 노년은 공적연금 등을 노후에 충분히 수령하지 못할 것이란 두려움이 크다고 파악되었다. 

더불어 청년실업의 증가 원인을 노인일자리 확대 탓으로 돌리는 시선도 있었다. 결국 일자리의 부족 현실을 비관하는 시선이다. 물론, 낙관적인 시선도 있다. 4차 산업혁명 변화에 대한 기대감인데, AI와 로봇이 인간과 협업하여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데 반복적 노동을 기계가 담당하고, 감성과 창조적 일은 인간이 담당하게 된다는 의견이다. 

노인 관련 산업과 기술의 미래

4차 산업혁명은 노인요양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지만 아직 여건은 미흡하다. 전문가들은 생활이 불편한 노인을 돕는 도우미 로봇이 공급되고, 고독한 노인이나 병고를 겪는 노인과 가족의 돌봄을 담당할 말벗 로봇의 활성화를 예견하고 있다. 독립적 생활이 어려운 노인을 수발하는 케어 로봇도 등장할 것이다. 

생애주기별 혈당, 약물복용 관리 등 개인맞춤형 헬스케어서비스는 물론, 웨어러블 생활기록장치로 질병예측과 헬스케어서비스를 받는 시대가 올 것이다. 만성질환자 원격진료나 앱처방 형태의 스마트 주치의 서비스가 시작되고, 불면이나 우울증, 치매 조기예측, 비약물 처방 등을 관리하는 생활습관 컨설팅도 개시되었고, 센서를 이용해 신체표면을 인식함으로써 침상에 누운 환자의 욕창을 예방하는 기술까지 등장하였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이미 ‘노인기술(제론테크놀러지, gerontechnology)’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용어조차 생소하다. 1988년 유럽에서 시작된 이 기술은 노인 관련 기술을 뜻하는데, 1차적인 목표는 나이에 따른 변화를 지연 또는 방지하는 것이다. 2차 목표는 일반적 기능의 보완, 즉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해소시키는 것이고, 3차 목표는 바로 시니어 케어(senior care)이다(그림2). 

국내에서 아직 제론테크놀러지 논의가 활발하지 못한 이유는 노인과 관련된 기술을 주로 인간공학이나 보조공학, 무장애 설계 등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제론테크놀로지는 기존의 보조공학과 더불어 헬스케어, 사물인터넷, 로봇기술, 스마트 시티 등 새로운 개념이 함께 논의되어야 하며, 로봇기술이나 빅데이터 등을 연구개발자들이 자기 기술만 구현하려는 조바심을 내려놓고 상호협력하고 융합하는 분위기에 먼저 합류해야 한다. 

          그림2. 제론테크놀로지의 실례(출처: 영화 로보 앤 프랭크의 한 장면, 구글이미지)

노인 관련 기술과 제도의 공동발전

헬스케어 분야의 4차 산업혁명적 변화에 정부정책이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건강보험재정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노인의료비 급증을 해소하려면 원격의료의 도입이 필요하지만 낮은 수가 정책이 걸림돌이고, 개인정보활용의 강력한 규제 때문에 정밀의료 관련 산업이 선진국 대비 정체되었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초고령화 시대에 슬기롭게 대응하지 않으면 현 정부의 의료정책은 조만간 50조원 적자가 나리라 예상되고있다. 노인의료비 급증으로 커지는 재정부담 문제에 대한 실마리로써 의료 및 약료 산업을 디지털 헬스케어산업으로 만들어 4차 산업혁명의 중심축에 놓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반도체 산업에서 말하는 ‘무어의 법칙’보다 유전체 염기서열분석 비용이 더 빠르게 감소하고있다. IoT와 웨어러블, 클라우드 등으로 생활기록을 수집하는 비용도 약 1억배나 감소하였고, AI기술이 원천 공개된 것까지 등장하여 사회적으로 직면한 문제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등장하였다.

흔히 사용하면서 아직 제대로 정의조차 없는 것이 ‘디지털 헬스케어’란 말이다. 좀 쉽게 설명하며‘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반의 건강관리’ 정도가 적절해 보인다. 즉, 자동화된 원격의료를 포괄한다. 이미 선진국은 물론 일부 개발도상국들도 원격의료시대를 열고있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의료비 급증세에 대처하려면 원격의료를 도입해야 하나 보험구조 및 관련분야 전문가들의 반대가 강하여 우리나라에서 전면적인 도입까지는 요원한 형편이다.

미국과 일본 등은 고령화 의료문제를 해결하며 산업경쟁력을 높이려고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환자케어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의료 빅데이터의 적극적 활용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고있다. 국내 일부 벤처회사는 우리나라의 지나친 개인정보규제 때문에 외국으로 사업장소를 옮겼다. 선진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70%의 스타트업 기업이 가진 사업모델이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인 상황도 안타깝다. 

기술 소외계층을 위한 해결책

다가올 미래사회는 기술중심이 시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 기기 조작이 서투른 노인 같은 기술 소외계층은 이를 이용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근래 대부분의 택시가 호출 받고 손님을 태우므로 스마트폰 조작이 서툰 노인은 오랜 시간을 기다려 겨우 택시를 잡기도 한다. 한편, 패스트푸드점과 일반 식당에서도 터치스크린이 갖춰진 무인주문기가 늘었지만 이것의 사용을 어려워하고 심지어 주문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기술 소외계층은 4차 산업 시대에 사회구성원이 함께 해결할 과제이다. 기술의 발전을 따라잡지 못한 계층은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 차원에서도 심도 깊게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과기정통부 산하 한국정보화진흥원은 기술에 소외된 노인들의 사회·경제적 참여를 높이기 위해 기차표 예매, 금융 앱 활용 및 계좌이체, 무인 주문기 이용 같은 부분을 흥미를 가지고 배울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을 제공 중이다. 더불어 기술소외 노인계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하다. 일명 ‘에이징 테크(Aging tech)’, ‘에이지 테크(Age tech)’, ‘실버기술’로 불리는 이 기술은 노인세대를 지원하여 이들이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인 ‘고령화 사회’에서 20% 이상인 ‘초고령 사회’가 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한국은 26년에 불과했다. 2030년에는 50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50대는 ‘시니어 비즈니스’의 핵심 소비자이자 혜택자로 인식된다. 

시장의 전망도 밝은 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고령친화시장 규모는 2016년 27조원에서 2020년 78조원으로 3배 이상 성장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라는 메가트렌드가 시니어 비즈니스를 더욱 활성화시킬 것이라는 데 아무도 이견이 없다. AI, IoT,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같은 기술이 고령친화산업과 잘 맞는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밑빠진 독으로 여겨졌던 미래 고령화 시대에 대한 부담이 4차 산업혁명을 몰고 온 주요 기술들을 이용하며 많은 부분이 해소될 것처럼 보인다. 다만 기술에 예속되거나 경제적 이익만을 쫓다가 인간성을 경시하지는 말고, 오히려 인간존엄성을 높이며 행복과 가치가 돋보이는 사회를 만들어가도록 긍정적 시선을 갖추어 함께 노력하면 좋겠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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